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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님들의 외로운 시간여행 종결시켜 드리겠습니다

유차영 육군대령 기사입력 2013. 12. 25   16:41

유차영 육군대령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발발한 6·25전쟁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의해 적대적 상황하의 전투적 작전이 정지된 지 63년이 지났습니다. 6·25전쟁 당시 국군전사ㆍ실종자는 16만2394명, 이 중 유해가 수습돼 현충원에 안장된 전사자는 2만9202위이며, 미 수습 전사자가 무려 13만3192명이나 됩니다.

 조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개인의 목숨을 담보로 전장에 나서도록 명령하는 것이 국가의 권리라면, 전쟁이 종식됐을 때 반드시 그분들을 모셔 와 국가의 이름으로 선양하는 것이 권리 이면에 있는 국가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총성은 멈췄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적대적 상황의 연속 속에 전투근무지원 차원의 유해발굴감식작전은 현재진행형으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재진행형 전투근무지원 작전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마지막 한 분까지 모셔서 가족의 품으로 돌려드리는 동시에 국가의 이름으로 선양하는 것이 바로 저희 유해발굴감식단의 소명과 사명이며, 대한민국의 숭고한 의무이기도 합니다.

 저희들은 60여 년 전,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을 가슴에 품고 산화하신 호국영령들 중 미수습 영령들을 ‘호국영령’이라고 하는 보통명사에서, 조국의 부름을 받고 전장에 나서서 적과 전투를 하다가 산화하신 누구누구의 아버지, 삼촌, 형이라는 고유명사로 찾아 모셔서 유가족들의 품에 안겨드림으로써 조국의 손길을 기다리는 외로운 시간여행을 종결시켜 드리고, 이어서 조국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그 명예를 선양하고, 유훈을 거양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부대는 조국을 위해 헌신 산화하신 분들을 푯대로 국내적으로는 굳건한 국민적 안보 공감대를 확산하고 가슴과 가슴을 응결하는 애국심을 고양하는 고품격 선진군사문화를 창달해 계승하고, 국제적으로는 6ㆍ25참전 및 지원 63개국에 대한 감사와 보답을 이행하며, 인류적으로는 인본주의와 인권을 융합하는 고품격 선진 군사안보문화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숙고하고 고뇌하겠습니다.

 이를 위한 철학적 가치의 근저는 비례삼불(非禮三不), 귀가국선(歸家國宣)입니다. 비례불사(非禮不思), 비례불촉(非禮不觸), 비례부동(非禮不動)은 경건하고 엄숙한 예의와 형식적 절차를 갖추지 않으면 생각하지도 만지지도 모시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경건하고 엄숙한 정성과 절차와 예우를 다하는 방식으로 호국영령들을 가족의 품으로 모셔드린 상태에서 다시 국선, 즉 국가의 이름으로 선양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희 유해발굴감식단 전 단원은 세계적으로 미국과 대한민국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유해발굴감식전문기관의 공조직 성원으로서 경건하고 엄숙한 소명과 사명을 이행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약속        

     -6ㆍ25전쟁 호국영령님에게-

 

 너무 늦었습니다
 이제라도 님들의 외로운 시간여행을
 종결시켜 드리겠습니다
 미안하고 죄송하고
   부끄러운 감사를 드립니다
 끝까지 책임진다는 말도
 너무 늦었습니다.
 
 단지 명령에 따랐을 뿐,
 지금도 아무 말 없이
 정지된 전쟁터 묻혀진 땅속 전투호에서
 백골의 경계태세로 웅크리고 앉아
 그리움 달래주는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벗 삼아
 조국의 자유를 지키고 계시는
 님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비례삼불(非禮三不:不思, 不觸, 不動),
 귀가국선(歸家國宣)하겠나이다
 용서하소서,
 부디 해량하여 주소서
 은혜를 잃어버린 자유의 방자함을
 두 쪽으로 진창 난 조국의 무엄함을
 자유가 공짜인 줄 방종하는 무지함을
 색깔당착에 휘둘리는 한량들의 오만불손을
 
 그리고 부추기소서
 잊혀져 가는 기억 속 전쟁의 상처를
 지워져 가는 가슴 아린 역사의 흔적을
 님들께서,
   마지막 부르짖던 자유를 향한 절규를
 
 약속드립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님들께서 귀가국선하시는
 마지막 그날까지
    2013. 12. 26. 활초 유차영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본지가 기획한 ‘참전용사께 감사편지 쓰기’ 캠페인에 그동안 보내주신 국군장병, 필자 및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유차영 육군대령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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