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이승만대통령연설

이승만 대통령 자유와 정의를 말하다<33>미국 대륙에서의 공식 일정 마무리

입력 2011. 12. 23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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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론만 충분히 조성됐더라도 어찌 휴전협정을 수락했겠습니까”


1954년 8월 7일 (토요일), 이승만 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 커먼웰스 클럽 오찬회 연설은 그의 미국 국빈방문 행사 중에서 마지막 연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통령은 7월 26일 워싱턴에 도착한 이후 그간 하지 못했던 모든 감회를 털어놓는 계기로 활용했다.

1954년 8월 8일, 이승만 대통령 내외가 성공적인 미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친구 여러분, 오늘날 여러분과 내가 당면한 문제는 여러분의 나라와 이 세계 자유 국가들의 생사와 관련된 것입니다. 오늘날 세계에는 세 부류가 존재합니다. 첫째는 공산주의를 알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둘째는 공산주의의 폐해를 이해하지만, 그것을 믿고 그 성공을 위해 공개적으로 또는 비밀리에 활동하는 사람입니다. 셋째는 공산주의가 행하는 악을 알고는 있으나 공산주의자들과 싸우거나 적대시함으로써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끔찍한 현실입니다. 공산주의 치하에서는 생존이 위협을 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우리가 할 일은 단 한 가지 있습니다. 당당히 우리의 의견을 밝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속적인 일들에 관련된 선입견을 버리고 우리 자신, 자녀들 그리고 우리의 조국을 구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일어서서 공산주의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여러분은 전염병과 싸우는 것처럼 공산주의와 싸워야 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점점 많은 시민이 종전에 여러분이 알았던 것과 같은 애국적인 남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조만간 알게 될 것입니다.

 항상 표를 더 얻어서 선거에서 승리하기를 갈망하는 정치인들은 공산주의자들과 협상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끔찍한 대가를 지불하게 됩니다. 유럽의 몇몇 정치가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십시오. 반공적이던 어떤 이들은 가장 열렬한 공산주의 지지자가 됐고, 또 어떤 이들은 무저항주의, 공존, 또는 노골적인 유화주의 같은 정책을 씀으로써 적색 음모를 방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도자들은 자기 조국이 노예국가가 되느냐 아니면 자유국가로 남느냐 하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 중 어떤 이들은 스스로를 중립주의자라고 부릅니다. 한때 고귀했던 중립이라는 단어에 대한 이 얼마나 가소로운 곡해입니까?

 나는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간의 투쟁에 있어서는 중립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어느 쪽이든 한쪽이 이겨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자유 문화의 숭고한 표현방법들을 신봉한다면, 우리가 가진 모든 것과 우리 전부를 자유와 정의를 위해 바쳐야 합니다. 미국의 정책은 정당, 의회, 행정부, 대통령의 것이 아니고, 그들에 의해 통제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6억의 중국인이 여러분의 적에게 넘어갔을 때 그것이 여러분 정부의 실책이었다고 정직하게 말할 수 있습니까? 여러분은 그에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하신 적이 있습니까? 6·25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셨습니까?

 휴전회담은 우리가 한반도 통일문제와 공산주의 문제들을 명백한 승리로 해결할 수 있었던 바로 그때 시작됐습니다. 만약 미국 여론이 민주주의 수호에 공감해 충분히 조성됐더라면, 어찌 휴전협정을 수락하도록 설득됐겠습니까? 나는 미국 여론이 완전히 환기되지 않았었다고 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여러분은 여태 실패하고 있었다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록 그렇더라도 아직 늦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개인적으로 국가적으로 지금부터 싸움을 시작한다면, 아직 승리의 희망은 남아 있습니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나는 단지 그것이 옳은 선택이 되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여러분이 곧 싸움을 개시하지 않으면, 미국이 옹호해 오던 모든 것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적에게 단호하게 저항한다면,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구원하고 인류의 자유를 영속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할 것입니다.”

 본론을 마친 이 대통령은 의미심장하게 결론을 말했다.

 “끝으로 혹시 내가 여러분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한 것이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늘날 자유세계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민주주의 옹호자들이 마음을 모아 단결하고 신속하게 행동을 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임을 밝혀두고자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가 자유와 가진 소중한 모든 것을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몇몇 사람들이 얘기하듯 전면적인 핵전쟁을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며, 여러분의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수소폭탄의 사용을 두려워하며 힘이 닿는 한 제3차 세계대전을 피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그와 의견을 함께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민주주의를 희생시키는 대가로 이뤄져서는 안 됩니다.

 끊임없이 축소되는 우리의 지구는 반은 노예상태로 반은 자유 상태로 남아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함께 행동하는 데 실패한다면, 우리의 날들은 수명이 길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단합된 힘으로 공산주의 세력에 대항할 준비를 갖춰야 합니다. 결국, 우리는 단합된 힘으로 승리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승리를 쟁취하고 자유세계를 이루며, 우리 모두가 그렇게 바라는 항구적인 평화를 성취할 것입니다.”

 30분간 연설한 후, 이 대통령은 엘너 로빈슨 샌프란시스코 시장으로부터 캘리포니아산 삼나무로 만든 의사봉을 선물로 받았으며, 이것을 “세계의 질서와 평화를 촉구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대륙에서의 출발

 1954년 8월 8일(일요일) 아침, 이 대통령 내외는 샌프란시스코 주재 한국총영사관에서 개최된 아침예배 행사에 참석했다. 그곳에는 1000킬로미터가 넘는 먼 거리에서 온 동포들도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간략하게 인사말을 했다.

 “우리는 계속 싸울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과거에 여러 차례 우리 한국이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여건 아래에 있었으나, 우리는 일어섰고 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아직도 가장 센 놈이 우리 앞에 있습니다. 우리는 용기와 신에 대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신은 공산주의와의 전투라는 결정적 순간에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예배가 끝나고 이 대통령 일행은 경찰 모터사이클의 선도 아래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향했다. 미국 대륙에서의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하와이로 가기 위해서였다. 공항에서 그는 “미국에서 받은 환대”에 대해 미국 국민에게 감사를 표하는 출발성명을 발표했다.

 “한국 국민과 정부를 대신해 나와 일행은 아이젠하워 대통령, 미국 정부 그리고 미국 국민이 우리에게 보여준 친절함, 그리고 한국의 정당한 열망에 대해 보여준 사심 없는 지원에 대해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나는 한미 양국이 완전히 협조함으로써 앞으로 한반도 통일을 가져오고, 세계를 정의와 자유가 상존하는 영원한 평화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오후 12시 5분, 이승만 대통령은 2주일간의 성공적인 미국 본토에서의 국빈 방문을 마치고, 하와이로 출발했다. 

<이현표 전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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