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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병 요리대회 출전해보고 싶네요

김가영 기사입력 2013. 06. 19   19:45

그땐 그랬지-강철웅 밀레니엄 서울힐튼 조리부 조리장

  “요즘 군대에서는 급식 품질향상을 위해 조리병들이 참가하는 요리대회를 연다고요? 제가 군에 있을 때 그런 대회가 있었으면 꼭 출전했을 텐데 정말 아쉽네요.”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 조리부 강철웅(34) 가드만져(Garde Manger·각종 에피타이저와 샐러드·치즈 등을 다루는 조리장)는 군에서도 요리대회가 열린다는 얘기에 ‘군이 장병들의 식생활에 그만큼 관심을 갖게 됐느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뽀글이·비빔면·군대리아 … 추억의 맛 아직도 생각나˝


지금은 육군17사단으로 통합된 육군103보병여단에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조리병으로 복무한 강 조리장은 당시를 밀푸드에 대한 관심이 싹튼 시기로 회상했다.

2000년을 전후로 급식이나 간식에 대한 장병들의 관심이 ‘양’에서 ‘질’로 돌아선 것은 사실이지만, 인식의 변화가 확산되지 않았고 냉동제품 등의 보급이 활발하지 않아 지금처럼 활성화되지는 못했다는 것.

 “PX에 전자레인지가 보급되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냉동식품이 다양하게 출시되지 않았지요. 그래서 요즘처럼 전자레인지를 100% 활용한 간식 만들기는 거의 없었습니다.”

조리병 애로사항 조리병만이 알아 軍 경험 바탕으로 늘 감사하며 요리

 

 전통적인 밀푸드인 뽀글이 외에 기억나는 간식으로는 ‘비빔면’을 꼽았다.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면을 익힌 후 찬물에 살짝 헹군 다음 초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시중에서 사 먹는 비빔면 뺨치게 맛있는데다 만들기 간편해서 다들 좋아했죠.”

 제한된 식재료를 활용해 맛있는 급식을 제공하려는 노력은 요즘처럼 제도적으로 정착되지 않았던 만큼 지휘관의 관심에 따라 부대별로 차이가 많았다고. 강 조리장은 그런 면에서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표현했다.

 “당시 대대장님이 홍순명 예비역 중령님이셨습니다. 병사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운이 생겨야 부대 사기가 올라간다는 철학으로 장병들의 먹거리에 큰 관심을 쏟으셨죠. 그땐 조리병들이 활동복을 입었는데 별도로 조리복과 조리모를 사 주시고 훈련 때 야전 취사 트레일러를 돌리면 잠을 잘 못 잔다며 휴가까지 챙겨 주실 정도로 조리병들의 복지에도 신경 써 주셨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들 대대장님을 좋아했습니다.”

 대학에서 조리학을 전공하고 입대한 강 조리장은 대대장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신명 나게 일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어떻게 하면 맛있는 급식을 할 수 있을까 늘 연구했습니다.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고 입맛이 떨어지니까 새콤달콤한 반찬을 많이 만들고 기존 레시피보다 염분 농도를 높여 조리했습니다. 야외훈련 때 퍽퍽한 닭 프라이드가 메뉴로 정해지면 감자·당근 등의 재료를 좀 더 얻어 매콤한 닭볶음탕으로 바꿔 조리했죠.”

 계란말이 전용 프라이팬을 만든 것도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다들 찐 계란이나 계란 프라이에 질려 해서 행보관님께 부탁해 가로 1m, 세로 80㎝ 정도 크기의 철판으로 프라이팬을 만들었습니다. 거기에서 대형 계란말이를 만들었죠. 힘은 들었지만 다들 맛있게 먹어 주면 피로가 싹 가셨죠.”

 군대리아 빵에 계란 물을 묻혀 굽고 설탕을 뿌려 프렌치토스트처럼 만들었던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짓던 강 조리장은 ‘군대 덕분에 가치관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제가 만일 조리병을 하지 않았다면 요리를 안 했을 겁니다. 군대에 가기 전까지는 요리에 대한 열정이 부족했거든요. 그런데 조리병을 하면서 요리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보람찬 것인지를 깨닫게 됐거든요. 요리가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요. 이 때문에 호텔에 취직한 후에도 힘들어서 포기하는 이들을 자주 봅니다. 하지만, 전 조리병 경험 덕분에 늘 감사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호텔에서 일한 지도 8년. 스스로를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단계’라고 표현한 강 조리장은 더운 여름날에도 불 옆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있을 후배 조리병들에게 ‘열정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열정이 없으면 기계적으로 일하게 되고 자신이 뭘 하는지도 모르게 됩니다. 조리병이 얼마나 힘든지 해 본 사람은 알죠. 하지만, 여러분들의 땀과 노력 덕분에 우리 장병이 건강하고 힘차게 우리나라를 지킨다는 생각으로 힘내시기 바랍니다. 조리병 여러분, 파이팅!”

김가영 기자 < kky71@dema.mil.kr >
사진 < 이헌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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