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新병영일지

나를 업그레이드하는 軍<64>육군22사단 김효성 상병

글·사진=김가영

입력 2012. 12. 10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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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軍 다시 꿈★을 꾼 곳!


입대 후 대입 검정고시·대학 합격 간부·부대원 아낌없는 지원 덕분 “군은 내게 큰 선물 안겨줬어요”

군에서 대입검정고시와 대학 합격의 영광을 거둔 육군 22사단 김효성(왼쪽) 상병이 영어 공부를 도와준 김용민 상병과 함
께 환하게 웃고 있다. 

 “얼떨떨해서 눈물도 안 났어요.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학업을 포기했는데 한 해 동안, 그것도 군에 와서 대입 검정고시에 대학까지 한꺼번에 합격하다니. 정말 꿈 같은 일이잖아요.”

 육군22사단 쌍호부대 김효성(22) 상병은 올해 작은 기적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4월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한 데 이어 10월 대입 수시모집에서도 합격증을 거머쥔 것이다. 부대와 전우들의 도움으로 함께 일궈낸 기적이었다.

 사실 입대 당시만 해도 김 상병은 관심병사 1호였다. 할머니는 당뇨 합병증으로, 건축업에 종사하시던 아버지는 디스크에 의한 하반신 마비로, 어머니는 암 투병으로 고생하는 가정 형편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직장생활은커녕 투병 생활로 막대한 병원비를 지출해야 하는 집안의 장남에, 이름처럼 ‘효성’이 지극했던 김 상병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생활비도 부족한 상황이라 고등학교 공부를 포기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입대 직전까지 공장·편의점 등지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지만, 가족들 병원비 대기에도 빠듯했다. 돈이 모자라 일부는 대출까지 해야 했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부대 간부들은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금, 올초 김 상병에게 전달해 실질적인 가장이 입대한 후 더욱 어려워진 가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했다. 그리고 가정형편으로 어쩔 수 없이 중단해야 했던 학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김 상병의 공부를 돕는 것이 더욱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선 고등학교 학력 확보가 시급했다. 1차 목표인 대입 검정고시 합격을 위해 부대가 발 벗고 나섰다. 특히 김 상병의 지휘관인 문수혁(대위) 중대장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선 입대 전 대학에서 주요 과목을 전공한 전우들을 김 상병의 ‘선생님’으로 지정해 학업을 돕게 했고 상급부대로부터 검정고시 교재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영어·수학의 경우 기초가 없어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김 상병은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면 다들 너무 잘 가르쳐줬고 특히 조사영 병장과 김용민 상병이 부족한 수학과 영어의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줬다”며 고마워했다.

 이런 지원을 바탕으로 김 상병은 매일 일과 후 대대 도서관에서 자정까지 공부할 수 있었고 주말 또한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냈다. 그렇다고 김 상병이 자신의 임무를 제쳐둔 채 공부에만 매달렸던 것은 아니었다. 사격 특등사수, 중대 전술훈련·유격훈련 유공, 대대 독후감 경연대회 입상 등의 실적을 거둘 정도로 군인으로서의 임무에도 최선을 다해 ‘모범병사 중의 모범병사’가 됐다.

 이처럼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가운데 부대의 지원 속에 부단히 노력한 결과 김 상병은 지난 4월 마침내 검정고시 최종 합격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 한 번 합격의 기쁨을 맛본 김 상병은 다음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달렸다. 최종 목표는 고교 졸업장이 아니라 대학 입학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부모님처럼 몸이 좋지 않으면서도 비용 문제로 물리치료를 받기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어 물리치료학과 진학을 결심하고 ‘검정고시 특별전형’으로 집과 가까운 전남과학대학 물리치료학과 수시모집에 입학 원서를 냈다. 이어 정시모집에 대비해 수능 공부에 매진하던 지난 10월 16일 합격 소식이 날아들었다. 6.3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마침내 대학 입학에 성공한 것이었다. 김 상병 자신보다 더 기뻐하신 분들은 바로 부모님. 김 상병은 “집안 형편 때문에 장남이 학업을 포기한 것에 대해 늘 미안해하셨는데 무척 좋아하셔서 기쁨이 두 배가 됐다”고 말했다.

 문 중대장은 “김 상병이 처음 전입해 왔을 때는 소극적인 성격에 부모님에 대한 걱정이 많은 전우였지만 이젠 자신감을 되찾고 군 생활도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집안을 이끌어야 할 시기에 군에 입대해 처음엔 고민도 많이 했지만, 군은 내게 큰 선물을 줬다”는 김 상병은 “전역 후 대학을 졸업해 물리치료사가 된 후 군과 전우들에게서 받은 사랑을 어려운 형편의 이웃에게 돌려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김가영 기자 < kky7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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