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완결]세계의전사적지답사기

<29>히틀러의 최후

입력 2012. 07. 24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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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 독재자는 자결로… And 국민은 나락으로…


 

獨 여기자 ‘베를린의 한 여인’ 일기 소련군의 ‘피의 복수’ 생생히 묘사

베를린 국회의사당 꼭대기에 아슬아슬하게 국기를 꽂는 소련군 병사.(출처: 베를린 체크포인트
찰리 기념관 전시물)

전쟁 참상을 후세에 알리기 위해 보존된 첨탑이 파괴된 교회. (1895년에 지어진 베를린의 카이저
 빌헬름 교회)

▶히틀러와 애인 에바 브라운 침실서 자살

 1945년 4월 30일 15시 30분, 베를린의 지하 전쟁지휘소! 히틀러는 측근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후 침실로 들어간다. 곧이어 한 발의 총성이 울리면서 희대의 독재자 히틀러와 애인 에바 브라운은 자결했다. 그날 저녁, 소련군 병사 2명이 빗발치는 총탄을 무릅쓰고 베를린 국회의사당 추녀 끝으로 아슬아슬하게 기어오른다. 22시 30분! 그 병사들은 피묻은 소련국기를 옥상 틈새로 힘껏 박아 넣었다. 베를린 시내에서 싸우던 소련군은 국회의사당 꼭대기에서 밤하늘을 배경으로 힘차게 휘날리는 국기를 보고 광적인 환호성을 질렀다.

 다음날 아침 6시, 의사당을 지키던 독일군은 항복했고 베를린 수비대장은 소련군 추이코프 대장에게 더 이상의 살육과 약탈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살아남은 독일 시민은 실존하는 지옥을 경험하는 운명에 놓인다.

▶‘베를린의 한 여인’ 일기장과 지옥 속의 처참한 시민 생활

 베를린을 점령한 소련군은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야수들로 변했다. 장교들이 병사들의 집단적인 비이성적 행위를 제지하면 “독일군이 우리 마을을 점령했을 때 내 어머니와 누이들에게 어떤 짓을 저질렀는데요?”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전쟁은 쌍방 간 증오와 피의 복수만을 부를 뿐이었다.

 익명의 한 독일 여성기자는 점령군 치하에서 자신의 경험을 일기에 빼곡히 써놓았다. 기록에는 소련군이 여성들에게 가한 짐승 같은 행동들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그 후 이 일기의 주인공은 소련군 병영에서 주로 세탁일과 잡역의 대가로 얻은 한 조각의 빵으로 하루하루의 목숨을 유지한다. 그곳에서 만난 많은 독일 여성들을 통해 소련군의 이와 같은 광란이 베를린 전역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났던 것을 확인한다. 한동안 독일 정부는 너무나 수치스러운 이 기록의 공개를 금지했다. 그러나 1950년대 중반 그 일기는 ‘베를린의 한 여인(Eine Frau in Berlin)’이라는 제목으로 책과 영화로 만들어진다.

 전쟁 후 독일 남성 1인당 여성의 수는 세 명. 1946년 12월, 베를린에서 점령군에 의존해 겨우 살아가는 여자가 50만에 달했으며 고아 청소년 10만 명 중 소녀들의 80%가 성병에 걸렸다. ‘아무리 나쁜 평화도 아무리 좋은 전쟁보다는 낫다’ 말이 있다. 실제 전쟁 현장에서 일어나는 참상보다 그 뒷면에서 겪는 국민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너무나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전쟁 참상 알리려 보존된 지하대피소와 빌헬름 교회

 베를린 시내 중심부에는 1930년대부터 만든 대형 지하대피소가 곳곳에 있다. 전쟁 중 많은 독일인이 지하실이나 이런 곳에서 주로 생활했다. 실제 지하 터널은 영화 ‘베를린의 여인’의 한 장면과 흡사했지만, 너무나 열악했다. 철제계단 아래의 격실은 아직도 퀴퀴한 냄새와 녹슨 침대들만이 관람객을 맞아준다.

 또한 시내 중심부에 있는 브란덴부르크 문과 빌헬름 교회는 베를린의 상징 건물이다. 공습으로 철저하게 파괴된 빌헬름 교회는 전쟁 참상을 후손들에게 두고두고 알려준다는 차원에서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교회 첨탑부분에 흉물스럽게 뻥뻥 뚫려 있는 전쟁의 상흔들이 70여 년 전 한 독재자의 망상과 독일인들의 잘못된 역사 인식을 아직도 준엄하게 꾸짖고 있는 듯하다. 세계를 상대로 이런 전쟁을 두 번씩이나 일으킨 독일의 군사적 능력이 과연 어떻게 태동 됐을까?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의 생가와 주요 군사학교가 있는 드레스덴, 함부르크를 직접 찾아가 보기로 계획했다.

<신종태 합동군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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