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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공군10전투비행단, 시뮬레이션 전투사격 훈련시스템

김철환

입력 2012. 01. 04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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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총 활용 … 장병 사격기량 향상에 `굿'


전장의 화염으로 검붉게 물든 하늘 아래 반파된 다리가 덩그러니 서 있었다. 어디선가 함성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느낌과 함께 언덕 저편에서 적병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격개시 명령과 함께 요란한 총소리가 귓전을 때리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적들이 보인다. 이것은 공군이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시뮬레이션 전투사격훈련시스템의 사용 모습이다.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장병들의 사격능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는 공군10전투비행단을 찾았다.

공군10전투비행단 헌병대대원이 레이저 발생 장치와 방아쇠 장치, 반동 장치를 장착한 K1A 기관단총으로 사격자세를 취
하고 있다. 부대제공

공군10전투비행단 헌병대대원들이 시뮬레이션 전투사격 훈련시스템을 갖춘 실내 사격장에서 스크린 속의 적군을 향해 실
탄을 발사하고 있다. 부대제공

“사격개시!! 자유롭게 교전한다!!”

 공군10전투비행단 윤영선(소령) 부대훈련팀장의 명령과 함께 사격훈련을 위해 실내사격장에 모여 있던 헌병대대원들이 각자의 소총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총소리가 실내사격장을 가득 채웠지만 사격훈련 특유의 매캐한 화약 내음은 전혀 나지 않았다.

 이들이 쏘는 것은 실탄이 아닌 레이저, 맞히는 것은 일반적인 표적이 아닌 영상 속의 적군들이다. 10전비는 최근 실내사격장 건립과 함께 시뮬레이션 전투사격 훈련시스템을 함께 도입해 본격 운용 전 시험평가를 하고 있다.

 시스템은 프로젝터와 대형 스크린, 통제 서버, 그리고 실제 개인 총기에 장착하는 레이저 발생장치와 방아쇠 장치, 반동 장치 등 3개의 부속으로 이뤄져 있다.

 ▶영상사격에도 실제 총기 활용

 시스템을 개발한 (주)이인텍의 도병철 이사는 “영상사격 전용 모형 총기가 아닌, 장병들이 평소 사용하는 소총을 사용하는 것이 실제와 같은 훈련효과를 내는 중점”이라고 밝혔다. 부속들이 소총의 변형이나 개조 없이도 간단히 장착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시스템의 장점이다.

 부속을 장착한 K1A 기관단총을 들어보니 실총보다 약간 무겁기는 했지만 이질감 없는 실제 소총 느낌 그대로였다. 표적을 가늠쇠에 올려놓고 방아쇠를 당기니 사격장 내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에서 총소리가 울려 퍼지고, 탄창 대신 장착된 반동 장치가 묵직한 흔들림을 일으켰다. 소리와 반동은 실제 사격에 비해 조금 약한 편이었지만 사격훈련에는 충분했으며, 시뮬레이션 전투사격 훈련시스템의 목적 중 하나인 ‘안전’에도 부합했다. 또 탄창이 비었을 때 노리쇠를 후퇴·전진해야 하는 점도 훈련의 실감을 더하는 요소.

 오락실에서 쌓은 실력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갖고 사격한 본 기자의 50m 성적은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이미 예비군훈련을 마친 지 오래고, 영점도 개인에 맞게 돼 있지 않았다는 핑계를 위안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10전비의 시뮬레이션 전투사격 훈련시스템이 오락실의 건슈팅(Gun Shooting) 게임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실총을 활용한다는 것과 사격거리에 따라 탄도를 계산해 실제와 근접한 탄착 패턴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시스템 도입 직후부터 시험평가에 동참하고 있는 부대의 특급사수 박성 상사는 실제 총기의 실탄사격과 영상사격장치에는 몇 가지 차이가 있었지만 수정 보완을 통해 편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고 밝혔다.

 “시험평가를 하면서 반동과 소리도 개량해 처음 도입 당시보다 크게 좋아졌습니다. 영점을 잡는 부분도 탄착군은 유사하나 탄착점에 조금 차이가 있었는데, 이 역시 많은 보완이 있었죠.”

 탄착점 발전 방향에 대해 도 이사도 설명을 덧붙였다.

 “실제 총기의 실탄사격은 변수가 아주 많습니다. 실탄에 들어간 화약 양의 미묘한 차이, 사격하는 사람의 컨디션, 사용량에 따른 총기의 변형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명중률에 영향을 미칩니다. 시험평가를 통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실제 사격 결과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공군 전 비행단에 보급 예정

 시뮬레이션 전투사격 훈련시스템의 훈련프로그램도 진일보하고 있다. 50m 영점사격부터 100m, 200m 등 거리별 기록사격과 자동화표적 사격 등 기본적인 사격훈련 과정 외에도 전장에서 무작위로 진격해오는 적들과 교전하는 분대전투사격과 헬기레펠, 낙하산으로 침투하는 적을 향한 대공사격과 같은 다양한 시나리오도 갖추고 있다.

 특히 10전비의 요구에 따라 실제 기지방호 훈련에도 응용할 수 있도록 비행단 정문 등 주요 지역에 대한 컴퓨터 그래픽을 조성해, 기지방어 시나리오를 구축하는 중이다. 윤 팀장은 “우리 기지방어요원들에게는 기지가 주요 전장”이라며 헌병대대 등 기지방어 요원들의 실전감각 배양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시뮬레이션 전투사격 훈련시스템을 체험해 본 헌병대대 화기반 손계준 일병은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실탄사격은 정지해 있는 표적만 쏘는 데 비해 시뮬레이션 전투사격은 움직이는 물체에 마음껏 사격을 해볼 수 있어 훈련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함께 체험한 군견소대 김한솔 일병은 “총기에 대한 부담과 긴장감을 덜고, 충분히 사격한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공군은 현재 전체 비행단에 실내사격장을 설치 중이다. 주목적은 장병들의 사격기량 향상이며, 기상악화 상황하에서의 원활한 훈련과 소음으로 인한 민원도 줄이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향후 공군의 각 사령부와 비행단에 배치할 사격훈련 시뮬레이터의 시범 도입이 10전비와 18전투비행단에 이뤄졌다.

 “많은 비행기지가 도시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소음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실내사격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내사격장은 사거리가 100m가량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거리에 대한 사격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과학화 훈련장비가 필요했지요.”

 윤 팀장은 시뮬레이션 전투사격 훈련시스템이 공군의 실사격 훈련환경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공군 장병들은 대부분 정비와 행정 등 비전투 보직을 맡는 경우가 많아 육군보다 자신의 총기와 친숙해질 기회가 적은 편이다. 시뮬레이션 전투사격 훈련시스템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실사격 성적 미달자에 대한 집중 교육과 예비군 훈련 등에 적극 활용될 전망이다.

 윤 팀장은 “공군 장병들에게는 항공작전과 그 지원이 제1의 임무”라며 “IT 강국인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활용해 이를 완벽히 소화하면서도 개인의 전투기량까지 높게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시스템 개선·보완에 진력하고 있는 도 이사는 “사격훈련 시뮬레이터에 관한 한 세계 제일의 업체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군의 전투력 향상과 방위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김철환 기자 < droid00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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