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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대국 건설’ 진입의 해

입력 2012. 05. 08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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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앞세워 체제 위기 돌파 ‘북한식 생존전략’


조만간 경제 성과 제시 못하면 민심이반 가속화될 전망

북한이 대중 동원 운동으로 경제난을 극복하려는 고육지책
용 제2천리마운동 상징물. 필자제공

1998년 9월 김정일 정권의 출범과 더불어 강조되기 시작한 게 ‘강성대국 건설론’이다. 강성대국 건설은 김일성 사망으로 야기된 북한 최대 정치적 위기와 연이은 자연재해로 총체적 위기상황에 빠진 북한 정권의 회생을 위한 정치적 구호였다. 북한 스스로 표현했듯 ‘고난의 행군’ 시기에 김정일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군대를 앞세워 체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북한식 생존전략이 ‘강성대국 건설’인 것이다.

 탈냉전 시기에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와 소비에트연방 해체, 김일성 사망, 연이은 자연재해 등으로 북한 경제는 침체일로를 걸었다. 민심은 극도로 악화됐으며, 이는 김정일의 권위 저하를 야기했다. 북한은 위기극복을 위해 ‘고난의 행군정신’ ‘장군님의 한식솔론’ ‘강계정신’ 등 다양한 주민동원 구호를 제시하며 안간힘을 기울였으나 이렇다 할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다.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김정일 시대 개막과 함께 민심 수습을 위한 분위기 쇄신과 경제회생을 위한 새로운 비전 제시가 절실해졌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국제적으로 고립무원에 놓였고 자본주의 국가들, 특히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으로 체제·정권 붕괴에 대한 위협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일은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새로운 정책 목표를 제시해 북한이 정치·사상·군사적 강국 수준에 올라섰음을 과시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정통성 획득과 주민 통합을 이루는 것이 우선적 과제였다. 대외적으로는 ‘고난의 행군’으로 인해 북한 체제가 붕괴할 것이라는 비관적 인식을 불식시킴으로써 정권의 건재를 과시해야 할 필요성도 있었다.

 북한이 주장하는 강성대국 건설이란 “정치·군사·경제 모든 면에서 커다란 위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며 세계에 존엄을 떨치는 나라”를 의미한다. 북한은 1998년 8월 31일 소위 ‘광명성 1호’라고 주장하는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한 후 이를 강성대국으로 진입하는 신호탄으로 의미를 부여하면서 대대적으로 선전하기 시작했다. 김정일의 표현대로 비록 “나라는 작아도 사상과 총대가 강하면 세계적인 강대국이 될 수 있다”는 식이다.

 북한의 강성대국 건설은 3가지 측면으로 제시된다. 첫째는 사상·정치강국 건설이고, 둘째는 군사강국 건설, 셋째는 경제강국 건설이다. 이 3자간의 우선순위는 정치·사상 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이다. 북한이 사상·정치와 군사강국 건설을 우선적 과제로 제시한 것은 먼저 체제를 공고히 한 이후 경제재건을 이루겠다는 의미다. 정권수호 선봉 집단이 군대이고, 군이 강성대국 건설의 수단이 된 것이다.

 김정일이 새로운 정책 목표를 제시할 때만 해도 강성대국 건설은 14년 후의 일이었다. 김정일 판단으로는 14년 후면 북한의 상황이 호전돼 어느 정도 경제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믿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강성대국 원년인 2012년이 도래했다. 강성대국 진입을 선언해야 하는 김일성 생일 100주년도 지났다. 김정일 사망으로 김정은이 물려받은 강성대국 건설에서 경제는 실종됐고, 핵과 미사일만 유훈으로 남았다.

14년 동안 주민들에게 고통과 인내·궁핍을 강요하면서 강성대국이 되면 ‘잘 먹고 잘살 수 있다’고 선전했는데,막상 그 해인 올해에 가시적 경제성과를 보여주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 것이다. 김정은이 김일성 생일 행사를 통해 김정은 시대 개막을 선언하면서도 ‘강성대국 진입 원년’을 선포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혁명은 절대빈곤 상황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기대가 좌절됐을 때 혁명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소비에트연방 해체와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 변혁, 중동 민주화 운동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2012년이면 최소한 먹는 문제만큼은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십수 년을 참아 온 북한 주민들이다. 김정은 정권이 조만간 가시적인 경제 성과를 주민에게 제시하지 못한다면 민심이반은 가속화되고 체제 내부의 위기는 확산될 수밖에 없다. 주민들 삶의 질 향상이 구호만으로 그치지 않도록 김정일 시대 유산인 핵과 미사일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면서 진정한 개방과 개혁의 길로 나아가 정권과 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만이 김정은 체제의 생존을 보장받는 유일한 길임을 알아야 한다.

<윤규식 육군종합행정학교 교수·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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