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이승만대통령연설

이승만 대통령 자유와 정의를 말하다 <31> LA 세계정세협회 주최 오찬회

입력 2011. 12. 09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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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력인사 앞에서 비장한 어조로 연설


이승만 대통령이 LA에서 가진 두 번째 공식일정은 세계정세협회(World Affairs Council)가 주최한 오찬회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세계정세협회는 미국 시민들에게 국제정세와 글로벌 이슈에 대해 일깨워주고 교육할 목적으로 지역별로 조직한 비 당파조직이다. 1918년 창설했으며, 현재 미국 전역에 94개 협회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1954년 8월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빌트모어 호텔에서 열린 오찬회.

 1954년 8월 6일 정오 빌트모어 호텔에서 개최된 행사에는 1000여 명의 LA 유력인사가 참석했으며, 이 대통령에게 뉴욕의 한미재단 오찬회만큼 성대하고 의미 있는 행사였다.

 오찬회가 시작되자, 존 어윈(John Erwin, 1909~1995) 로스앤젤레스 부시장이 참석자들에게 이 대통령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우리의 국경 안팎에서 미국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흔히 우리가 사생활이나 국민적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할 때 너무 이상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순진하게 미국 젊은이들 마음속에 신과 국가와 자유를 향한 열정적 사랑을 주입한다는 말을 합니다. 이들은 또한 원칙이란 유치한 환영이며, 진리란 확인할 수 없거나 개인적 해석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그릇된 논거를 내세웁니다.

 그러나 우리는 압니다. 도덕을 결여한 국민은 타락한 국민이며, 신념이 흔들리고 원칙을 세우지 못하는 나라는 불운한 국가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또한, 진리의 존재를 부정하고 지속적인 탐구를 포기하는 국민은 지도나 나침반 없이 방황하는 탐험가와 같다는 사실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신, 조국, 또는 이웃을 위해 용감하게 투쟁하고, 싸우며 죽어간 사람들의 행위를 찾아내고 반복해 소개하곤 합니다. 이런 남녀들의 삶을 연구해 우리가 진정으로 표방해야 할 성품과 행위를 찾아내기도 합니다. 즉, 고통을 감내해야 할 만큼 옳은 것은 무엇인지, 투쟁할 가치가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인내할 가치가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밝혀내려 합니다. 이렇게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에서 발견되는 미덕을 이 나라 젊은이에게 일깨우고 심어주고자 합니다.

 사정은 이렇지만 사실, 우리가 칭찬하는 사람들은 흔히 과거의 인물들이므로 시간 장막에 의해 그들 행위가 빛이 바랬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여 일관된 비전, 강인한 목표의식, 용기의 살아 있는 화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분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은 우리에게 보기 드문 특권입니다. 그분은 또한 자신의 비전·목적·용기를 자국민들에게도 간곡히 권고하고 모범을 보임으로써 충분히 전수시켰습니다.

 이 모임 참석자들 중 많은 분이 태어나기도 전에 이승만 대통령은 조국의 해방과 자유를 요구했습니다. 그 벌로 그분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혹독한 고문을 겪고 살아남았습니다. 이후 7년간 감옥생활을 했습니다. 수감생활 중 그는 유년시절 그를 가르쳤던 감리교 목사들의 방문과 보살핌에 감동받아 기독교로 개종했습니다. 1904년, 석방된 그분은 미국으로 와서 6년 동안 수준 높은 대학교육을 받았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간 그분은 억지로 망명하기 전까지 조국의 자유라는 대의를 위해 지하에서 활동했습니다. 망명생활은 33년이나 됐습니다. 그 기간 중 그분은 조국의 해방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당시 그분의 활동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는 그분의 목에 걸렸던 30만 달러의 현상금으로 증명됩니다.

 그분은 망명 기간 중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대통령직을 맡았으며, 제2차 세계대전 종료 후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 것은 반세기 동안 그러한 목표를 위해 노력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그렇게 오랜 동안의 투쟁 경력은 우리 같은 국가에서 최대의 찬사와 존경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미국은 이상과 원칙을 중시하고, 이런 가치들을 용감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입니다.

 미국은 대한민국의 용감한 군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공산주의 무리들에게 대항해 싸운 친척들과 친구들을 가진 나라입니다. 그들로부터 우리는 대한의 용사들, 나아가 대한민국 전 국민의 신념·용기·용감성·근면함 등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는 이승만 대통령의 모범적인 생애가 한국에서 자랑스러운 본보기가 됐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승만 대통령님! 당신의 삶·신념·고통 그리고 불굴의 인내심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속에 자유와 해방을 위한 불타는 욕망의 불길을 밝혔으며, 그 불길이 살아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조지 워싱턴이 미국에 특별한 존재였고, 앞으로 그러한 존재로 남게 될 것처럼, 미구엘 히달고 신부가 멕시코에서 각별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듯이, 시몬 볼리바가 남미인들의 마음을 흔드는 힘을 갖는 것과 같이 당신은 어제, 오늘 그리고 영원한 내일까지 조국이 항상 주위로 모여드는 자유의 자석이었고, 그러한 역할은 계속될 것입니다.

 온 자유세계가 진정으로 크게 기뻐하고 감사해야만 한다고 나는 확신합니다. 우리는 당신을 통해 대한민국의 모든 용감한 국민들에게 인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당신이 국민들을 위해 계속 봉사하는 동안, 당신 개인과 부인에게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어윈 부시장의 소개를 받은 이 대통령은 12시 30분, 감격 어린 표정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여러분은 이 캘리포니아로부터 아시아 쪽을 바라보고 있으므로 아시아에서 진행되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수많은 여러분의 자제가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을 상대로 싸웠으며, 또한 공산주의자들에게 대항해 한국을 방위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소집됐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여러분은 극동의 평화가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 또한 이 풍요한 땅의 복지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계십니다.

 나는 오십 년 전에 여러 가지 일을 배우고자 미국으로 건너왔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단지 한 가지만을 알아보고자 이곳에 다시 왔습니다. 세계를 정복해 국가통제 절대주의와 개인의 노예화라는 그들이 생각하는 모습대로 개조하는 일에 착수한 자들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그들과 함께 평화로이 살아 나가려고 노력할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들에게 항복을 할 것인가? 또는 그들이 우리를 공격할 때마다 필사적으로 싸울 것인가? 이러한 것들은 중요한 질문이며, 나는 세계의 운명이 이에 대해 어떤 대답을 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40년 전에는 볼셰비즘이 유럽·아시아·미주에서 금기시된 왕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중략)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어떤 처지에 있습니까? 얼마나 많은 자유국가들이 위성국가가 돼 이미 철의 장막과 죽의 장막 뒤로 사라져버렸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친구들이여, 이것이 진보며 성공이라는 것입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으며, 또한 여러분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평화를 말하는 동안 공산주의자들은 세계를 얻고 있습니다. 지도를 보세요. 적색과 핑크색이 지배적인 색채로 돼 있습니다.”

 비장한 어조로 서론을 마친 이 대통령은 잠시 침묵했다.

 <이현표 전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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