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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한 지형으로 적을 유인해 공격하라

입력 2013. 10. 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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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탁구와 지형


냉전시대 미국-중국의 죽의 장막을 허물었던 탁구 외교  네트 넘어 탁구공이 오가듯 ‘DMZ 평화공원 조성’ 소망

 ‘유엔 데이’다. 1945년 10월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국제연합이 조직된 것을 기념한다. 그럼에도 동서 진영의 첨예한 대립은 계속됐다. 이 벽을 한순간에 허문 것이 탁구다. 이른바 ‘핑퐁(ping pong)’ 외교로 일컫는 미국 탁구대표 선수단이 1971년 4월 중국을 방문해 상호교류를 시작했다.

● 지형 형태별 병력 운용

 손자병법 제10편에서는 지형의 6가지 형태와 특징을 말하고 있다.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형(通形), 경사지인 괘형(卦形), 가지(枝)처럼 얽힌 지형(支形), 좁고 기다란 애형(隘形), 험준한 험형(險形), 멀리 있는 원형(遠形)이 있다.

 여기에서 支形은 ‘아출이불리(我出而不利)하고 피출이불리(彼出而不利)’이다. 아군이 진출해도 불리하고 적이 진출해도 불리한 곳을 말한다. 따라서 적의 유인에 현혹되지 말고, 적을 유인해 공격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隘形은 ‘아선거지(我先居之)면 필영지이대적(必盈之以待敵)’이다. 이러한 지형을 만나면 아군이 먼저 점령하고 반드시 병목 지점에 매복해 적을 기다리는 것이 유리하다. 애형은 2개의 산 사이의 협곡처럼 좁은 모양으로 된 곳이며, 盈은 가득 배치한다는 뜻이다.

 險形은 ‘아선거지(我先居之)면 필거고양이대적(必居高揚以待敵), 약적선거지(若敵先居之)면 인이거지(引而去之)하고 물종야(勿從也)’ 해야 한다. 즉, 아군이 먼저 점령하되 반드시 햇볕이 드는 고지대를 점령해 적을 기다린다. 그리고 만약 적이 먼저 점령했다면 병력을 후퇴시켜 쫓아 들어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탁구에서 1.52×2.74m에 불과한 녹색 테이블에서 2.5g의 공은 시속 110㎞가 넘는 속도로 오간다. 테이블 코너와 네트 등 지형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  탁구


 탁구(table tennis)는 인도에 주둔하던 영국군이 1881년 시작했다. 그들은 저녁식사 후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담배 상자 위에 만든 네트를 두고, 샴페인 코르크를 깎아 만든 공을 치기 시작했다. 1900년에 속이 빈 셀룰로이드 공이 도입되고, 서비스와 스핀 기술의 발전은 경기의 흥미를 더하고 있다.

 한국 탁구는 정부수립 후 구기 종목에서 처음으로 세계 정상에 등극했다.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이에리사와 정현숙 등은 호흡을 맞춰 중국과 일본을 연파했다. 이어 19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한국 여자 탁구의 대명사로 활약했던 현정화가 있다. 그녀는 1987년 인도 뉴델리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복식에서 양영자와 함께 우승했다. 이때 4강전에서 세트스코어 2대2 상황에서 11-18로 7점을 뒤지고 있었다. 모두가 ‘경기는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한 점 한 점 따라잡아 21-18로 경기에서 이겼다. 한국 탁구 사상 최고의 역전 드라마였다. 그리고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복식, 1989년 독일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혼합복식, 1991년 여자단체전, 개인단식 모두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탁구를 통해 ‘죽(竹)의 장막’은 걷히고 베트남전쟁은 파리평화협정조인(1973. 1. 23)으로 이어졌다.

●  장벽(T-wall)과 분단선

 분단의 상징은 휴전선을 연한 DMZ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북위 17도선 ‘V(베트남)-DMZ’가 있다. 이들은 포츠담회담의 산물이다. 한반도는 북위 38도선으로 분단 후 구 소련군과 미군이 각각 점령했다. 6·25전쟁을 거치면서 현재의 248㎞에 이르는 휴전선이 설치됐다. 베트남 또한 북위 16도선으로 분단 후 북부 지역은 중국군 윈난(雲南) 성 군벌 루한이 지휘하는 18만 명이, 남부 지역은 영국군 그레이시 소장이 지휘하는 7500명이 진주했다.

 이후 프랑스와의 디엔 비엔 푸 전투 후 제네바 평화협정에 의해 다시 북위 17도선으로 분할됐다. 벤허이(ben hai) 강을 따라 길이 55㎞·남북 각각 5㎞ 비무장지대가 설치됐다. 다시 제2차 베트남전쟁이 발발했고, 1976년 7월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이 수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외에도 분단과 장벽의 상징으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블루라인(blue line), 인도와 파키스탄 분쟁지역인 캐슈미르 고원의 통제선(line of control)이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거주지 분할선, 이라크 내 안전지역 등에 설치된 장벽(T-wall)은 그 아픔을 더하고 있다. 탁구 네트를 중심으로 탁구공이 오가듯, 독일의 통일 이전 동·서독 간의 완충지대가 그린벨트로 다시 태어나듯, 한반도의 ‘DMZ 평화공원’ 조성을 통한 노력이 결실을 거두길 ‘유엔 데이’ 날 소망한다.

<오홍국 군사편찬연구소 연구관·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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