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병영의달인

<28>육군수도군단 초대 충의왕 최영만 상사

글·사진=김가영

입력 2011. 12. 02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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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달인이라뇨! 부끄럽습니다”


최고령 출전 어려운 여건 극복 ‘특급전사 중의 특급전사’

육군수도군단이 올해 처음 선발한 M-Pro용사 ‘충의왕’에 선발된 정보대대 최영만
 강화도 기지장이 호젓한 산길을 달리며 체력을 단련하고 있다(사진 위). 최영만
기지장이 M-Pro용사 ‘충의왕’ 인증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아래).

 “저보다 많은 나이에도 펄펄 나는 분들이 수없이 많은데 달인이라뇨. 부끄럽습니다.”

 육군수도군단이 올해 처음 실시한 M-Pro(Military Professional) 용사 ‘충의왕’ 선발대회에서 발군의 기량으로 초대 충의왕에 등극한 정보대대 최영만(32·상사) 강화도 기지장은 ‘부끄럽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우리 군에 뛰어난 기량의 전투 달인들이 많은 상황에서 집중적인 조명을 받기가 부담스럽다는 의미리라.

 하지만 속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최 기지장의 말은 겸양의 표현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수도군단이 ‘M-Pro 활동의 날’(상자기사 참조) 행사의 일환으로 실시한 충의왕 선발대회는 군단 사령부와 직할대 특급전사 중 선발된 병사·부사관 50여 명이 사격실력과 체력을 겨루는 대회다.

 대회 종목도 일반적인 특급전사 선발과는 차별화돼 있다.

사격은 엎드려쏴·방독면 사격·입사호 사격을 각각 10발씩 30발을 쏜다.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 3km 오래달리기도 한다. 이 중 백미는 오래달리기. 운동화 대신 묵직한 전투화를 신고 달려야 한다.

따라서 충의왕은 ‘특급전사 중의 특급전사’인 셈.

 여기서 최 기지장은 사격 30발 중 29발을 명중시켰다.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는 2분에 각각 80여 개와 70여 개씩 했다. 오래달리기는 전투화를 신고도 12분대에 주파했다.

 하지만 그의 충의왕 등극이 더욱 의미를 갖는 것은 여러 제약을 극복한 데 있다.

 우선 나이. 대회 당시 최 기지장은 최고령(?) 출전자였다. 30대 초반으로 20대 초중반의 장병들을 제친 것이다.

 또다른 제약은 부대 여건.

최 기지장이 근무하는 강화도 고려산기지는 산 중턱에 있는 초미니 부대로 소규모 건물과 손바닥만 한 주차장이 부대의 전부다. 사격장은 물론이고 변변한 연병장 하나 없다.

게다가 하루 24시간 꼬박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기지 특성상 운동 여건은 더욱 열악하다.

이 때문에 대회 출전이 확정되고도 최 상사는 사격을 별도로 연습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평소 실력으로 29발을 명중시킨 것이다.

이런 제약을 떨치고 충의왕이 된 비결은 뭘까.

 “나름대로 전략을 세웠어요. 어린 친구들과 윗몸일으키기·팔굽혀펴기는 도저히 경쟁이 안 되겠더라고요. 이건 상위권을 유지하는 대신 오래달리기와 사격은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는 전략이었죠.”

 하지만 목표나 전략은 누구나 세우는 것이고 현실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는 법. 무슨 수로 뜻대로 전략을 실현할 수 있었을까.

 “등산객이 많아 힘들긴 하지만 부대로 올라오는 산길을 뛰었습니다. 대회 무렵은 장마철이라 그마저 힘들어지자 살고 있는 아파트 계단을 수십 번씩 오르내렸습니다.”

 연습할 기회조차 없었던 사격은 정신력으로 승부했다고 최 상사는 귀띔했다.

 “원래 사격의 기본은 갖춘 상황이라 ‘표적=적’이라는 마음으로 사선에 섰습니다. 내가 표적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는 생각으로 사격하면 틀림없이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최 기지장을 충의왕으로 이끈 것은 군에 대한 감사와 무한대의 긍정 마인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는 군복을 입으면서 인생이 ‘폈다’고 믿는 사람이다.

 “원래 가정형편 때문에 공익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1999년 제1연평해전 소식을 접하면서 저도 몰랐던 애국심이 끓어올랐습니다. 나라가 없으면 가족도 없고 나도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공익근무를 마다하고 부사관에 지원했죠. 이곳에서 가족(육군17사단 306포병대대 백인혜 중사)도 만나고 귀여운 아이들도 얻었고 평생 직장도 얻었으니 군에서 모든 행복을 누리고 있는 셈이죠.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정말 군에 감사합니다.”

 ‘받을 사람이 있다면 군에 감사편지라도 쓰고 싶다’며 환하게 웃는 최 기지장. 그의 초긍정 마인드가 있기에 고려산기지가 더욱 환해 보였다. 


 M-Pro 활동의 날
 
육군수도군단은 부사관단의 역할 증대를 위해 매주 목요일을 ‘부사관 활동의 날(M-Pro Sergeant's Activity Time)’을 제정, 시행해 오고 있다. 그동안 팔로어(Follower)로 인식됐던 부사관을 부대관리 및 전투력 창출의 중요한 허브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로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군단은 부사관 활동의 날이면 필요한 시간과 인력, 장비 등을 제공하고 부사관에게 전투준비태세와 훈련출동 준비, 실전적 교육훈련, 부대관리, 군기유지 등을 담당케 하고 있다. 또 올 8월부터 매년 상·하반기 충의왕을 선발하고 충의왕에게는 군단장 상장과 기념품, 진급시 가산점 부여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글·사진=김가영 기자 < kky7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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