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스포츠,兵法을 말하다

강력한 스매시와 네트플레이 조화 이뤄야

입력 2013. 10. 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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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배드민턴과 지형분석


 지난 주말 전남 화순에서 국민생활체육 전국배드민턴대회가 열렸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어디서나 쉽게 즐기는 것이 배드민턴인데, 스피드와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고도의 테크닉과 피아 전력을 분석하는 머리싸움도 중요하다.

 

남녀노소 없이 어디서나 쉽게 즐기는 운동 스피드와 힘 고도의 테크닉이 있어야 승리 

서구 장신선수들 타점 높은 공격은 위협적 정보 수집·전력 분석 등  ‘머리싸움’도 중요


●승리의 조건

 손자병법 제10편 지형은 적과 아군의 전력분석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지오졸지가이격(知吾卒之可以擊)하고 이부지적지불가격(而不知敵之不可擊)하면 승지반야(勝之半也)라. 지적지가격(知敵之可擊)하고 이부지오졸지불가이격(而不知吾卒之不可以擊)하면 승지반야(勝之半也)라. 이것은 아군 병사를 투입해 공격해도 될 만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재 적 상태가 공격해서는 안 될 전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면 승리 확률은 반밖에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적 상태가 공격해도 될 상태라는 것을 알지만, 아군 병사의 전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모른다면 승리 확률은 반밖에 안 될 것이라는 뜻이다.

 지적지가격(知敵之可擊)하고 지오졸지가이격(知吾卒之可以擊)하되, 이부지지형지불가이전(而不知地形之不可以戰)이면 승지반야(勝之半也)라. 이것은 적 상태가 공격해도 될 상태라는 것을 알고 아군 병사들의 전력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재 처한 지형이 공격하기에 불리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 이것도 승리 확률은 반밖에 안 될 것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승리 조건은 피·아 전투력 평가와 지형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 스포츠 중에는 네트로 구분하는 배드민턴·탁구·테니스 등이 있다. 이들 경기에서 네트 근처나 코너 쪽은 지형 형태 중 지형(支形)과 애형(隘形)의 조건과 유사하다.

 
●배드민턴과 셔틀콕

 배드민턴은 현재 뉴멕시코 주에 살았던 미국 원주민 주니 족이 말린 옥수수 겉껍질에다 깃털을 박아 경기를 한 것에서 유래됐다.

또한 페루 북부 잉카 전 시대 모히족이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에서 셔틀콕을 쳤다. 고대 중국에서는 티지앙지라는 셔틀콕 경기가 있었는데, 선수들은 정교한 깃털 셔틀콕을 발로 차서 높이 띄워 올렸다. 1876년 잉글랜드 헨리 존스의 ‘영국-인도식 배드민턴’이 근대 배드민턴의 시작이다. 이때 코트를 표시하고 높은 네트를 쓰며 네트 양편에서 마주 보며 게임을 하고 득점 방식을 정했다.

 셔틀콕은 둥근 코르크 위에 16개의 거위 깃털을 심은 것이 최고다. 어떻게 치든 대개 코르크 밑부분이 앞을 향해 날아간다. 덕분에 엄청난 속도가 나오는데, 타격한 에너지가 일단 소진되고 나면 깃털이 셔틀콕의 속도를 급격히 줄여 놓는다. 그러다 보니 셔틀콕의 갑작스러운 속도 저하와 낙하, 날아오는 방향을 거의 알아채지 못한 채 꼼짝없이 당하게 된다.

 경기는 서브와 랠리가 수없이 반복된다. 단식에서는 상대 선수가 코트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만들려고 머리를 쓰며 셔틀콕을 여기저기로 날려 보낸다. 공간이 좁아지는 복식에서는 상대방이 셔틀콕을 붕 띄우도록 유도하려고 애쓴다. 강력한 스매시와 네트플레이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서구 장신 선수의 타점 높은 공격은 위협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특별한 ‘단상공격’ 훈련이 필요하다. 허리 높이 단상에서 코치가 내리꽂는 셔틀콕을 받아내는 연습이다. 그리고 상대 앞에서 셔틀콕이 뚝 떨어지는 공격인 지능적인 드롭샷을 구사한다. 늘 상대의 정보를 수집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보수집과 탕가전투

 정보수집과 분석을 게을리해 대패했던 아프리카 탄자니아 탕가전투가 있다. 고원지대에 위치한 독일령 항구도시 탕가(Tanga)는 요충지였다. 1914년 11월 5일, 아프리카 주도권을 놓고 싸운 영국군과 인도 용병 8000명, 독일군과 탄자니아 원주민 800명의 전투다. 영국군 지휘관 에이킨트 소장은 적에 대한 정보수집이나 현장 지형을 전혀 무시했다.

 이미 기관총이 등장하고 현대적 포병화력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는 현대전 양상이 벌어지고 있었는데도, 에이킨트는 병사들이 질서정연하게 대오를 이뤄 돌격하는 전근대적 전술을 고집했다. 총검으로 무장하고 무조건 돌격하면 된다는 나폴레옹식 사고로 일관했다. 병력을 독충과 벌떼들이 달려드는 망갈로브 숲 속으로 내몰았다. 반면 독일군 지휘관 포르베크 대령은 몇 명의 독일인 교관만으로 원주민을 훈련시켜 대영제국 연합군에 맞서 싸워 이겼다.

 역사적으로 성공을 거듭한 조직은 과도한 자신감 때문에 외부 정보에 둔감해지곤 했다. 책임 있는 리더는 조직은 나무고 정보는 영양소임을 잊는 법이 없다. 동아프리카 영국군은 영양소에 무심한 나머지 고목으로 변해 땔감이 됐다. 기존 관념에 사로잡혀 새로운 변화에 둔감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탕가의 교훈이다.

<오홍국 군사편찬연구소 연구관·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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