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이동진의 지구 한바퀴

새로움을 추구하면서도… ‘나눔의 삶’ 깨닫다

이승복

입력 2013. 11. 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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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청년 이동진의 지구 한바퀴<61>


경희대 건축학과를 다니던 중 해병대를 지원해 경북 포항 1사단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 전역 나흘 만에 히말라야 곤도고로라(5690m) 등정에 성공,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울진~독도 수영 횡단(240㎞), 아마존 정글 마라톤 완주(222㎞), 미 대륙 자전거 횡단(6000㎞)을 하는 등 도전정신을 끊임없이 발산하는 젊은이다.→

 

태국의 수도 방콕을 가로지르는 차오프라야 강.

 

 전 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니 보편적 가치에 대해 깨달은 바가 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수백 년 된 작품들을 보면서 역사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반복과 순환의 원리를 알려준다는 것을 알았다. 생은 반복되고 전 세계의 흐름과 우주의 역사 또한 끊임없이 반복된다. 한 개인도 어떤 패턴에 의해 살아가고 그렇기에 결국 그 흐름을 타고 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게 된다. 그랬기에 나는 스스로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나는 어떤 패턴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어찌 보면 관성의 법칙으로 인간의 삶을 표현할 수 있다. 그 패턴을 완전히 멈춰버리고 새롭게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려면 결단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습관을 바꾸면 인생도 바뀐다

 결국 습관을 바꿔야 인생을 원하는 방향대로 이끌 수 있다. 한국을 떠나 밖으로 나오니 나에 대해 자꾸 돌아보게 되고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부를 갖고 싶다면 부자의 습관을 그대로 갖고 살아가면 결국 부자가 될 수밖에 없다. 부지런해지고 싶으면 부지런한 습관을, 공부를 잘하고 싶으면 공부 잘하는 습관을 고스란히 체득하면 된다.

 개인의 편차는 있겠지만 이것은 시간문제일 뿐 성공할 수 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몸이 힘들고 정신이 피폐해지는 순간부터 진짜 내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인간은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 크게 성장한다고 이야기하는가 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방콕 중심을 흐르는 차오프라야 강 근처로 갔다. 100명 정도 들어가는 크지 않은 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관광의 도시라고 일컫는 방콕. 그런데 내가 느끼는 방콕은 온통 더럽고 지저분한 모습뿐이었다. 도로는 수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매연으로 눈이 아팠고 시장통에는 온갖 이상한 냄새가 섞여 악취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시장 상인들 또한 게으른 것인지 원래 성격이 차분한 것인지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20~30%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태국 시내에 있는 왓포를 방문을 했다. 와상불이라 불리는 49m의 부처상이 사원 안에 누워 있었다. 유럽에서 본 문화재나 오래된 성당, 성 외곽을 보았을 때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부처상의 크기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지만 사원 정원에 있는 조형물들은 깨지거나 이끼가 낄 정도로 더러웠으며 정부에서는 문화재를 관광 목적으로 활용할 뿐 어떤 보전의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내내 ‘성장을 위한 변화’라는 주제를 갖고 고민하다 보니, 겉으로 보이는 모습들을 가지고 비판적인 사고를 통한 발전 가능성을 계속해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과거에는 한국이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방문했던 나라들의 선진화된 부분들이 기준이 돼 판단하고 있다.

 왕궁과 그 옆에 있는 또 다른 관광지는 행사로 인해 일찍 문을 닫는 바람에 들어가지 못해 다시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방콕을 가로지르는 차오프라야 강은 한강보다 폭이 좁고 훨씬 더러웠다. 그 더러움은 피부병에 걸릴 것 같은 정도였다.

 멋지고 좋은 건물을 들여놓는 것보다 어떻게 관리하고, 유지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고, 사랑하는 것보다 깊은 사랑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시작 자체보다 이어가는 과정이 중요


 그러고 보면 세상의 이치는 시작하는 자체보다 그것을 이어나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곧 본질이고, 그 본질이 자리 잡으면 그다음 외적인 것은 자연스럽게 바뀌기 때문이다. 겉보다는 마음을 다듬는 데 더 신경을 쓰는 사람에게는 겉모습 또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움과 멋진 모습을 얻게 될 것이다.

 세계 일주는 나에게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줬다. 새로운 것을 하면서도 동시에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끊임없이 나누고 소진시키는 것이 맞다. 세상은 절대로 혼자 살아갈 수 없고 모든 것은 균형을 맞춰가면서 긴밀하게 연결되는 것이기에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없이 그저 마음 속에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도와가면서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루 동안의 시내 관광을 마치고 호스텔로 돌아왔다. 너무 피곤한 몸과 마음을 뒤로하고 어두워져 가는 저녁에 식사하기 위해 시장을 찾았다. 이곳은 1990년대 초 내가 살았던 서울 은평구의 재래식 시장과 비슷한 느낌을 자아냈다.

 그곳은 현대식은 아니었지만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어느 날 번화가 안에는 대형 상점이 생겼고, 그곳으로 가는 날이 점점 많아졌지만 그곳보다는 재래식 시장을 갈 때가 훨씬 더 좋았다.

 내일 저녁이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탄다. 마지막 날을 어떻게 장식할까 생각해 보니 바다에 가는 것이 좋을 듯했다. 일정을 계산해 보니 시간이 없었다. 지금 방콕 공항으로 출발해 큰 가방을 맡겨둔 다음 내일 아침 일찍 해변에 다녀오는 방법 외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어느 해변으로 가면 좋을지는 일단 내일 시외버스터미널에 가서 생각해 보자.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말처럼 내게도 끝이 찾아왔다.

 기쁘면서도 허탈한 마음에 섭섭하지만 오랫동안 다니다 보니 심신이 지쳐 한국에 돌아가 당분간은 안정된 곳에서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안정된 것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지난 과거의 나를 돌이켜 본다.

 

  


 

이승복 기자 < yhs920@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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