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新병영일지

나를 업그레이드하는 軍<58>해군 해양의료원 김창태주임원사

조아미

입력 2012. 09. 10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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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눌수록 커지는 행복 함께 나눠요”


10년째 이어온 나눔 실천… 봉사활동 자격증만 8개 장병들에게 이발봉사 자처 ‘따뜻한 주임원사’ 신임

해군 해양의료원 김창태 주임원사가 부대 이발소에서 한 수병에게 이발봉사를 하며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부대제공

 “힘들면 봉사가 아닙니다. 즐거워야 진짜 봉사죠. 앞으로 더 많은 사람과 봉사의 기쁨을 나누고 싶어요.”

 해군 해양의료원 김창태(부사관113기) 주임원사는 10년째 부대 인근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며 온정을 나누고 있다.

 한두 달도 아니고 수년간 봉사를 계속하기란 쉽지 않을 터. 김 원사는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만큼 설레는 일은 없다”며 “부대원과 함께한 덕분에 봉사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누면 행복’한 그의 첫 봉사는 2002년 5월 해병대1사단 근무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원사는 부대 내 충무성당에서 가톨릭 단체인 레지오 활동을 했다. 그 단체를 통해 단원들과 주말이면 포항성모병원에 가서 치매에 걸린 어르신들의 목욕 봉사와 식사 도우미를 하며 난생처음 봉사를 접하게 됐다.

 “부끄럽지만 당시엔 봉사가 즐겁지 않았어요. 온몸을 꼬면서 침을 흘리거나 음식물을 잘 넘기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보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면 할수록 김 원사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에겐 단순한 봉사가 어려운 이웃과 소통하며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임관 후 첫 휴가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더라고요. 늠름한 아들의 모습을 못 보여줘 한이 됐습니다. 아버지께 못다 한 효도를 어르신들에게 한다고 생각하니 정성을 다하게 되더라고요.” 

 김 원사는 체계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자 위생사를 비롯해 의료관리자ㆍ요양보호사1급 등 관련 자격증 8개를 취득했다. 3년간 이어졌던 봉사활동은 다른 부대에서도 계속됐다.

 그는 2005년 교육사 의무대로 전입 온 이후 봉사에 뜻이 있는 부대원들과 함께 매주 토요일 진해재활원을 찾고 있다. 이들은 중풍에 걸린 어르신이나 장애인의 보호자로 병원에 동행하고 약을 먹이고 식사 수발에 나들이까지 도우며 그들의 손과 발이 되고 있다.

 “이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는 김 원사는 “물질적인 것이 될 수도 있겠지만 희망을 놓지 않는 것과 삶의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주로 말벗이 돼 준다”고 말했다.

 부대원들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을 해온 소감에 대해 “혼자가 아닌 ‘우리’를 배우고 군인 본분도 깨닫게 된다”면서 “무엇보다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홍개명 감독의 영화 ‘전우’를 감명 깊게 보고 군인을 동경했던 김 원사는 1987년 12월 17일 의무부사관으로 군에 입대했다. 장병들의 치료와 간호업무를 해 온 그는 응급구조사 2급자격증이 있어 위급한 상황에서는 군의관과 간호장교의 보조를 하며 응급처치도 도맡아 왔다.

 현재는 부대 주임원사로서 장병들을 살뜰히 보살피며 병들의 전입상담을 비롯해 관심수병 상담과 부대 전반의 문제점 해결, 복지업무를 맡고 있다. 최근 그의 아름답고 따뜻한 봉사의 손길은 부대까지 퍼지게 됐다. 장병들과 더 가까이 지내고 싶은 마음에 지난 5월 이용사 자격을 취득해 이발봉사를 하고 있는 것.

 “수병들은 주임원사라고 하면 괜히 멀게 느끼는 것 같아요. 가까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죠. 그러던 차에 이용사가 생각났어요. 자격증이 있으면 더 믿고 이발을 맡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독하게 마음먹고 실기와 필기시험을 준비했습니다.”

 한 주에 2~3명의 장병은 김 원사의 손을 거쳐 단정하고 깔끔한 헤어스타일로 변하고 있다.

 오재원(중령) 해양의료원장은 김 원사에 대해 “말 그대로 부대의 어머니와 같은 분”이라면서 “장병들에게 다정다감하게 대해 주며 늘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런 김 원사에겐 최근 소박한 목표가 생겼다. 어르신들에게 영정사진을 찍어 드리는 것이다. “어르신들에게 제 부모님처럼 제대로 된 사진 한 장을 남기게 하고 싶습니다.”

 응급처치나 간호·요양보호·장례지도가 가능한 노인전문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김 원사. 그는 사회봉사뿐만 아니라 지휘관으로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완벽한 임무 를 수행할 것을 다짐했다.

 “주임원사라고 뒷짐지고 있지 않을 겁니다. 위급한 상황에선 앰뷸런스에 몸을 싣고 응급구조를 할 거예요. 전역하는 그날까지 노력해 후배들에게 멋진 군인의 모습을 보여주겠습니다.” 

조아미 기자 < joajoa@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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