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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창건 행사와 대남 도발

입력 2012. 05. 01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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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민심·군심 잡기 위해 경쟁적 충성심 유도


내부 불안정한 갈등 요인 전쟁 공포분위기로 조성

지난달 20일 평양에서 열린 대남 규탄대회에 동원된 15만 명의 군중.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전국적 규모의 대남 규탄대
회를 개최, 전쟁 공포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필자제공

2012년 전반기 북한의 정치놀음은 사망한 김정일 70회 생일(2월 16일) 행사를 시작으로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 정점이었던 김일성 생일 100주년 열병식, 4월 25일 북한군 창건 80주년 행사로 마무리됐다. 연이은 정치 행사를 통해 김정은이 이른바 조선혁명 전통의 유일한 계승자이고 유훈 관철자임을 내세우며 ‘김정은 시대’를 열었다. 수령을 목숨으로 결사옹위하는 충성스러운 북한군과 김씨 왕조와 공동운명체인 수십만 명의 핵심세력 덕분이다.

 창군 80주년을 맞은 북한군은 수령 유일 독재 정권의 일등공신이다. 당의 군대, 수령의 군대, 혁명의 군대로 불리는 북한군은 정권 유지의 핵심 수단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김정일 정권이 선군사상을 전 국가적으로 확산시킴으로써 군의 영향력이 증대돼 현재는 사회 중심 세력으로 성장했다. ‘고난의 행군’으로 시작된 체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군의 역할을 강조한 결과다.

 이번 북한군 창군 행사가 주목을 끈 것은 김일성 생일 행사 이후 북한 정권이 15만 명 이상의 군민(軍民)을 동원해 대남 규탄대회를 열었고, 최고사령부 성명을 통해 ‘서울 초토화’ 등 군사도발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매년 실시했던 열병식은 김일성 생일 행사 재방송으로 대체했고 중앙보고대회만 있었다.

 이영호 북한군 총참모장은 연설에서 “우리 체제와 최고 존엄을 중상모독하는 특대형 범죄행위… 치솟는 분노로 복수의 피를 끓이고… 짓뭉개 버리는 우리 식의 보복성전…” 등 또다시 대남도발을 위협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대남 전문사이트 ‘우리 민족끼리’도 “연평도 포격 사태는 경고 수준에 불과했다”며 향후 더 높은 강도의 도발을 예고했다.

 북한이 지난달 13일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뒤 유엔 안보리의 대북 비난 의장성명, 미국의 북미 2·29 베이징 합의 파기 선언,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 등 일련의 한반도 긴장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초토화’ 등 군사도발 임박 발언으로 한반도 정세의 불투명성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전국적 규모의 대남 규탄대회를 열고 전쟁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내부 정세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42년 만에 민간 출신 조직전문가인 최룡해를 북한군 서열 2위인 총정치국장에 기용했다. 인민무력부장에는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을 승진 임명했다. 군에 대한 당적 통제를 강화하고 북한군의 조직을 다잡고 추슬러야 할 정도로 북한군의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군 보위사령관 출신 김원홍은 국가안전보위부장에 임명했다. 보위사령관 출신이 국가보위의 제1선에 나서야 할 정도로 체제 보위가 절실하다는 뜻이다. 경찰조직인 인민보안부의 수장에는 총참모부 작전국장 출신인 이명수 대장이 보직돼 있다. 군 장성이 계속해서 경찰을 통제해야 할 정도로 사회 기강이 해이해졌음을 의미한다. 아직도 북한 정권이 총정치국이나 공안기관 출신 현역 장성들을 정권 보위의 핵심적 자리에 임명해야 할 정도로 김정은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북한 정권은 체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위기조성 전술을 즐겨 사용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흔들리는 민심과 군심을 바로잡고 경쟁적인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한 방법이 대규모 군중대회다. 강성대국의 가시적 성과를 보여 줄 수 없게 된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주민들의 관심을 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우리 측의 통상적인 수준의 대북 발언을 빌미로 전국적으로 군중대회를 개최해 전쟁 분위기를 확산시킴으로써 강성대국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미국과 한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인해 강성대국 진입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주지시키는 효과도 있다.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연평부대 방문 당시 “최근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판문점 및 군부대를 빈번히 방문하고 대남위협과 포병사격훈련 횟수가 대폭 증가한 것은 북한의 권력 승계가 완전하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은 김정은 지도체제 조기 정착과 내부의 불안정한 갈등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반드시 계산된 대남도발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도발이 엄포로만 끝나지 않음을 대비해야 한다. 북한이 대규모 정치놀음을 벌인 후에는 반드시 대남도발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윤규식 육군종합행정학교 교수·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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