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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몽골통일전쟁 ‘마지막 승부’

입력 2012. 04. 30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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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무친 ‘의연’ 천둥번개 속에 비친 리더들의 ‘두 얼굴’ 자무카 ‘기겁’


“싸움에서 명예를 찾지 않고, 이기는 것에서 명예를 찾은 사람은?” 바로 칭기즈칸이다. 서양인들은 칭기즈칸을 잔인하고 포악한 정복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는 위대한 전략가였고 전술가였다. 미국의 인류학자 잭 웨더포드는 몽골을 직접 답사하며 칭기즈칸의 생애와 몽골이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을 연구했다. 웨더포드는 칭기즈칸의 최대 성공 비결을 ‘신속하고 실용적인 실행’으로 꼽았다.

영화 ‘칭기즈칸’의 장면.
영화 ‘칭기즈칸’에서 자무카의 기병돌격 장면.
묵묵히 서서 병사들 독려 활 공격한 후 기마병 진격 두려워하는 모습 본 병사 겁에 질려 대항조차 못해
칭기즈칸의 초상.

칭기즈칸이 다른 정복자보다 위대했던 것은 명예보다 철저하게 실리를 우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했다. 적이 강할 때는 일부러 도망치면서 보석들을 땅에 떨어뜨렸다. 보석을 줍기 위해 적의 전열이 흐트러지면 무섭게 돌아와 공격했다. 그는 무섭게 공부하는 장군이었다. 그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그는 ‘손자병법’을 배우거나 읽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듣고, 보고, 몸으로 체험하면서 스스로 터득해 나갔다. 그는 싸움을 할 때마다 새로운 전법을 개발하고, 다음번 전투에서는 그것을 실험했다. 보완된 전법으로 완벽한 자기만의 전략과 전술을 개발하고 승리해 나간 것이다.몽골은 인적 자원도, 경제적 자원도 별로 없는 나라다. 중국이나 호라즘 제국이 몇 십만에서 몇 백만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을 때 몽골은 10만이 조금 넘는 병력으로 전 세계를 제패했다. 도대체 칭기즈칸의 위대함은 무엇일까?

 칭기즈칸은 몽골족 한 부족의 부족장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때 아버지가 독살당하면서 그는 칸으로 올라서기까지 험난한 인생을 살게 된다. 그의 어릴 때 이름은 테무진이었다. 아버지가 죽자 친척들마저 테무친과 그 가족들을 저버렸다. 가문은 완전히 망해버렸다. 그는 그의 목숨을 노리는 다른 부족들을 피해 수많은 도망과 피신을 하게 된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죽고 말았을 험난한 삶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자기 부족을 부흥시켜 몽골의 지배자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와중에 칭기즈칸이 인정을 받게 된 것은 케레이드 씨족의 족장인 옹 칸을 만나면서부터다. 옹 칸으로부터 부족을 보호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 내면서 그는 비로소 몽골의 장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의 용감성과 놀라운 전사의 능력을 들은 많은 사람이 그의 휘하로 모여들었다. 흩어졌던 자기 부족을 모아 재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칭기즈칸은 강대한 세력이 아니었다. 다른 부족에게 아내와 어머니를 납치당하는 등 죽음의 고비를 수없이 맞았다. 테무친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자무카를 만나 힘을 합쳐 몽골의 강대한 부족이었던 메르키트를 쳐서 복수했다. 잠시 동안 자무카의 세력과 힘을 합쳐 부족을 함께 통치했다. 그러나 한 하늘 아래 두 태양이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결국 테무친과 자무카는 헤어진다. 자무카는 다른 부족들과 힘을 합쳐 테무친을 제거하기로 한다.

3만 명의 군사 앞에 참패를 당한 테무친은 도망쳐 간신히 살아남았다. 승부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테무친은 다시 서서히 힘을 길러 때를 기다린다. 그는 금나라와 연합해 타타르족을 정벌했다. 같은 유목민족으로 사사건건 트집을 잡던 타타르족을 물리치면서 테무친은 힘을 되찾는다. 금나라는 테무친에게 작위를 하사하는 등 관계개선에 나섰고, 테무친의 세력은 본격적으로 급격히 성장하게 됐다.

 드디어 몽골통일 전쟁의 시기가 닥쳐왔다. 몽골의 패권을 놓고 테무친과 자무카가 맞붙은 것이다. 두 대군은 벌판에서 마주쳤다. 테무친의 군대는 각 대대로 나뉘어 잘 정렬돼 있었다. 그런데 이 전투의 승패를 결정지은 것은 기병과 궁수와 전략이 아니었다. 바로 천둥번개였다. 영화 ‘칭기즈칸’에서는 이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벌판에서 마주친 대군이 서로를 향해 진격하려고 하는 순간 하늘이 시커멓게 변한다. 멀리서부터 번쩍번쩍하면서 번개가 치기 시작한다.

양 군의 병사들은 모두 땅에 엎드려 머리를 손으로 감싼다. 누구도 전진하거나 싸우려 하지 않은 것이다. 자무카도 다른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번개 앞에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테무친은 번개가 떨어지고 비가 쏟아지는데도 묵묵히 서서 병사들을 독려한다. 싸우려 하지 않던 병사들은 테무친이 천둥번개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일어선다. 천둥번개와 비가 그치자 이들은 무기를 잡고 자무카의 진영으로 공격해 들어간다. 테무친 병사들의 사기가 하늘만큼 높아졌지만 자무카의 병사들은 겁에 질려 대항조차 하지 못했다.

테무친의 병사들은 궁수의 활로 공격한 후 기마병으로 나아가 공격을 시작했다. 전투는 너무나 싱겁게 끝났다. 몽골통일 전쟁이 천둥번개로 승패가 갈린 것이다. 이 전투가 끝난 후 영화에서 자무카가 테무친에게 묻는 장면이 나온다. “당신은 천둥번개가 무섭지 않소?” 테무친은 “나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으므로 두려운 것이 없다”고 말한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고대전쟁에서는 천둥번개가 승패를 가른 일이 종종 있는데 몽골통일 전쟁에서도 테무진에게 결정적 승리를 안겨준 것은 천둥번개였다.


[Tip]몽골전쟁에 인공강우 있었다?

고대 전쟁을 보면 천둥번개가 승패를 가른 예가 있다. 성경에 나오는 여호수아와 가나안족의 전쟁, 사무엘의 지휘하에 블레셋과 벌였던 전투,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게르만 쿠아디 족과의 전투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몽골지역의 경우 초원이기에 천둥번개로부터 피할 곳이 없다. 따라서 몽골의 병사들은 본능적으로 두려워했고, 천둥번개가 치면 땅에 엎드렸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변희룡 교수의 ‘천기천기’를 보면 몽골족의 통일전쟁 때에 자무카가 인공강우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무카가 샤아만으로 하여금 신비의 돌을 태워 비를 테무친 진영에 내리게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는 테무친 쪽이 아닌 자무카 진영에 내리는 바람에 자무카가 패했단다. 인공강우 기술이 당시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마 몽골인이 전쟁할 때에 강수 시간대를 정확하게 잘 이용했다고 하는 것과 연관이 있지 않나 싶다.

 몽골 통일전쟁에서 승리한 테무친은 몽골에 유례 없는 1인 군주체제를 만들었다. 1206년 그는 “만인의 왕, 푸른 하늘 아래 모든 사람들의 통치자, 다른 칸은 없을 것이다”라는 의미의 ‘칭기즈칸’으로 불린다. 칭기즈칸이 된 그는 가장 넓은 땅을 차지한 위대한 정복자로 자리매김한다.

 <반기성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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