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이승만대통령연설

이승만 대통령 자유와 정의를 말하다<28> 한미재단 만찬회(6)

입력 2011. 11. 18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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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민은 한국의 영원한 친구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1954년, 국빈방문 기간 중에 가장 즐거워했던 행사가 한미재단 만찬회라는 사실을 앞서 소개한 바 있으며, 오늘까지 총 6회에 걸쳐 그날의 행사를 상세하게 연재했다. 그 이유는 57년 전의 한·미 관계를 단순히 반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대통령을 비롯한 러스크 이사장, 스펠만 추기경, 밴플리트 장군, 와그너 뉴욕 시장, 스미스 상원의원 등 당대 지성인들의 발언을 육성 그대로 접함으로써 우리가 오늘과 내일을 사는 지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이승만 대통령이 러스크 한미재단 이사장에게 훈장을 달아주고 환담하고 있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 연사로 나선 인물은 메리 로드(Mary Pillsbury Lord, 1904~1978) 여사였다. 우리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인물이지만, 그녀는 당대의 저명한 시민운동가이자 사회봉사활동가였으며,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에 있었다. 이런 인연으로 그녀는 1953년,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노어 루즈벨트(Eleanor Roosevelt, 1884~1962)의 후임으로 유엔인권위원회 미국 대표가 됐으며, 유엔총회 미국 대표로도 활동했다. 이날 만찬회에서 로드는 다음과 같은 인사말을 했다.

 “저는 유엔에서 다뤄지는 인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용감한 지도자, 위대한 애국자, 위대한 친구인 이승만 대통령님, 그리고 용맹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을 찬양하는 이곳에 초청받아 발언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세계평화는 유엔의 가장 중요한 목적입니다. 유엔은 한반도에서 북한의 무력침략을 막기 위해 역사상 최초로 강제조치를 결의했으며,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단결된 힘으로 무력침략자를 격퇴했습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미래의 무력침략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분단된 나라가 올바른 통일의 길로 가도록 하기 위해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들은 동반자로서 단결해야만 합니다. 동반자란 자유를 소중히 생각하며, 자유가 공격받을 때 방어하기 위해 함께 투쟁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국 국민은 자유를 위한 투쟁의 성공을 위해서는 크나큰 희생, 피나는 노력, 성실함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지구상의 영구적인 평화와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한국 국민과 같은 투쟁정신이 필요합니다.

 자유는 모든 국가와 개인의 권리이자 책임입니다.

이승만 대통령님, 세계 모든 나라는 대한민국이 자유를 위해 권리와 책임을 다하고 있는 데 대해 찬사를 보낼 뿐만 아니라 이를 배우게 될 것입니다.”

 로드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러스크 이사장이 말했다.

 “로드 여사의 말대로 우리가 어제와 오늘 한국을 위해 무슨 일을 하고, 무엇을 제공하는지에 관계없이 이 자리를 떠날 때 자유와 권리를 지키려고 피나는 투쟁을 하고 있는 한국 국민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대한 우리의 지원은 우리가 한국 국민에게 지고 있는 큰 빚을 갚는 조그만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 미국 국민은 오늘 한국 국민의 영원한 친구가 될 것이라는 약속, 자유민주주의가 가장 나은 삶의 방식이란 신념, 앞으로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국민의 용기와 스태미너에 더욱 감사를 표해야겠다는 각오를 지니고 이 자리를 떠나게 될 것입니다.”

 러스크 이사장의 말을 들은 이승만 대통령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신사숙녀 여러분, 이렇게 자주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용서하세요. 앞서 발언한 와그너 뉴욕 시장님에 대한 감사의 말을 못 했네요. 좋은 말씀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그리고 로드 여사님의 우아한 말씀 감사합니다.  

 그리고 할 말이 더 있습니다. 러스크 이사장에게 증정하기 위해 한국에서부터 훈장을 가져왔습니다. 여러분들이 보는 앞에서 수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입니다. 훈장을 수여하는 이유가 담긴 증정서가 있습니다. 한글로 쓰여 있으며, 대한민국의 국새가 찍혀 있습니다. 양유찬 주미한국대사가 이 증정서 내용을 영어로 번역해 러스크 이사장님과 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양유찬 대사가 훈장증서를 읽었다.

 “대한민국은 인도주의자, 의사, 편집인 하워드 러스크 박사에게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수여합니다. 러스크 박사는 전쟁으로 파괴된 한국 난민을 구원하고, 이들에게 희망·건강·자립의 수단을 회복하도록 하는 위대한 과업을 매우 성공적으로 도왔으며, 이를 위해 따뜻한 이해심을 갖고 엄청난 능력을 발휘해주었습니다.

러스크 박사는 전쟁으로 수족이 절단된 많은 한국 환자들의 비극적인 고통을 조사하고 그들의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서 인공수족을 연구ㆍ개발했으며, 이를 제공했습니다. 또한 한국의 고아와 빈민들에게 미래의 희망이 되는 기금을 모으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섰습니다. 또한 러스크 박사는 큰 파급효과를 지닌 뉴욕 타임스지의 지면을 통해 미국 여론에 한국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과 용감한 정신을 알렸습니다.

 그의 노력으로 세계 자유의 보루인 한국에서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전투를 치르다가 심각한 고통을 겪게 된 사람들을 돕기 위한 수백만 달러의 기금이 모아졌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러스크 박사의 봉사와 사심 없는 헌신, 그리고 재능 있고 인도주의적인 러스크 박사 부인의 헌신에 감사하며 이 저명한 의사, 학자, 박애주의자 하워드 러스크 박사에게 이 훈장을 증정하는 영예를 가집니다. 증서에는 이승만 대통령께서 친필로 서명하셨습니다.”

 양유찬 대사의 훈장 증서 낭독에 이어 이승만 대통령은 러스크 이사장의 가슴에 훈장을 달아주며 말했다.

 “한국 국민에 대한 기여에 감사하며, 귀하와 귀하의 부인에게 한국 국민의 더 없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훈장을 달아드립니다.”

 러스크 박사는 이 대통령과 참석자들에게 큰 소리로 수상소감을 말했다.

 “저희 내외는 이 영광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저와 제 처, 그리고 우리 모두는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이 훈장이 한국을 위해서 일한 미국인 모두의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겸허하게 수용하겠습니다. 이 뜻을 기려 우리는 앞으로 남은 과제들을 완성하기 위해서 더욱 헌신하겠습니다.”

 1954년 8월 2일, 8시부터 진행된 만찬행사는 11시가 넘은 시각에 호레이스 도네건 주교의 축원예배로 끝이 났다.

 “하느님의 자비로운 은총과 보호에 우리를 맡기나이다. 이승만 대통령 내외와 한국 국민에게 주님의 빛, 평화, 용서, 인도, 힘, 그리고 기쁨이 이 밤에 그리고 영원히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이현표 전 주미 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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