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육군6공병여단 황소대대 헌혈동아리 ‘황소사랑나눔’
스스로 금연·금주·다이어트 체력 증진·자존감 향상
이웃 사랑·군인정신 함양·선진 병영 정착 ‘일석삼조’
# 골초도 금연하게 만드는 힘 ‘사랑’
육군6공병여단 황소대대 박진(22) 병장은 8개월 전까지만 해도 ‘골초 병사’였다. 흡연량은 하루 한 갑. 봉급의 상당 부분을 담뱃값으로 지출했다.
지난해 말, 박 병장은 철없던 고교 시절 무심코 배웠던 담배와 작별하기로 결심했다. 2014년을 맞아 새해 목표 1순위를 금연으로 하고 실천에 들어간 것. 그러나 결심은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였다. 오랜 습관이 돼버린 탓에 흡연을 하지 않으면 어김없이 금단 증상이 찾아왔다. 휴가나 외출을 나가 애연가인 친구들과 회식이라도 하는 날에는 담배에 ‘100전 100패’를 당했다.
그랬던 박 병장이 지난 3월부터 달라졌다. 헌혈동아리 ‘황소사랑나눔’에 가입한 것이 계기가 됐다.
“‘헌혈’이라는 작은 실천을 통해 생명을 살리기로 한 만큼 이왕이면 아픈 환자에게 깨끗하고 건강한 혈액을 수혈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담배를 완전히 끊었습니다. 또 휴가·외박을 나가면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일 때가 많았지만 지금은 헌혈을 위해 금주까지 선언했습니다. 그랬더니 친구들이 저보고 ‘군대 가서 많이 변했다’고 하더라고요.”
변한 건 박 병장만이 아니다. 같은 동아리 소속 전병윤(22) 상병은 무려 15㎏을 감량했다. ‘헌혈하기 좋은 몸 상태’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날마다 줄넘기를 하거나 3㎞를 뛰었다. ‘헌혈’이 감량의 비결이라면 비결이 된 셈이다.
“제가 비만 체형이었는데 환자가 건강한 피를 수혈받으면 회복도 빨라진다는 말을 듣고 시간 날 때마다 열심히 운동하기 시작해 3개월 만에 15㎏을 감량했습니다. 남을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오히려 제가 건강한 신체와 ‘하면 된다’는 강한 정신력을 선물 받았습니다.”
# 3월 결성 ‘타인중심’ ‘자발적’ 모임
헌혈동아리 ‘황소사랑나눔’은 대대의 애칭인 황소처럼 거침없이 남을 위한 봉사와 배려를 통해 사랑을 나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3월 결성 이후 41명의 장병이 마음과 뜻을 모아 활동 중이다. 대대 간부들의 동참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합심해 모은 80여 장의 헌혈증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기증,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황소사랑나눔’은 여러 면에서 다른 동아리와 차별된다.
먼저 중심축이 다르다. 통상 병영의 동아리들은 자기계발이라는 ‘나를 위한’ 자기 중심의 모임이지만, 이 동아리는 ‘너를 위한’ 타인 중심의 모임이다.
운영 방식도 철저히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군 특성상 주기를 정해 단체로 헌혈하러 가기에는 제한 사항이 많기 때문에 개인별로 휴가나 외박·외출 기간을 이용해 ‘스스로’ 헌혈하고 있다. 그래서 주중 동아리 활동 시간에는 저마다 축구·탁구·체력단련 등 일반적인 동아리 활동도 겸해서 한다.
2중대 이상열(21) 일병은 “전에는 헌혈에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은 휴가 나가서 여자친구와 함께 ‘헌혈의 집’에 들르는 것이 데이트 코스가 됐다”며 동아리 가입 이후 달라진 일상을 전했다.
# “적에게는 두려움을, 국민에게는 사랑을 나누는 것이 군인의 사명”
‘헌혈’의 힘은 강했다. 앞서 사례처럼 금연·금주·다이어트를 하는 동아리원이 늘면서 체력이 좋아지고, 자아존중감이 높아지면서 생활관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졌다는 것이 병사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다. 그 힘이 고스란히 부대 전투력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끈 동아리의 중심에는 2중대장 김수환(31·3사 45기) 대위가 있다. 그는 자칭타칭 ‘헌혈전도사’로 불린다. 2년 전 대한적십자회로부터 헌혈 유공 금장을 받았고, 현재 64회에 걸쳐 생명나눔에 동참했다. 그의 헌혈 사랑은 생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혈병에 걸린 한 동기의 여동생을 돕기 위해 전우들이 뭉치면서, 작은 실천이 모여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고 이후 주변에 헌혈의 유익함을 알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 김 대위의 설명이다.
적에게는 두려움을 주고 국민에게는 사랑을 전하는 것이 군인의 사명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황소대대는 헌혈을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동시에 강한 군인정신 함양과 선진 병영문화 정착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대대장 김철호(41·학사27기) 중령은 “우리 부대는 앞으로도 헌혈뿐만 아니라 재능나눔, 부대 주변 환경정화활동 등의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