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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주소 & 현충시설] 6ㆍ25전쟁 유엔군의 첫 전투 활약상 고스란히

김용호

입력 2014. 09. 2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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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유엔군 초전기념관 - 경기도 오산시 경기대로 742


북한군 T-34전차와 맞서 싸운  美 스미스 특수부대 희생 추모

540명 참전용사 이름 동판 제작 14·16살 참전 美형제 미군 혼 간직

 

 

 

 

  “두 형제는 아주 어린 나이였던 14살, 16살에 군에 입대했습니다. 아버지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에 형제가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을 부양해야 했습니다. 이들 형제를 아는 모든 사람은 두 형제를 아주 좋아했고, 함께 그들의 앞날을 걱정해 줬습니다. 두 형제는 경기도 오산의 첫 전투 현장인 죽미령 전투에서 전사했습니다. 당시 동생은 겨우 16살, 형은 18살이었습니다.”  (참전자 회고록 중에서)

 

 이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다. 실화다. 65년 전 6·25전쟁 당시 풍전등화 위기에 놓인 대한민국의 자유 수호를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미국 스미스 특수부대 월 포드 형제 이야기다. 이들은 어린 나이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군인이 됐다. 또 국가의 지엄한 명을 받고 위험을 무릅쓰고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용감한 월 포드 형제는 오산의 죽미령 고개에서 북한의 소련제 T-34 전차와 맞서 싸우다 장렬히 산화했다.

 전쟁 발발 10일 만에 참전한 월 포드 형제가 희생된 죽미령 전투(경기도 오산)는 1950년 7월 5일 유엔군과 북한군의 첫 번째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5일 새벽 3시 거센 빗줄기를 뚫고 죽미령에 도착한 스미스 특수부대는 도로 좌측 능선에 C중대를 우측에는 B중대를 배치하고, 105밀리 포대를 죽미령 후방 수청리에 포진시켰다.

 오전 7시 수원 근처에서 북한 전차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8시16분 첫 사격을 시작한 스미스 특수부대는 치열한 격전을 벌이다 2시30분 퇴각을 결정했다. 이 전투에서 스미스 특수부대는 540명 중 보·포병 180여 명이 전사·실종됐다. 북한군은 T-34전차 33대 중 6대가 파괴됐고, 5000여 명 중 150여 명이 전사하거나 실종됐다. 유엔군과 북한군의 첫 전투는 유엔군의 참전을 알렸고, 또 유엔군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됐다.

 경기도 오산시가 2013년 4월 23일 유엔군의 첫 전투 현장인 죽미령 1번 국도 변에 현대식 3층 건물의 유엔군 초전기념관을 개관했다. 이 기념관 1층 도입부에는 적과 마주한 참호에서 경계근무 중인 미 27연대 병사를 동판으로 제작해 놓아 눈길을 끌었다.

 전시관의 하이라이트는 2층. 먼저 죽미령 전투 코너에는 유엔군과 북한군이 펼친 6시간15분간의 치열한 격전 장면을 첨단 모의 사판으로 제작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고, 벽면에는 당시 시간대별 사진과 설명을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

 또 그 후 지금의 우리 코너에는 당시 사진과 유물, 유엔군의 활약상과 전후 고귀한 희생을 추모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노력을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특히 죽미령 전투에 참전한 540명의 동판을 제작해 놓았으나, 현재는 473명의 이름만 새겨져 있을 뿐이다. 빈칸으로 남아 있는 67개의 동판에도 주인공들의 이름이 새겨지길 온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유엔군 초전기념관은 어린이 안보교육 현장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기 중 프로그램은 6·25전쟁과 평화통일 교과과정과 연계해 진행하고 있다. 4·6학년을 대상으로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영하고 호국과 안보에 대한 사실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방학 기간에 진행하는 심화과정은 학생을 대상으로 2박3일 동안 6·25전쟁과 유엔군 죽미령 전투, 호국안보 교육, 나라사랑 정신함양 등 체험 위주 교육을 실시한다.

 특히 유엔군 초전기념관에는 다양한 단체가 자원봉사활동을 펼친다. 기자가 유엔군 초전기념관을 방문했을 때도 주한 미7공군 소속 자원봉사단 20여 명이 기념비 주변 정화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주한미군 자원봉사단은 한여름 뙤약볕 아래 기념비 동판의 녹을 제거하는 데 구슬땀을 흘렸다. 봉사활동을 마친 이들은 전시관을 둘러보며 6·25전쟁 당시 미군의 활약상을 보고 그들의 희생정신에 고마움을 표했다.

 자원봉사활동에 동참한 주한 미7공군 소속 한국인 3세 안용석(28) 하사는 “한국인으로서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는 데 남다른 사명감을 느낀다”면서 “또다시 이 땅에 위기가 닥치더라도 우리 선배들이 했던 것처럼 목숨을 걸고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자료제공:서울지방보훈청>

김용호 기자 < yhkim@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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