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병영의달인

<27>폭발물 탐지견 `탑독' 노을 핸들러 공군15혼비 조동수 하사

글ㆍ사진=김철환

입력 2011. 11. 18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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킁킁킁~ 폭탄도 즐겁게 찾는 우리는 환상의 콤비


진정한 프로는 일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한다. 지난달 공군 최고의 군견을 가리는 제5회 공군 군견경연대회에서 폭발물 탐지견 부문 탑독(Top Dog)의 영예를 거머쥔 군견 ‘노을’과 그를 조련한 핸들러(Handler) 조동수 하사의 훈련 모습은 일을 즐기는

그 자체였다. 군견 조련의 달인을 지향하며 뛰고 있는 조 하사와 폭발물 탐지견으로서의 전성기를 열어가는 달견(達犬) 노을이를 공군15혼성비행단에서 만나봤다. 

폭발물 탐지견 부문 탑독(Top Dog)으로 선정된 공군15혼성비행단 군견 ‘노을’과
 핸들러 조동수 하사가 훈련에 앞서 공 물어오기로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 수많은
 차량의 냄새를 구석구석 맡아야 하는 폭발물 탐지 임무도 체력이 중요하다고.

 

군견훈련장 장애물 사이에 숨겨진 폭발물을 찾아내는 조동수 하사와 노을.

 “노을!! 찾아!!”

 핸들러 조동수(하사) 군견반장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노을이 군견훈련장의 푸른 잔디 위에 놓인 나무상자 세 개의 주변을 돌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검은색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인 노을은 1분이 채 되기도 전에 폭발물을 숨겨놓은 나무상자 앞에 의젓하게 앉았다.

 “탐지견들은 폭발물을 찾아냈을 경우 그 앞에서 앉도록 훈련받고 있습니다. 핸들러가 확인할 때까지 탐지견은 폭발물 쪽을 계속 응시하고 있어야 하므로 인내심이 아주 중요한 순간입니다.”

 노을의 뒤쪽에 서 있던 조 하사가 높은 톤으로 “옳지!!”라고 외치며 폭발물 상자 쪽으로 노을이 좋아하는 고무공을 던지자, 노을은 신이 나서 공을 쫓았다. 폭발물 탐지의 달견 ‘탑독’의 모습 뒤에 숨겨진 사람을 좋아하는 천진한 노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곧이어 상자들의 위치를 바꿔가며 몇 차례 훈련을 실시했지만, 노을은 폭발물을 못 찾는 것이 이상하다는 듯 족집게같이 문제의 상자 앞에 앉아 보였다. 폭발물 상자를 열고 샘플이 들어 있다는 봉지의 냄새를 유심히 맡아 봤지만 개보다 1만 배가량 떨어지는 인간의 후각으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것만 같았다.

 

▶탐지견의 최대 재능은 ‘집중력’

 15혼비 헌병대대 경비중대의 오평돈(원사) 군견소대장이 이날 훈련에 사용한 것은 일반적인 폭발물이 아닌 사제폭탄의 재료가 되는 화학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화학물질을 이용한 사제폭탄 테러의 위협이 늘고 있어 해당 화학물질에 대한 탐지 훈련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화학물질은 TNT 등의 폭약보다도 냄새가 더 적게 나므로 탐지 난이도가 훨씬 높다고 할 수 있지요.”

 노을은 이러한 실전적 훈련과 더불어 폭발물 탐지견으로서의 탁월한 자질을 바탕으로 군견경연대회 첫 출전에서 당당히 탑독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조 하사는 “노을이 가진 최대의 강점은 집중력”이라고 강조했다. 군견은 기지 경계 등에 투입되는 순찰견과 폭발물 등을 찾는 탐지견 두 가지로 구분된다. 군견이 되는 것도 어렵지만, 그 가운데 탐지견이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집중력이다. 이 때문에 군견 가운데에도 탐지견의 수효는 많지 않다. 15혼비에도 탐지견은 30여 두의 군견 가운데 13%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탐지견의 임무수행 현장은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이 아닙니다. 자동차와 비행기 소음, 주변의 수많은 사람 등 정신이 팔릴 다수의 요소가 있는 가운데에도 폭발물을 찾는 데에만 전념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조 하사에 따르면 호기심과 장난기가 왕성한 젊은 개들의 경우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더더욱 어렵다고 한다. 노을의 나이 올해로 3살. 이를 사람의 나이로 환산하면 20대 중반 정도로, 혈기 넘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실제 체력단련을 위한 구보와 공 물어오기를 실시할 때의 노을은 군견인지 애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을 좋아하고 애교가 넘쳤다. 하지만 폭탄을 찾는 자세만큼은 프로 그 자체라고.

 “군견 경연대회 당시 15분 내에 2채의 건물 내부와 차량 4대에 숨겨진 폭발물들을 찾아내야 했습니다. 대회는 첫 출전이었던 만큼 제가 긴장을 했는지 노을이 신호를 보냈음에도 폭발물이 숨겨진 장소 한 곳을 그냥 지나쳤습니다. 하지만 노을이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기에 믿고 함께 가보니 폭탄이 있었고 좋은 결과를 거두는 결정적인 분기가 됐죠.”

 

▶핸들러와 탐지견의 ‘교감’ 중요해

 노을과 조 하사는 모두 올해 초에 훈련을 마치고 임무현장에 배치된 터라 아직은 신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경험이 많은 군견과 핸들러들이 대거 출전했던 경연대회에서 주눅 들지 않고 선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둘 사이의 신뢰와 교감도 있었다.

 오 군견소대장은 “핸들러와 군견 간의 신뢰는 서로 간의 교감을 바탕으로 쌓인다”며 “조 하사와 노을은 무수한 훈련을 통해 의사소통이 아주 잘 되는 최고의 팀”이라고 말했다.

 15혼비는 부대특성상 국내외 귀빈이 많이 방문하므로 폭발물 탐지견과 핸들러가 실제 임무에 투입되는 일이 많다. 조 하사와 노을도 이제 막 중순을 넘긴 11월에만 십수 회 이상 탐지임무를 수행하면서 수십 대의 차량을 검색했다. 연이은 임무로 피로도가 높지만, 이들이 날마다 훈련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즐거움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개를 좋아해 꾸준히 길러오고 있다는 조 하사는 “노을은 핸들러가 된 후 처음 맡은 군견이라 더욱 각별하다”며 “노을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기 때문에 훈련도 임무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군견의 답변을 들어보기 위해 노을에게도 조 하사와 함께 하는 것에 대한 감상을 물으니, 노을은 말없이 조 하사를 한번 바라보고는 다시 기자를 보며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겁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군견 Life Q&A-공 갖고 노는 것에 강한 집착 보인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폭발물 탐지 임무는 탐지견과 핸들러 모두에게 위험할 수 있는 고난도의 작업이다. 군견은 이러한 임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군견에 대한 궁금증을 Q&A형식으로 풀어봤다.

 Q : 폭발물 탐지가 군견에게는 놀이다?
 A : 탐지견에게 폭발물 탐지는 ‘공을 찾는 놀이’다. 탐지견은 공을 갖고 노는 것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는 군견 후보 중에 선발되며, 공에 폭발물 냄새를 묻혀 숨겨두는 것으로 훈련이 시작된다. 탐지견이 폭발물을 찾아냈을 때 공을 폭발물 쪽으로 던져주는 것도 ‘폭발물이 공을 준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진동과 충격에도 폭발할 수 있는 사제폭탄의 위협 때문에 탐지견이 공을 가지고 놀다 폭발물을 건드리지 않도록 통제하는 훈련도 점차 늘리고 있다고 한다.

 Q : 군견의 일상은?
 A : 군견은 주야간조로 편성돼 있어 주간조는 밤에, 야간조는 낮에 수면을 취한다. 식사는 군용 개 사료를 매일 아침 저녁으로 두 끼 먹는다. 한 끼 식사의 양은 700g. 하루 일과는 체력단련과 임무에 따른 유지훈련을 실시하고 15혼비 군견들의 경우 일일 3~4시간씩 임무에 투입된다. VIP와 외국인을 접할 일이 많은 탐지견들은 중요한 자리에서 용변을 보는 실례를 저지르지 않도록 임무투입 직전에는 식사를 시키지 않는다.

글ㆍ사진=김철환 기자 < droid00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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