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노래의보석함

<50>‘새타령’과 ‘경복궁타령’

입력 2012. 12. 14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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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꾹 ~ 부우 ~ 신비한 새소리에 흥이 절로


 오늘 노래의 보석함은 우리의 잡가 ‘새타령’과 민요 ‘경복궁타령’을 감상하기로 한다.

 ‘새타령’은 1928년 녹음된 판소리 명창 이동백의 녹음을 추천한다. 유튜브에 게시된 ‘새타령’은 오리지널 녹음에 최근 비올라 전주와 반주를 삽입한 것이며, 2분53초부터 5분44초까지 계속되는데 3분20초 분량의 원곡 중 끝부분의 29초가 삭제돼 아쉽다. - http://www.youtube.com/watch?v=9-fN4J6BiLo

 ‘경복궁타령’은 ‘비나리’(축원의 노래)와 함께 녹화된 국악신동 송소희의 노래를 감상하기로 한다. ‘경복궁타령’은 2분24초에 시작된다. - http://www.youtube.com/watch?v=cY1-qCuTZqY


▶ 아리랑과 타령

지난 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7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아리랑이 인류무형유산으로 선정됐다. 우리나라에서 벌써 15번째 인류의 문화재가 등록된 것이다. 한편 우리에게는 3000여 개도 넘는 다른 가사로 불린다는 아리랑 못지않게 종류가 많고 우리 민족의 애환이 담겨있는 문화재가 또 있다. 바로 타령이다. 아리랑과 마찬가지로 어원은 확실치 않지만, 타령도 순 우리말이며 한자로는 ‘打令’이라고 쓴다.

 타령은 우리 전통음악 중에서 정악(正樂:기품 있고 올바른 음악)의 백미로 여겨지는 아홉 곡으로 구성된 기악합주곡인 영상회상의 여덟 번째 곡을 말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판소리·잡가·민요의 일정한 곡조를 갖고 되풀이되는 성악곡을 일컫는다. 쉽게 말하자면 타령은 강렬하고 반복적인 리듬에 맞춰 가사를 읊듯이 노래하는 랩이라고 할 수 있다. 타령은 랩보다 그 역사가 적어도 몇백 년 앞서며 우리 민족의 애환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매우 소중하다.

 이렇듯 우리 선조들은 수 세기에 걸쳐 ‘새타령’ ‘꽃(화초)타령’ ‘박타령’ ‘가난타령’ ‘창부타령’ ‘경복궁타령’ ‘바위타령’ ‘장타령(각설이타령)’ ‘신세타령’ 등을 즐겨왔으며, ‘오동동타령’ 등 대중가요들이 등장했는가 하면, 심지어는 지겹게 되풀이되는 말도 ‘타령’이라고 냉소적으로 부른다.

 ‘타령’ 중에서 가장 음악성이 높은 것 하나를 꼽자면, 잡가 ‘새타령’이 아닌가 한다. 잡가는 오늘날의 대중가요라고 할 수 있으며, 가사가 판소리보다는 짧지만 민요보다는 긴 것이 특징이다. 기록에는 판소리 명창 이날치(李捺致ㆍ1820~1892)가 ‘새타령’을 잘 불렀다고 하나, 그가 남긴 녹음은 없다. 또한 그가 부른 ‘새타령’은 판소리 적벽가의 한 대목으로 추정된다.

 반면에 이동백(李東伯ㆍ1867~1950) 명창이 노래한 잡가 ‘새타령’은 3개(1927, 1928, 1935)의 녹음이 존재하며, 각각 가사와 곡조에 다소 차이가 있다. 오늘 감상한 ‘새타령’은 1928년에 녹음된 것이어서 음질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다른 두 개보다는 양호하다.


▶ 명창 이동백의 ‘새타령’

 이동백은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총애를 받아 통정대부(通政大夫:오늘로 말하자면 고위공무원단에 소속된 3급 이상의 고위 공무원에 해당되며, 구체적으로 보직이 있는 것은 아님)라는 공무원의 지위를 제수받기도 했던 인물이다.

 새에 얽힌 중국의 고사(옛이야기)를 나열하거나 새소리를 흉내내는 이동백의 ‘새타령’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노래다. 그는 인간의 목소리의 한계에 도전해 새소리 이상의 신비의 소리를 창조해낸다. 더구나 3분 20초 분량의 노래 중에 놀랍게도 새가 20마리나 등장하며, 그들의 내력이 소개된다. 다만 가사가 온통 한문이어서 이해하기 힘들다. 따라서 현대어로 처음 번역해 소개하는 아래 가사를 읽으며 감상하면 참 멋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때가 마침 어느 때인가 하면

 푸른 나무 우거지고 풀 향기 가득할 때라

 여러 종류의 희귀한 새들이 날아든다

 여러 새들이 날아든다



 먼 태곳적에 남쪽바람 타고

 구만 리 먼 하늘 높이 날던 대붕이

 주나라 문왕 가는 곳마다 모여들던 봉황새

 옛 생각에 잠겨 슬피 울며 날아가는 공작새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10월 달밤에

 적벽강에서 노닐 때 청아하게 울던 백학이

 (위의 두 줄 반복)

 먼 고향 아내에게 집 소식 자주 보내라는

 전쟁터 남편의 말을 전해주던 앵무새

 기다란 병풍에 외롭게 수놓인 귀여운 새

 얄밉게 보여도 너무 어여쁜 채련새

 이제는 편지를 누가 전해 줄 것인가?

 아름다운 연인에게 편지 전하던 기러기

 우는 소리마다 피를 토하며

 진달래 꽃가지 물들이던 두견새

 멀리 변방의 남편 만나는 꿈 깨울까봐

 우는 소리 듣기 싫어 쫓고 싶은 꾀꼬리

 주나라를 세운 무왕의 동생 주공이

 동쪽 지방 정벌하고 돌아오자

 공을 반기며 개미집 위에서 울던 황새

 예전에는 양반 집에나 드나들더니

 이젠 서민 가정도 예사로 찾아드는 제비

 10월 하늘 변방의 바람 타고 높이 떠서

 백 리 아래 터럭하나도 찾아내는 보라매

 버들 우거진 연못 위 살랑대는 바람결에

 둥둥 떠다니는 물수리

 밝은 달 비친 가을 강을 바라보며

 고향 가고픈 생각에 새장 문을 열어

 너라도 고향 가라고 날려 보낸 흰갈매기

 밝은 달 비치는 가을 해변 찬 모래 위에

 한 발 고이고 서있는 해오라기

 암행어사 출두한 관청에서 잠들었다가

 백성들 딱한 사연 듣고 울고 가는 까마귀 

이제 또 누가 나를 감히 비웃을 수 있냐며

 날쌔게 하늘 높이 날아가는 솔개

 감옥에 둥지 틀고 크게 우짖는 까치

 새 중의 새는 봉황새, 새 중의 새는 봉황새



 저기 무슨 새가 운다, 저기 뻐꾸기가 운다

 먼 산에서 우는 놈, 아스라하게 멀리 들리고

 건너편에 앉아 우는 놈

 우는 소리 구성지고 애달프게 들리네

 저기 뻐꾸기가 우네, 뻐꾸기가 울어

 울고 또 우네

 이 산에 가서 뻐꾹, 저 산에 가서 뻐꾹

 뻑뻐꾹, 뻑꾹, 뻑뻐꾹 뻑꾹

 울어도 울어도 참 슬피운다



 또 한 쪽을 바라보니

 저기 부두새(박새)가 운다, 부두새가 울어

 사람의 애간장을 녹이려고 부두새가 운다

 사람의 애간장을 녹이려고 부두새가 운다

 이리로 가며, 부우…

 (위 다섯 줄은 오늘 감상한 녹음에서 생략됨)

 
▶ ‘경복궁타령’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1820~1898)의 지시로 경복궁을 다시 지을 때 노동자들이 불렀다는 ‘경복궁타령’은 힘든 노동에 대한 불만이 포함된 가사를 경쾌하고 흥겹게 노래하는 것이 특징이다. 송소희 양은 ‘경복궁타령’의 가사를 일부만 부르고 새로운 내용을 삽입했지만, 곡의 해석은 생동감 넘치고 참신하다.

<이현표 전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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