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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도 잊은 가위손 “해군의 멋, 제대로 냈죠”

윤병노

입력 2014. 07. 2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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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이정헤어아카데미 이정림 원장


제주방어사령부 장병들 한 달에 한 번 ‘변신의 날’

이발병 없는 격오지 ‘천사 미용사’ 7년째 봉사활동

장병 정서적 안정 일조…임무수행 능력 향상 효과

 


 

 # 시원한 헤어스타일…스트레스 ‘훌훌’

 “위~이잉! 사각! 사각!”

 아름다운 제주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해군제주방어사령부 268전탐감시대 생활관. 지난 4일 오후 정비실 앞에는 장병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의자 네 개가 가지런히 놓인 좁은 정비실에서는 바리캉(Bariquant)과 가위 소리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무더위 속에서도 장병의 머리카락 손질에 여념이 없는 주인공들은 이정헤어아카데미 소속 미용사들이다. 4명의 미용사는 이날 오전 234전진기지에서 봉사활동을 한 후 268전탐감시대를 방문했다. 미용사들은 오후 5시까지 20여 명의 장병들을 대상으로 멋과 군인정신이 어우러진 헤어스타일을 완성해 줬다.

 이발을 마친 병사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정비실을 나섰고, 대기 중인 병사들은 부러움이 가득한 눈길로 전우를 바라봤다.

 268전탐감시대에는 이발병이 없어 매번 상급부대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하지만 상급부대 이발병의 경계근무 투입 등으로 신속한 지원이 쉽지 않다. 이로 인해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미용사들은 그 누구보다 반가운 손님이다.

 조리병 신재진 상병은 “부대원들의 안전 먹거리를 책임지는 조리병에게 청결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미용사들이 다녀가는 날은 단정해진 헤어스타일 덕분인지 조리 실력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매월 1회, 하루 평균 40여 명 혜택

 제방사와 이정헤어아카데미의 인연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정림 원장과 가깝게 지내던 지인이 234전진기지에서 이발봉사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

 이 원장은 흔쾌히 수락했고 본점과 2·3호점에 근무하는 미용사 4~5명을 파견해 매월 1회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미용사들은 자신의 휴일을 기꺼이 반납하고 234전진기지 장병과 이곳에 정박하는 함정 승조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입소문을 타고 268전탐감시대로 번졌다. 당시 268전탐감시대장이었던 채만호 준위는 이 원장에게 “우리 부대는 워낙 외지라 외부인 왕래가 전혀 없다. 이발봉사는 장병 사기 진작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간곡히 부탁했다.

 이 원장은 채 준위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2008년부터 234전진기지와 268전탐감시대 이발봉사를 병행하게 됐다. 봉사활동은 특정일을 못 박지 않고 부대 일정을 고려해 이뤄지며, 하루 평균 대상자는 40여 명에 달한다.

 이정남(준위) 268전탐감시대장은 “이발봉사는 비슷한 연배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격오지 근무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장병들의 정서적 안정은 남방 해역을 물 샐 틈 없이 감시하는 부대의 임무수행 능력 향상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윤병노 기자 < trylover@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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