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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朕)이 인정하노라’… 아하~ 下賜<하사>가 그 말이구나

입력 2014. 02. 2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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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액 (賜額)


 조선의 왕 명종은 1550년 2월 풍기의 백운동서원에 ‘소수서원’이란 이름의 액자(額字)를 내린다. 임금이 무엇인가를 줄 때 이를 ‘하사(下賜)’라고 했다. ‘아래로 준다’는 뜻이다. ‘준다’는 사와 ‘액자’의 액의 합체가 사액(賜額)이다. 임금의 사액과 함께 이 서원의 이름은 소수서원으로 바뀌었으며, 현재 경북 영주시 순흥면에 위치한다. 사적 제55호.

 서원은 중국에서 유래한, 유교의 제사와 교육기능을 갖춘 시설이었다. 성균관(成均館)과 같은 국립, 향교(鄕校)와 같은 공립시설과 달리 향토에 기반을 둔 사설기구였다. 요즘 식으로는 사립학교인 셈이다.

 제사와 교육의 의도로 1543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세워진 백운동서원은 이 지역 출신 유학자인 안향(安珦)을 기리기 위한 시설이었다. 퇴계 이황이 이곳의 군수로 부임해 국가의 지원을 건의했다. 임금의 사액 행위는 말하자면 ‘짐(朕)이 이를 인정하노라’ 하는 공인의 의미다. 이밖에도 책·노비·토지 등도 줬다.

 지방 교육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의도로 시작된 이 사액서원 제도는 훗날 대원군의 서원 철폐(1868)로 사양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소수서원을 비롯한 47개 서원은 문을 닫지 않았다.

 서원뿐만 아니고 제사 지내는 집인 사당이나 누문에도 액자를 내리기도 했다. 사액을 받으면 서원은 사액서원, 사당은 사액사당으로 격(格)이 높아졌다. 누문은 남대문 같은 성문처럼 다락집 아래로 사람과 마차 등이 드나들도록 한 문이다.

 은혜를 베푼다는 뜻으로 높은 사람이 내려 주는 것이 ‘사(賜)’다. 요즘도 간혹 높은 직책의 사람들과 관련한 일에서 ‘하사금’ ‘하사품’이란 말을 쓰는 사람이 있다. 왕조시대의 잔재라 하겠다. 어색하기도 하거니와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언어로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강상헌 언론인·(사)우리글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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