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영화 속 전쟁이야기

‘스마트 전쟁’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묘사

입력 2013. 09. 1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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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이글 아이


최첨단 과학기술 토대 전장서 효율성·효과성 추구 만일 컴퓨터가 임의대로 상황 판단까지 한다면…

 

스마트 전쟁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영화 ‘이글 아이’의 포스터.

지난 4일 삼성전자는 스마트 손목시계 ‘갤럭시기어’를 공개했으며, 애플 역시 조만간 ‘아이워치’라는 스마트 시계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인간의 몸에 부착하는 일명 ‘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 시대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처럼 과학 기술을 활용한 최첨단 기기(機器)는 날이 갈수록 진화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은 군사부문에서도 활용돼 왔으며, 스마트 전쟁(smart war)이라는 새로운 전쟁 양상을 만들어냈다.

 스마트 전쟁은 과거의 전쟁에서와 같은 무차별적인 대량 살상 파괴가 아닌, 첨단 디지털 무기를 기반으로 목표물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새로운 전쟁 양상이다.

1991년 걸프전쟁에서 이미 미국에 의해 처음 선보인 스마트 전쟁은 2001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의 이라크 전쟁에서 새로운 전쟁 양상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특히 이라크 전쟁 초기 ‘충격과 공포’라는 미국의 스마트 전쟁 수행으로 불과 한 달 만에 후세인 정권이 무너졌고, 미국은 종전 선언을 했다.

 이처럼 스마트 전쟁은 최첨단 과학기술을 토대로 전장에서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추구하려 한다. 하지만 여기에 혹여나 문제가 도사리고 있지는 않을까? 영화 ‘이글 아이(Eagle Eye, 2008)’에서 우리는 스마트 전쟁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예사롭지 않다. 최첨단 무기의 향연을 통해 미국은 무엇을 하려고 했던 것일까?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 집단의 우두머리를 타격하는 장면은 스마트 전쟁의 진수를 보여준다.

 현지의 특수부대가 테러 집단의 차량을 발견하고 이는 실시간으로 미국 본토에 있는 중앙 통제 본부에 전달된다. 중앙 통제 본부에서는 실시간 명령을 내리며, 곤충 모양의 무인항공기와 휴대전화기 감청을 통해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최첨단 컴퓨터 시스템 ‘이글 아이’는 차량 속 인물이 테러 집단의 수뇌와 일치할 확률이 낮다며 작전의 중지를 권고하지만, 미 대통령은 타격을 명령한다. 그러자 무인공격기 프레더터(Predator)가 테러집단을 타격한다. 짧지만 강렬한 이 장면은 이처럼 스마트 전쟁의 수행과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위와 같은 보고 판단하고 공격하는 과정의 중추를 담당하는 역할이 바로 컴퓨터다. 실제로 우리 군 역시도 감시·타격체계와 지휘·통제·정보체계를 컴퓨터와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C4I체계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타격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대통령, 국방부장관, 합참의장과 같은 사람이 했다. 하지만 만일 컴퓨터가 이러한 상황 판단까지 임의대로 해버린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실제로 영화 속 ‘이글 아이’는 더 이상 사람의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의 의지로 행동을 개시한다. 컴퓨터가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이글 아이는 휴대전화, 현금지급기, 거리의 CCTV, 교통안내 LED 사인보드, 교통 신호 등 전자장치와 컴퓨터 시스템을 조종한다. 이를 통해 작전을 중지하라는 자신의 판단을 따르지 않고 대통령이 인간의 의지로 테러집단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이글 아이는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수뇌부를 제거하려 한다.

 이 영화를 전쟁 영화로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영화는 사이버전을 떠오르게 한다. 최근 우리에게도 북한의 사이버전이 심각한 안보의 위협으로 대두된 적이 있다. 얼마 전에는 농협의 전산 시스템이 해커로 인해 마비돼 혼란과 불편을 겪기도 했다. 우리는 더 이상 컴퓨터·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다. 이러한 기기들이 우리의 통제를 받지 않는 다른 어떤 세력의 통제를 받게 돼 이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면에서 영화는 가상의 스토리지만 마냥 허무맹랑하게 와 닿지만은 않는다.

 군사부문에서도 사이버 위협에 대한 대비가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우리 군 역시 현대화의 흐름에 맞게 스마트 군대로 변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군 지휘체계의 핵심은 컴퓨터 기술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스템이 적에 의해 마비되고 통제된다면 그 결과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다행히 국방부에서도 그 중요성을 통감, 사이버 사령부를 창설했다. 또한 군에서도 군사보안을 강조하는 등 사이버전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대다수는 여전히 사이버전과 같은 최첨단 전쟁양상에 무관심하다. 이 영화는 어찌 보면 앞으로 우리에게 펼쳐질 수도 있는 미래전 양상을 알려줌과 동시에 이에 대한 대비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심호섭 대위·육군사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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