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병영의달인

<30>전자분야 기능장 `그랜드슬램' 해군군수사 오세봉 군무주사

윤병노

입력 2011. 12. 16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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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기술 달인 넘어 대한민국 명장을 꿈꾼다


기능인의 꽃으로 불리는 기능장은 풍부한 실무경험과 이론능력을 겸비해야 취득할 수 있는 국내 기술분야 최고의 자격증이다. 이러한 자격증을 1개도 아닌 3개를, 여기에 전기공사 특급자격증(기술사)까지 보유한 해군군수사령부 정비창 무기체계공장 전탐직장 음탐2반 오세봉(41) 군무주사. 전자분야 기능장 3관왕을 달성해 달인의 경지에 오른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명장(名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자분야 기능장 3관왕을 달성한 해군군수사 정비창 무기체계공장 오세봉 군무주사가 초계함용 음탐기 송수신단 정비를
 마친 뒤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부대제공

오세봉 군무주사가 박용환(가운데) 전탐직장장과 전자기기 명장 정원식 음탐1반장에게 최근 제작을 완료한 음탐기 지연신
호 모듈 시험기를 설명하고 있다. 부대제공

 #전자분야 기능장 ‘그랜드슬램’ 쾌거

 오 군무주사는 지난 10월 28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표한 제50회 국가기술자격 기능장(Master Craftsman)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로써 2009년 전자기기 기능장에 이어 올해 7월 전기 기능장 그리고 이날 통신설비 기능장을 취득, 전자분야 기능장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기능장은 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6년 이상의 실무경험이 있거나 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고 8년 이상 실무에 종사해야만 응시 자격이 주어지며, 시험 난이도 또한 높아 합격률이 매년 30%를 밑돈다. 이 때문에 한 사람이 3개의 기능장을 보유한 것은 산업현장에서도 극히 드문 사례다. 오 군무주사는 이뿐만 아니라 기술사에 해당하는 전기공사 특급자격증까지 취득하는 등 총 16개의 자격증을 갖고 있다.

 오 군무주사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기능·기술인 반열에 오른 데에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도전정신과 특유의 성실함, 자기관리, 긍정적 마인드가 원동력이 됐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삼수’에도 불구하고 대학 진학에 실패한 뒤 방위산업체에서 군 대체복무를 했다. 이후 1998년 스물여섯 살의 나이로 창신전문대학 전자과를 수석 졸업하고 99년 7월 해군 군무원으로 임용됐다.

하지만 수석졸업이라는 타이틀은 해군의 최첨단 장비를 정비하는 데에 큰 보탬이 될 수 없었다.

 그의 업무는 적 잠수함을 탐지하는 초계함(PCC) 탑재 음탐기 정비. 음탐기는 대잠작전의 기본으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야 아군 함정 및 승조원의 생존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비다. 따라서 음탐기 정비 군무원에게는 고도의 전문성과 책임이 요구된다.

 “한마디로 답답했습니다.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군무원을 선택했는데 조직에 보탬이 되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정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동료와 선배들은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때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선배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노하우를 익혀 나갔다. 다행히 직장에는 기능장 등 ‘고수’들이 즐비했다. 선배들도 배우겠다는 열정을 불태우는 후배에게 그동안 습득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이와 함께 배움이 짧다는 생각에 2008년에는 한국방송통신대학 컴퓨터과학과 3학년에 편입, 지난해 학사학위를 받았다.

 이렇게 갈고닦은 전문기술은 기능장 취득 외에 적아식별기(IFF:Identification Friend or Foe) 응답기 이동용 시험기 제작으로 이어져 2008년 해군참모총장 표창을 수상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또 최근에는 초계함용 음탐기 지연신호 모듈 시험기 제작을 완성, 무기체계 공장 승인을 거쳐 창안제도 출품을 앞두고 있다.

 “이 시험기를 상용화하면 초계함 1척당 1억5000만 원이 소요되는 신품 교환정비를 군직 재생정비로 전환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정비비 및 신품 구매에 따른 예산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음탐기 수리를 신속히 처리해 최단시간 내에 작전 투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해군발전·국가안보 위해 기술연마 매진

 “출항 중 음탐기 고장으로 전화했을 때 성심성의껏 답변해 준 것은 물론 일과 시간이 한참 지나 입항했는 데도 한 걸음에 달려와 말끔히 정비해 주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안양함 음탐부사관 김보규 하사)

 “야간에 부산까지 오셔서 밤샘 작업으로 음탐기 성능을 정상화한 뒤 힘든 표정 하나 없이 진해에 있는 부대로 출근하는 열정은 같은 해군의 일원으로서 본받을 점이 정말 많았습니다.”(남원함 음탐부사관 정선구 하사)

 박용환(군무서기관) 전탐직장장은 군수사 홈페이지에 오 군무주사를 칭찬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고 귀띔했다.

 박 직장장은 “오 군무주사는 전형적인 노력파이자 근무시간이 따로 없는 성실맨”이라며 “그는 전방 함대에서 장비 고장으로 긴급수리를 의뢰하면 만사를 제쳐놓고 출동, 음탐기 100% 가동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직장 동료와 업무 관계자들로부터 모범 군무원이라는 칭송이 자자한, 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오 군무주사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전자기술 ‘대한민국 명장’이라는 꿈이다. 명장은 당해 분야 최고 수준의 기능을 보유하고 산업현장에서 20년 이상 종사하며 기술발전에 크게 공헌한 자를 선발, 장려금과 선진국 산업시찰 등의 특전을 부여하는 제도.

 8년 후 도전 자격이 주어지는 오 군무주사는 벌써 롤모델까지 정했다. 2004년 전자기기 명장에 등극한 정원식(군무사무관) 음탐1반장이다.

 “정 명장은 오늘 뜬 해는 내일 또 뜨지 않고, 준비된 자와 준비되지 않은 자의 미래는 확연히 구분된다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8년은 그리 오랜 시간이 아닙니다. 지금부터 계획을 차곡차곡 추진해야 합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은 행복이자 보람입니다.”

 오 군무주사는 바쁜 업무 속에서도 남다른 이웃사랑을 펼쳐 귀감이 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56회의 헌혈로 유공 금장을 받았으며, 전 세계 20여 개국 어린이들의 심장수술을 지원하는 밀알심장재단에는 매월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또 예술배움터라는 야학 교실에서는 한글 선생님 겸 검정고시 선생님으로 3년째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자기계발을 통해 해군의 전투력을 끌어올리고, 따뜻한 이웃사랑까지 실천하는 오 군무주사. 그의 가슴과 머릿속에는 오늘 하루도 해군의 발전과 국가안보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하다.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음탐분야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내가 맡은 업무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이 곧 국가안보로 이어진다는 것을 각인하고 더욱 더 기술연마에 매진하겠습니다.”

 

윤병노 기자 < trylover@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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