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사극 속 군대이야기-오류와 진실

자동화기된 조총, 14개 발사 동작은 어디로…

입력 2014. 05. 1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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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복명복창’과 함께 했던 전통시대 조총과 화포 쏘기


 전통시대부터 암기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큰 소리로 읽으며 그 소리를 자신의 귀로 듣는 것이었다. 거기에 단순히 한 번만 읽는 것이 아니라, 수백 수천 번을 읽어 읊조리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암기된다. 그래서 ‘군대’ 하면 떠오르는 단어인 ‘복명복창’의 경우도 상관이 내린 핵심적인 명령을 부하가 반복하며 외치는 것도 명령사항을 숙지하는 아주 중요한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군대는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한 무기를 다루는 공간이기에 이런 철저한 자기 숙지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전통시대에는 단순히 짧은 복명복창을 넘어서 명령체계나 화기 운용법을 군가(軍歌)로 만들어 부르면서 훈련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기도 하였다.

많은 순서 잊지 않으려 군가로 만들어 불러 사극에선 조준과 함께 방아쇠만 당기면 ‘끝’

 

 

조총에 총알을 집어넣을 때 사용했던 도구인 ‘오구’(烏口). 마치 까마귀 주둥이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끝에 뾰족한 금속 부분을 통해 조총 총구로 총알을 집어넣는데 몸통의 가죽 자루에 철환을 채워 넣고 한 알씩 주둥이 쪽으로 밀어내어 사용했다.  
필자제공


 조총을 비롯한 화기류 운용 시에는 반드시 군가와 함께했다.

 조선 후기는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조총을 비롯한 화약 무기가 폭넓게 보급됐다. 개인용 조총은 물론이고, 소구경 화포인 호준포나 불랑기 등을 활용한 전술이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그런데 당시에는 요즘처럼 탄집이 있거나 자동화될 정도로 발달하지 못했기에 대부분 수동으로 여러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조총을 쏘는 경우도 총 14개 동작을 거쳐야만 탄환을 발사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화약을 넣고, 삭대(꽂을대)로 화약을 다져 넣은 후에 탄알을 넣어 다시 삭대로 누르고 그 위에 덮개 종이를 넣고 다시 삭대로 다져야 총구 부분에 대한 준비는 끝낼 수 있었다. 이후에 다시 격발부위인 화기 아가리 부분에도 상당히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조총을 쏠 수 있었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조총 훈련장에는 ‘총가’(銃歌) 외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소구경이나 대구경 화포류에서도 ‘포가’(砲歌)라는 이름으로 포 쏘는 순서를 군가처럼 만들어 부르기도 했다. 특히 대구경 화포류는 몇 명이 함께 조를 이뤄 발사해야 했기에 일종의 복명복창과 같은 의미로 포가를 외쳐댔다.


 사극 속 조총이나 화포 발사 장면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하지만, 조선 후기 관련 사극 속 전투장면에서 화약 무기를 쏘는 장면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적이 몰려오고 있음에도 안정적으로 대열을 유지하며 아주 빠르게 한 명의 군사가 연속 사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전투 상황은 거의 그렇지 못했다. 병서에서는 전투 중 조총을 쏘는 병사들의 행태를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어떤 병사는 총알을 장전하려 입에 물고 있다가 놀라서 꿀꺽 삼키는 경우도 있고, 총알을 넣는 것을 까먹고 꽂을대로 열심히 쑤시고 있는 예도 있고, 꽂을대를 대충 사용해서 총구를 겨누다가 총알이 흘러내리는 경우 등 웃지 못할 일들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조선 후기는 ‘윤방법’(輪放法)이라고 해서 열을 지어 서서 앞사람이 쏘고 뒷열로 물러가고, 재장전 준비를 하는 사이 뒷사람이 앞으로 나가 연속으로 사격하는 전술을 채택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구경 화포도 한 번 발사 이후에 다시 처음부터 십여 가지 순서를 입으로 외치면서 여러 명이 포탄을 재장전해야 했기에 수시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극 속 화약 무기를 활용하는 군사는 축소·요약본이다.

 사극 속에 등장하는 화약 무기를 활용하는 군사들은 거의 맨몸에 조총만 덩그러니 들고 전장을 누비고 다니고 한 번 발사한 조총을 재장전 과정도 없이 연거푸 발사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부 사극에서는 심지인 화승에 불을 붙여 마치 도화선이 타 들어가 한참을 기다렸다가 방아쇠를 당기는 어이없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조총은 기본적으로 조준과 동시에 방아쇠를 당기면 불이 붙은 화승이 방아쇠 바로 위쪽 화약 접시 속으로 들어가 점화용 화약에 불을 붙이고 이것이 발사용 화약에 옮겨 붙어 탄환을 발사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에 도화선처럼 타는 장면은 아예 존재할 수가 없다. 조선시대 군사들이 화약무기 훈련 시나 전투에서도 쉼 없이 복명복창했던 의미를 사극 연출진들이 한번쯤 되새겼으면 한다.

<최형국 역사학 박사·한국전통무예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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