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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나이·역사… 한자를 이해하면 더 선명해져

입력 2014. 03. 1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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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춘추(春秋)의 여러 얼굴


 봄과 가을 두 계절을 합친 춘추(春秋)는 마치 맥가이버의 만능 칼처럼 여러 용도로 쓰인다. 여름과 겨울을 합친 하동(夏冬)이 기껏 그 두 계절의 의미밖에 가지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좋은 계절이어서 그 의미가 그리 커졌을까.

 춘추는 연세(年歲)와 함께 나이를 이르는 한자말이다. 춘추와 연세를 ‘나이의 높임말’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토박이말이면 상말이고 한자어라야 점잖다는 생각이 이런 식으로 우리 국어에 반영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오래된 관행에 따른 것이나, 우리말의 품격을 높인다는 점에서 마땅히 재고해야 할 터다. 필자는 ‘나이’란 말을 쓰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논하며, 궁형(宮刑)을 받고서도 의연히 역사를 기록한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BC100년경)와 함께 중국 고전 역사책 ‘춘추’를 언급하지 않으면 동양의 지식인 축에 못 든다. 공자가 BC 5세기 초에 엮은[편(編)] 것으로 유교의 5경 중 하나였다. 선조들의 ‘고등고시’였던 과거시험의 필수과목이었다.

 하(夏) 상(商) 주(周)나라 등 고대 왕조 이후 중국을 진(秦)시황이 통일할 때까지를 가리키는 시대구분인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의 앞부분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시대에 이 이름을 붙인 것은 공자의 그 저술에 따른 것이다.

 그 저술의 중요성 때문에 춘추는 그대로 ‘역사(歷史)’라는 뜻으로 의미가 늘어났다. 또 그 ‘춘추’(역사)를 쓰기 위해서는 가을 서리[추상(秋霜)] 같은 냉철함을 가져야 한다고 해서 그런 정직하고 당당한 저술의 자세를 춘추필법(春秋筆法)이라고 한다. 엄숙한 분위기다. 신문의 칼럼 이름에 ‘춘추’가 많이 들어가는 이유다.

 세월이나 해[년(年)]를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한자(어)를 이해하면 말의 뜻이 더 선명하게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강상헌 언론인·(사)우리글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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