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6·25 지원국열전

참전국 중 유일한 UN비회원국… 민간인 질병 퇴치에 공헌

김철환

입력 2013. 07. 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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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이탈리아



 

 이탈리아는 6·25전쟁 당시 유엔회원국이 아니었음에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대한민국을 지원하기 위해 의료지원부대를 파견했다. 1951년 11월 이탈리아의 제68적십자병원 요원들이 부산항에 도착하면서, 이탈리아는 21개 6·25전쟁 참전·의료지원국 가운데 유일한 유엔 비회원국이며 가장 마지막 파견국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대한민국을 찾았던 이탈리아 제68적십자병원 연인원은 128명에 이른다.

 유엔회원국이 아니었던 이탈리아는 유엔의 결정을 따를 의무가 없었으며 자국 내 정치·경제적 상황도 여의치 않았음에도 어려움에 처한 대한민국을 도와달라는 국제적십자연맹의 호소에 호응해 의료지원부대 파견을 결정했다.

 1951년 12월 6일 이탈리아 제68적십자병원은 서울 영등포의 우신초등학교 건물을 활용해 내과와 외과·소아과·치과·방사선과를 갖춘 150병상 규모의 병원을 개소했다.

 개원 당시 6·25전쟁 전황은 휴전논의 관계로 전투가 다소 소강상태에 있었다. 68적십자병원은 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같은 달 12일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진료소의 문을 열고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질병에 시달리고 있던 대한민국 국민을 돌봤다. 이 진료소는 치열한 고지전이 전개되는 1952년 5월 31일까지 운영됐다.

 68적십자병원이 고지전으로 인해 많이 늘어난 전상자들의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가운데, 1952년 9월 17일 경인선 구로동 부근에서 12명이 사망하고 160여 명이 부상당하는 대형 열차충돌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소식을 접한 68적십자병원이 응급비상대기반을 현장으로 출동시켜 긴급구조와 응급처치, 후송을 시행한 덕분에 사고현장에 있던 많은 이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러한 헌신적 의료봉사에 감사하는 뜻으로 10월 6일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병원을 방문해 부대표창을 수여하기도 했다.

 68적십자병원은 그해 11월 30일 발생한 이유를 알 수 없는 화재로 건물을 모두 잃는 일을 겪기도 했지만, 인명피해도 없었으며 이를 계기로 새로운 건물과 최신 장비를 지원받아 3개월 만에 임무에 복귀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병원은 24시간 응급실과 외래진료실을 갖추고 민간인 진료에 더욱 많은 힘을 쏟기 시작했다.

 특히 병원 관계자들은 민간인 환자 가운데 많은 수가 장 기생충 환자로 판명되자 본국에 구충제를 긴급 요청해 기생충 박멸에도 일조했다.

 이탈리아 68적십자병원은 1955년 1월 2일 귀국할 때까지 대한민국에서 7250여 명의 입원환자와 22만2885명의 외래환자를 치료하면서 숭고한 인도주의적 정신을 보여줘 세계 각국의 칭송을 받았다. 

김철환 기자 < droid00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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