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병영의달인

<29>해군9전단 최무선함 음탐사 고병선 상사

윤병노

입력 2011. 12. 09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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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실패는 없다' … 최고 소리 사냥꾼 등극


해군은 지난해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대(對) 잠수함 작전의 중요성을 각인, 음파탐지 교육훈련체계를 실습 위주로 강화했다. 특히 작전사령부 주관으로 음탐사 전투기량 경연대회를 개최해 적 잠수함을 찾아내는 음탐사들의 임무수행능력 향상을 독려하고 있다. 제2회 전투기량 경연대회에서 ‘수중 소리사냥 달인’으로 등극한 해군9잠수함전단(전단장 윤정상 준장) 최무선함 음탐사 고병선(32) 상사를 만났다.

제2회 음탐사 전투기량 경연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최무선함 고병선 상사가 전술훈련장에서 청음훈련을 하고 있다.
부대제공

 

고병선(왼쪽 셋째) 상사 등 최무선함 음탐직별 장병들이 김장현(가운데) 함장과 조국영해 수호 의지를 다지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부대제공

“피이~ 디이~” “휴욱~ 휴욱~” “처커덕~ 처커덕~.”

 지난달 8일 제2회 음탐사 전투기량 경연대회가 열린 해군작전사령부 전비전대 청음훈련장에는 해군 각급 부대의 내로라하는 음탐부사관 42명이 모였다. 헤드폰을 착용한 이들은 환경·생물학적 소음과 적 수상함·잠수함 구별, 어뢰 회피능력 등 해중(海中) 소음의 음원 식별에 신경을 곧추세우고 답을 적어 나갔다. 각양각색의 소음을 분별하고 프로펠러 회전수를 계산해 함형을 판별하는 동안 음탐부사관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해양환경 이해, 음탐기 성능 및 제원, 대잠전술능력 측정 등 이론평가와 실기평가를 합산한 결과 9잠수함전단 최무선함 음탐사 고병선 상사가 97.4점을 획득, 해군 최고의 소리사냥꾼이라는 권좌에 앉았다.

`음탐사 경연대회'서 최우수 선정

 고 상사의 최우수 음탐부사관 등극은 1년 전 실패를 거울삼아 절치부심(切齒腐心)한 노력의 산물이다. 그는 지난해 제1회 대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단 예선에서 탈락했다. 음탐사 경력 11년, 나름대로 소리 식별의 ‘고수’라는 자부심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느슨해진 마음의 안전밸트를 조여매고 전술전기 연마에 매진했다.

 “지난해 전단 예선에서 고배를 마신 게 오히려 보약이 됐습니다. 말로만 열심히 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수중에서 나는 소리의 높낮이와 음폭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해군에서 수중 소리는 ‘비밀’이다. 개인 녹음기 저장 및 외부 유출은 보안 위반이다. 이 때문에 부대 내 전술훈련장에서만 청음이 가능하다. 고 상사는 출동이 없는 날이면 수중음향학과 대잠작전 등 이론시험에 몰두했고, 일과 후에는 전술훈련장을 찾아 수백여 종류에 달하는 수중 소음을 듣고 또 들었다.

 대회 한 달 전부터는 매일 1~2시간씩 시간을 정해 동료들과 수중 소음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특히 단순히 듣고 분석하는 것에 그치고 않고 각 소음의 특성을 목록으로 정리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고 상사의 달인 완성에는 함장을 비롯한 승조원들의 배려도 단단히 한몫했다.

 잠수함 근무 17년 경력의 음탐직별장 이경호 원사는 고 상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멘토 역할을 자청했다.

이 원사는 그동안 자신이 습득한 노하우는 물론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뼈저린 교훈까지 공유했다.

 경연대회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멘탈게임’이다. 고 상사는 전투적 사고가 충만한 군인다운 군인으로 정평이 자자하다. 그러나 다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대회 당일 긴장하지 않을까 염려됐 다. 고 상사도 이러한 부분을 걱정했지만 이는 함장이 해결해 줬다.

 “함장님은 너는 할 수 있다. 네가 최고다. 1등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등 끊임없는 격려로 심리적·정신적 안정을 유도해 주셨습니다. 이를 통해 편안한 마음으로 경연대회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청음능력' 잠수함 전투력·생존성 좌우

 “음탐 접촉! 방위 ○○도! 오디오 추정 결과 어망 접촉!”

 고 상사는 지난 6일 작전출항 중 당직사관에게 침로 전방의 장애물을 보고했다. 당직사관은 함장에 이 같은 상황을 즉시 보고했고 함장은 침로 변경을 지시, 어망을 회피해 잠항을 이어 갔다.

 음탐사는 수중음파탐지기 소나(SONAR : SOund NAvigation and Ranging)를 운용하는 대(對) 잠수함 작전의 핵심 요원이다. 잠수함 음탐사에게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된다. 바로 안전항해 도우미 역할이다.

 잠수함은 수상함과 달리 육안 식별이 불가능한 심해(深海)에서 작전을 수행한다. 잠수함은 모든 상황을 소리로 듣고 구별한 뒤 임무의 다음 단계를 전개한다.

 따라서 잠수함 음탐사는 고도의 청음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수중 소음이 단순한 물고기의 움직임에서 비롯된 소리인지, 적 잠수함 및 수상함의 보조기기 또는 엔진 소리인지, 침로상에 장애물은 없는지 등등을 먼저 듣고 식별해 보고한다. 또 접촉한 표적 탐지거리 및 피탐 거리를 산출해 공격팀이 어뢰를 발사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더불어 탐지된 소음은 즉시 녹음해 음향정보를 수집한다. 잠수함 음탐사는 이렇듯 함의 전투력뿐만 아니라 생존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직별이다.

 최무선함은 이에 따라 평소 땀으로 전 교육훈련을 진행하는 등 음탐사 기량 향상에 심혈을 기울였다. 출항 및 정박을 가리지 않고 대잠 상황을 가정한 전투배치를 발령, 실전감각을 유지토록 했다. 이와 함께 환경·생물학적 소음, 무기체계의 기계적 소음, 어선·상선·군함의 순간소음 구별능력을 반복 숙달해 평가함으로써 선의의 경쟁을 유도했다.

 고 상사도 이러한 체계적인 교육훈련이 임무수행능력 제고와 전투기량 경연대회에 큰 도움이 됐다고 고백했다.

 “올해 대회는 평가 문항이 30개에서 90개로 늘었을 뿐만 아니라 2~4개의 소음을 한 번에 청취·식별하는 고난이도의 복수 소음 문항이 추가되는 등 실전적 표적 판별능력을 중점 평가받았습니다. 강도 높은 부대의 훈련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최우수 음탐사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입니다.”

후배들에게 롤모델되도록 노력

 고 상사는 음탐사라는 직책의 희귀성과 특수성에 이끌려 음탐직별을 선택했고, 천직이라 믿어 왔다. 여기에 최우수 음탐사 선정 이후 ‘노력하면 된다’는 좌우명을 실천, 청음능력 및 부대 전투력 향상을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훌륭한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분야에서 모범이 되겠다”는 고 상사에 대해 김장현(중령) 최무선함장은 “최우수 음탐사 등극 이후 자만에 빠지지 않고 더욱더 개인 역량 강화에 정성을 쏟고 있다”고 든든해 했다. 특히 김 함장은 “앞으로도 음탐사 전투기량 발전을 독려,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최강·무적·선봉의 전통을 이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윤병노 기자 < trylover@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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