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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당신의 눈물 잊지 않겠습니다

입력 2013. 12. 1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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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희 중위 육군1사단


˝선배 전우님! 약속드립니다  적이 도발하면 나 하나의 목숨으로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혼을 다해 교육할 것이며 싸울 것입니다"

 전진! 안녕하십니까? 1사단 최전방 경계지역에서 근무하는 중위 한대희입니다. 중학교 때 선배 전우님 한 분의 연설을 듣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관심도 없었고 지루하다는 생각을 갖고 책상에 낙서를 하며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선배 전우님께서 갑작스럽게 눈물을 흘리며 외쳤습니다.

 ˝지금 그 새까만 먼지 속에 있었더라면 생고구마를 훔쳐 먹으며 전우의 눈치를 보지도 않았을 거고 쓰러져 비명을 지르는 전우의 뒤에 숨지도 않을 겁니다. 내 앞의 전우가 쓰러지고 포탄으로 찢겨나간 팔이 눈앞에서 날아갔어요. 난 순식간에 겁에 질렸고 쓰러진 전우 뒤에 온힘을 다해 숨었어요. 그게 내 전우의 신음소리가 계속 들렸는데 난 숨을 수밖에 없었어요.” 선배 전우님의 눈물은 뜨거워 보였고 세상의 후회가 가득 담겨 보이기도 했습니다.

 연설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왜 당신께서 그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르는 채 총과 탄을 들고 전장을 뛰어다녀야 했는지 왜 대한민국의 대지에 서로의 피를 흩뿌려야 했는지, 전쟁이 끝나고 함성을 지르며 눈물을 함께 흘려야 했는지를 들었습니다. 어쩌면 당신께서 저희를 바라보시며 흘리셨던 그 눈물이 지금 저를 이곳에 존재하게 한 것 같습니다.

 전 매일 철책선을 걷습니다. 순찰을 돌며 초소를 방문하면 차가운 칼바람에도 지치지 않고 전방을 주시하는 늠름한 장병들과 전방을 바라보고 있으면 새빨간 경계등과 얼어붙은 철조망이 그 냉혹했던 과거를 비추어 줍니다. 서로가 피눈물을 흘리며 싸웠던 그 전장. 그곳에 당신께서 계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전우들이 그 칠흑같이 어두운 철책 너머의 숲에 아직도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외롭게 잠들어 있습니다. 그분들이 가족들의 품에서 편안하게 떠나셨으면 하는 마음이 가슴을 울렁거리게 합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강합니다. 하지만 분단국가라는 현실은 언제나 저를 불안하게 합니다. 그들의 목적을 알고 있기에 어느날 갑자기 제 전우는 물론이고 제가 사랑하는 가족들도 과거 그 고통 속에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저를 차갑게 합니다.

 저와 비슷했을 그 나이에 총 한 자루를 손에 쥐고 전우들의 피로 가득 찬 대지를 뛰어다닌 선배 전우님! 약속드립니다. 적이 도발하면 나 하나의 목숨으로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혼을 다해 장병들을 교육할 것이며 그들의 도발로 대한민국의 영토가 군화 발자국으로 뒤덮이는 날이 온다면 가장 앞에서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뜨거운 눈물을 흘리셨던 그 선배 전우님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대한민국이 얼마나 아름다운 국가이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어떤 자유와 행복을 주는지를. 자신들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하고,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그들에게 이런 행복을 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 하늘로 떠나감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얼마나 울부짖었는지를 당신을 통해 알게 됐음에. 제가 여러분들과 같은 시대에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쁩니다.

 하지만 이 대한민국의 일부분은 제 가슴에, 대한민국의 가슴에 거대한 구멍을 만들고 슬프게 만듭니다. 또한 안타깝습니다. 우리에게 상처를 입혔던 자들에게 놀아나 대한민국을 스스로 망치고 있는 그들이. 하지만 당신께서는 슬퍼하지도 원망하지도 마십시오. 제가 알고 있습니다. 당신께서 흘리셨던 눈물의 이유를. 저와 함께하는 전우들이 알고 있습니다. 당신께서 이루신 지금의 대한민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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