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완결]세계의전사적지답사기

<25>‘마켓가든’ 작전과 비극의 아른헴 전투

입력 2012. 06. 26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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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안으로 몰다 사상 최대의 공수작전 연합군 ‘최대의 실패’로 獨 안으로 들다


정보 오판·가든부대 진출 지연 연합군 사상자만 2만 명 넘어

아른헴 시 교외의 하르텐슈타인 호텔 전경.(마켓가든 작전 당시 영국군 제1공정사단 지휘소)


▶독일 기갑부대 위에 떨어진 영국군 제1공정사단 장병

 1944년 9월 17일 새벽! 병력 35000여 명, 수송기 4000대, 글라이더 2500대가 도버 해협을 건너 네덜란드로 날아가고 있었다. 더구나 약 5000톤의 군수품과 1900대의 차량, 수백 문의 화포도 탑재돼 있었다. 인류 전쟁사에서 이런 병력과 물자가 동시에 항공기로 이동한 경우는 ‘마켓가든’ 작전 이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작전에 투입된 미ㆍ영 3개 공정사단 중 하나인 ‘붉은 악마’ 영국군 제1공정사단은 네덜란드 아른헴(Arnhem) 상공에 도착했다. 그들의 임무는 100㎞ 정도 깊숙한 적진 가운데에 있는 라인(Rhine) 강의 아른헴 대교를 신속히 점령하는 것이다. 교량 주변은 인구 밀집의 도시지역이라 착륙지점이 목표물에서 13㎞ 떨어진 들판이었다.

 H-hour! 엄청난 수의 병력, 화물 짐짝들이 글라이더와 낙하산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음에도 부근은 조용했다. 특히 제1낙하산여단 2대대장인 프로스트(John Frost) 중령은 대대원들이 집결하자마자 ‘머나먼 다리(A Bridge Too Far)’라는 영화로 유명한 아른헴 대교를 향해 거의 달리다시피 이동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사전 정보 판단과는 달리 아른헴 시내 부근에는 독일군 제9SS기갑사단, 제10기갑사단이 주둔하고 있었다. 영국 제1공정사단 부대원들은 벌거벗은 상태에서 오직 맨주먹으로 호랑이굴 속으로 뛰어든 꼴이 되고 말았다.

▶영·독일군, 시민이 뒤섞인 유혈 낭자한 시가지 전투

 아른헴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오스터르베크(Oosterbeek)에 고색창연한 3층 건물의 하르텐슈타인(Hartenstein) 호텔이 있다. 마켓가든 작전 때 제1공정사단 지휘소로 쓰인 곳이며 현재는 영국 공정부대 기념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1978년, 주인은 네덜란드의 자유를 위해 희생한 영국군을 위해 이 호텔을 헌정했다. 전시물 대부분은 아른헴 시의 경찰관과 지뢰 제거팀이 수거한 것들이며 당시 시민들의 생활상과 영웅적인 전투담들이 실증적인 사진들과 함께 제시돼 있다. 특히 1944년 9월, 시가지 전투 간에는 영·독일군, 일반 시민들이 뒤범벅이 되어 민간인들의 피해도 막심했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쌍방이 교전을 벌인 경우도 허다했다. 이때 독일군이 던진 수류탄이 영국군과 함께 있던 피란민 가운데로 떨어지자 윌링햄(Albert Willingham) 소령은 자신의 몸을 던져 시민들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이 군인에 대한 추모는 매년 아른헴 전투 기념행사 때 시민의 이름으로 공식 순서에 반영된다.

▶매년 9월 중순 대규모 전쟁기념 재현행사 개최

 ‘마켓가든’ 작전에서 목숨을 잃은 미·영·캐·독·폴란드 군인들과 시민들을 위한 대규모 추모 및 기념행사가 매년 9월 중순에 아른헴 시에서 열린다. 군수송기 지원으로 수많은 공정부대원의 낙하산이 꽃잎처럼 초원에 뿌려지고 다양한 행사들이 수일간 계속된다. 구름같이 모여든 참전용사 후손들과 일반 시민도 이런 행사를 통해 다시 한 번 전쟁의 비극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국방문제에 관심을 갖는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는 ‘6·25전쟁 60주년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과거의 처절한 전쟁역사를 되새겨 미래전쟁을 예방하자는 것이 행사의 목적이다. 그러나 이런 사업에 꼭 필요한 최소 예산마저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우리의 전쟁에 대한 인식이 유럽인들과 비교해 너무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켓가든 작전(1944년 9월17일~9월25일)이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이 대규모 공정작전과 지상부대 연결 작전으로 네덜란드의 아른헴과 라인 강을 통해 신속히 독일본토로 공격하기 위해 계획했다. 여기서 ‘마켓(Market)’은 주요 교량, 도로 확보를 위한 공정부대를, ‘가든(Garden)’은 이 길을 따라 진격하는 지상 작전부대를 뜻하는 암호명이다. ‘마켓’부대는 미 제82·101, 영 제1공정사단이며 “가든”부대는 영국군 제30군단으로 편성되었다. 그러나 정보오판과 “가든”부대의 진출지연으로 연합군은 2만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결국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신종태 합동군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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