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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전투 영웅은 6ㆍ25전쟁 참전용사

입력 2013. 11. 2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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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윤유진 대위(진) 육군6포병여단



“내가 예전에 6ㆍ25전쟁에 참전했을 때

생각이 많이 나 그때 소대장님이 딱

지금 중위님 나이였어 저 위에 있는

고지 알죠?(백마고지) 저것 지킨다고…”

대한민국의 안위를 생각하는

당신은 진정한 전투영웅입니다

이 나라를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젠 저희가 지키겠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가 세찬 바람에 파르르 몸을 떠는 모양이 겨울로 접어들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전투복을 입고 길을 걷고 있던 어느 날, 제 눈앞에 한 할아버지가 나타났습니다. “충~성! 중위님! 날씨 추운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충~성!” 순간 동네가 떠나갈 듯 큰 목소리에 길 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지만, 저는 당황한 기색 없이 웃으며 “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께서도 고생하십시오”라고 말하고 길을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똑같은 장소에서 그분을 또 뵙게 됐습니다. 저를 발견한 할아버지는 그때처럼 반갑게 경례구호와 함께 한마디를 하고 지나가셨습니다. “내가 예전에 6ㆍ25 전쟁에 참전했을 때 생각이 많이 나. 그때 소대장님이 딱 지금 중위님 나이였어. 저 위에 있는 고지 알죠?(백마고지) 저것 지킨다고….”

 저는 전쟁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는 할아버지의 눈동자에 맺힌 눈물을 보았습니다. 동시에 제 머릿속에는 군가 ‘겨레여 영원하여라’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천지가 진동하고 지각이 무너지는 싸움터에서….’ 우리가 실제 전장에서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당시 참전용사들처럼 승리를 향해 적진으로 돌격할 수 있을까? 모든 군인은 ‘당연한 군인의 임무다’라고 답하지만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날 이후, 저는 장병들에게 정신교육 시 ‘자신이 전장상황에 있다면 참전용사들같이 싸울 수 있겠는가?’라는 주제로 전투감각을 제고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저 또한 학습자의 심정으로 연구하고 심사숙고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전장상황에서 꼭 필요한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훈련의 숙달과 환경의 적응입니다. 군인으로서 교육훈련을 통한 주특기를 연마하는 것은 물론, 적 도발에 대비한 즉각대응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은 기본적인 사항입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白戰不殆)’라는 말처럼 적을 알고 나를 알 수 있도록 끊임없는 훈련과 연구를 통해 환경을 극복하고 승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싸워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 즉 강한 정신력입니다. 강한 체력도 필수지만 ‘정신이 신체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전투 중 장병들은 전장공포와 더불어 각종 전투피로와 환경의 영향 등으로 지쳐갈 것입니다. 이에 발휘되는 것이 정신력입니다. ‘할 수 있다. 이길 수 있다’ 등의 긍정적인 마인드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셋째, 역사인식을 통한 애국심 고취입니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고난했던 6ㆍ25전쟁, 일제강점기만 살펴봐도 수많은 청춘과 애국선열들이 희생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는 일어나서 안 될 역사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우리는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 준 선배전우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아울러 사랑하는 가족과 국가를 위해 군인으로서의 의무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저보다도 키가 훨씬 작고 등도 굽어 쓸쓸함까지 느껴지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저려왔습니다. 그 당시 6ㆍ25전쟁에 참가했던 장병들은 지금의 저와 같은 소대장을 믿고 따르며 목숨을 걸고 나가 싸웠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욱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시대가 바뀌고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모든 것이 성장했지만 휴전선을 지키는 우리 군의 임무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선배전우들이 물려 준 아름다운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세상이 떠나갈 듯한 당신의 경례소리가 아직도 가슴속에 메아리칩니다. 언제 어느 순간에도 군 시절을 잊지 않고 대한민국의 안위를 생각하는 당신은 대한민국의 진정한 전투영웅이자 우리의 선배 전우입니다. “이 나라를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젠 저희가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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