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차이야기

서방측 전차부대 관계자 대항책 마련에 분주

입력 2014. 02. 10   16:41
0 댓글

<55>소련 T-10 중전차 등장


미국의 M103A2 중(重)전차.  
필자제공

1945년 5월 연합군은 소련군이 처음 공개한 신형 전차 IS-3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낮게 깔린 실루엣, 피탄경사를 극대화한 포탑과 차체, 122㎜에 달하는 강력한 주포와 중장갑을 겸비한 이 신형 중(重)전차는 독일의 패망으로 소련을 적대세력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서방 측 전차부대 관계자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1953년 당시 상당한 중장갑 자랑

 

 연합군에게 이 전차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소련이 그보다 개량된 중(重)전차를 꾸준히 개발 중이라는 데 있었다. 이런 중전차에 대항하지 않는다면 자칫 수적으로도 압도적인 소련군에게 질적으로까지 밀릴 수 있었다. 특히 53년 등장한 T-10 중전차는 무게 52톤으로 당시로서는 상당한 중장갑을 자랑했으며 이런 소련의 움직임에 서방 측 역시 어떻게든 대항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빠지게 됐다.

 이렇게 되자 미국·영국은 매우 비슷한 대응책을 세우게 됐다. 60톤이 넘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무게와 중장갑을 갖춘 전차에 대공포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강력한 120㎜ 주포를 얹은 중전차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 중전차들이 후방에서 강력한 원거리 타격화력을 형성하며 소련군의 중전차를 상대하는 동안 전방에서 센츄리언이나 M48 등의 주력전차들을 주 전력으로 해 소련 기갑부대를 상대하자는 것이었다.

 먼저 등장한 것이 영국의 콘커러(정복자)였다. 미국제 120㎜ 대공포를 개량한 거대하고 강력한 주포를 장착한 무게 66톤의 이 전차는 55년부터 생산됐으며 장갑 역시 최대 180㎜로 등장할 당시에는 상당한 방어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 전차는 강력한 화력과 방어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주행 능력이었다. 최대 속도 34㎞/h라는, 당시 기준으로도 느린 축에 드는 것도 문제였지만 연비가 극도로 나빠 70㎞도 채 주행하지 못했다. 여기에 기계적 신뢰성 역시 썩 좋지 않아 잦은 고장에 시달렸다. 결국 영국은 이 전차를 겨우 185대 생산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2년 뒤인 57년 미국도 매우 비슷한 아이디어를 갖고 만든 신형 중전차 M103을 선보였다. 영국의 콘커러에 비하면 다소 세련된 설계 기법을 도입, 주조 포탑과 차체를 응용하는 등으로 장갑 두께는 사실상 같지만 무게는 조금 더 가벼운 59톤으로 줄었다. 또 탄피와 탄두가 분리된 분리식 장약을 사용하는 주포(콘커러와 사실상 같은 포)의 발사 속도를 보완하기 위해 탄약수를 두 명이나 탑승시켰다. 하지만 기동력은 최대속도 34㎞/h로 콘커러와 별 차이가 없었으며 주행거리 역시 콘커러보다는 좋지만 130㎞로 결코 좋지 못했다(연료 탑재량은 무려 710리터). 이 문제는 나중에 엔진을 디젤로 바꾼 M103A2가 나오면서 크게 개선되기는 했으나(주행거리가 480㎞로 증대) 최대 속도는 M103A2에서도 37㎞/h로 여전히 한계가 분명했다.

美·英도 개발했지만 기동성에 제약

 

 이처럼 소련과 미국·영국은 50년대 제법 비슷해 보이는 중전차를 각각 개발해 앞다퉈 배치했지만 그것들의 운명도 매우 비슷하게 흘러갔다. 세 나라 모두 오래 지나지 않아 기껏 개발한 중전차들이 별 장점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능력이 아직 강력하게 평가받던 시기에는 인프라가 좋지 않아 운용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으며 특히 영국·미국의 차량들은 소련의 T-10을 능가하는 상당한 무게로 인해 기동성에 제약이 컸다.
 게다가 이 전차들의 능력은 빠른 속도로 구식화됐다. 기술 발달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각국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주력전차의 능력 역시 빠르게 향상된 것이다. 60년대에 이르면 미국-영국-소련 모두 대량으로 배치한 주력전차 수준이 50년대에 운용되던 중전차를 무력화시킬 정도로 발달했으며 이 때문에 영국의 콘커러는 60년대를 넘기지 못하고 전부 퇴역하고 말았다. 미국은 M103A2를 해병대에서 70년대 초반까지 운용했을 뿐 육군에서는 60년대에 퇴역시켰다. 다만 소련은 T-10 전차를 70년대 끝무렵까지 몇 차례 개량을 거쳐 운용하고 일부는 비축 차량으로 90년대까지 가동 상태로 보관했으나 그 생산 수량은 2500대로 50년대의 소련 전차치고는 적은 편이었다.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중전차가 사실상 ‘공룡‘처럼 사라지게 된 셈이었다.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