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국방일보·전쟁기념관 유물기증 캠페인

프랑스 청년이 남기고 간 소중한 선물

입력 2014. 05. 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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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프랑스 참전용사 뒤랑의 전쟁수첩 뒤랑


부사관 지원6·25전쟁 두번이나 참전

지평리·단장의 능선 등 주요 전투 기록

160페이지에 소소한 추억까지 작성해

 

2014년  5월 13일 화요일

무적최강소대라는 표지앞에 선 뒤랑(가운데)와 프랑스대대 소속 한국군소대원들.
전쟁기념관 제공

뒤랑의 수첩 표지(왼쪽)와 내지.

 

   2002년에 개봉한 랜달 월러스 감독의 영화 ‘위 워 솔저스(We were soldiers)’에는 주인공이 죽은 베트남 병사의 수첩을 그의 애인에게 자필편지와 함께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사랑했던 남자가 겪었을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을 그리워했던 마음이 적힌 수첩을 받아든 그녀에게 그 수첩은 이 세상에서 다시는 볼 수 없는 그가 남기고 간 선물이다.

 전쟁기념관 3층 ‘유엔참전실’에도 이와 비슷한 선물이 있다. 프랑스 청년 뒤랑(Pierre Durand)의 수첩이다. 이 유물은 6·25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전후세대들에게 타국에서 전쟁을 경험한 이방인의 시선으로 잠시나마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한다.

 수첩의 주인공인 뒤랑은 몽클라르 장군이 이끄는 프랑스대대에 부사관으로 지원, 6·25전쟁에 두 번이나 참전했다. 1951년 4월 21일부터 5월 12일까지, 그리고 1953년 3월 10일 부터 10월 25일까지 이국땅의 전선을 누볐다.

 고국인 프랑스의 마르세유 항구를 출발해 부산에 도착한 후부터 전쟁터에서 일상을 보낸 그는 개인 수첩에 지평리 전투, 단장의 능선 전투, 중가산 전투 등 참전했던 주요 전투를 짤막하지만 진실한 문장으로 기록했다.

 160여 페이지에 달하는 그의 수첩에는 항해의 고통, 한국에서의 끔찍한 추위, 한국군 장병을 구하고 지뢰밭에서 죽어간 프랑스 군의관 장 루이 소령의 이야기, 공포에 사로잡힌 피난민들의 모습 등 전쟁의 참상 뿐 아니라 새 군복을 받아들고 행복해하며 동료들과 술을 나눠 마셨던 일 처럼 소소한 추억까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직면한 사람들의 모습을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북한군 1명이 투항하다. 아주 평화로운 밤이다”

 대대원 가운데 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단장의 능선 전투를 치른 일주일 후인 1951년 10월 어느 날의 기록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날들 가운데서도 이 프랑스 청년은 이역만리 땅에서 잠시나마 평화를 느꼈다. 그가 짧은 순간 느꼈던 ‘평화’는 작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언제나 들이마실 수 있는 공기처럼 그 소중함이 잘 느껴지지 않게 됐다. 하지만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발 디디고 있는 이 땅에서 전쟁터의 장병들이 살아 숨 쉴 수 있었던 잠깐의 시간을 평화라고 기록했던 날들이 있었음을 말이다.

<박상현 전쟁기념관 학예관>

 ■ 수집대상: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전쟁과 관련한 문서·무기·장비·장구·복식·상장·훈장·편지·그림·일기·책·생활용품과 전쟁 당시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자료 일체

 ■ 기증 문의:02-709-3056 (전쟁기념관 유물관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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