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우리군의시뮬레이터

<32>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대

김철환

입력 2011. 10. 31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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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 한가운데 순간이동한 느낌


바다에서 배를 조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높은 파도와 거센 바람·안개·폭우 등 긴 항해기간 동안 다양한 자연환경에 맞서야 하며, 항구에 접안하기 위해서는 크고 작은 수많은 선박들과 접촉사고를 피해야 한다. 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대는 우리 해군이 운용하는 모든 수상함정 승조원들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완벽한 조함술을 익힐 수 있도록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대에서 진해항을 배경으로 구축함(DDH)급 함정의 시뮬레이션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조
함훈련대는 이 외에도 초계함과 상륙함·소해함·고속정 등의 함교가 묘사된 시뮬레이션 교육장을 갖추고 있다. 부대
제공

개인조함훈련(COVE)을 실시하고 있는 교육생. COVE 훈련시 착용하는 머리 부착형 화면표시 장치에는 동작감지
센서와 음성인식 센서가 장착돼 있어 첨단 훈련이 가능하다. 부대제공

“군함은 정밀한 총과 같이 다뤄야 합니다. 미사일과 함포 등 주요무기들이 정확한 명중률을 보이려면 군함이 건조될 때 그대로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지요. 사고가 난 군함을 수리해서 운항할 수는 있지만, 영점이 틀어진 총처럼 될 수도 있으므로 애초에 무사고 운항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대의 윤환선(중령) 조함훈련대장은 군함을 운항하는 법을 배우는 조함훈련은 단순한 운전 연습에 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선박의 운항도 물론 어려운 경지이지만, 일반선박과 달리 날이 잘 선 칼처럼 전투에 대비하려면 무사고 운항을 위한 철저한 조함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


 방 안에 펼쳐진 대양의 신비함

 검은색으로 도색된 어두운 훈련실 안에는 또 하나의 방이 있었다. 그 방으로 들어서자 배의 함교가 재현돼 있고, 창밖으로는 눈이 부실 정도로 푸른 대양이 펼쳐져 있었다.

 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대가 운용하고 있는 조함훈련 시뮬레이터의 첫 인상은 이채로움 그 자체였다. 눈으로 들어오는 바다의 풍경과 함께 주변을 감싸고 있는 파도소리는 갑자기 바다 한복판으로 순간 이동한 느낌을 줬다.

 2004년 임무를 개시한 조함훈련대는 구축함(DDH)을 비롯해 초계함(PCC), 상륙함(LST), 소해함(MHC), 고속정(PKM) 훈련장과 개인조함 훈련체계 10세트, 훈련 내용을 돌아보는 강평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함정 등급별로 함교 내부의 배치가 조금씩 달랐지만, 운용 인원은 당직사관과 레이더 작동수, 타수 등으로 대동소이했다.

 조함훈련대를 방문했던 날 고속정 훈련장에서는 해군의 윤영하급 고속정 중 현재 건조 중인 정극모함의 인수 요원들이 훈련을 받고 있었다. 윤 훈련대장은 “새로운 고속정의 도입으로 PKM 훈련장의 개선이 이뤄져 현재는 윤영하급과 참수리급 고속정 요원들을 모두 훈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주요 83개 항구 재연

 모의운항 시범은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으로 진행됐다. 진해항을 빠져나가는 훈련을 실시하는 가운데 주간과 야간, 폭우, 안개 등 다양한 상황 묘사에 대한 시연이 이뤄졌다. 안개 속을 운항할 때는 함교 내의 전 요원들이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조함훈련대의 정한웅 소령은 “탐색장비들이 많이 발전했지만 안개는 레이더파도 일정부분 반사시키기 때문에 작은 어선 등과의 충돌을 피하려면 함교요원들 모두가 오감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운항을 하면서 함교 자체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일렁이는 화면을 바라보니 멀미가 절로 났다. 정 소령은 “간혹 민간인 개방행사를 할 때 노인 분들이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손잡이를 꼭 붙들고 계실 정도로 실감 나는 체험”이라고 말했다.

 조함훈련 시뮬레이터의 상황 묘사 능력을 활용해 훈련하는 과목은 기본적인 출·입항부터 연안 항해, 저시정 항해, 해상보급, 전술기동, 정밀투묘, 인명구조, 부이(Buoy)계류, 전투 접·이안, 기뢰원 통과 등 10종목.

또 시뮬레이터 데이터 베이스에는 진해항 외에도 꾸준한 업그레이드를 통해 국내·외 주요 83개 항구가 포함돼 있으며, 선박도 해군함정 18종과 상·어선 59종의 묘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윤 훈련대장은 “순항훈련과 청해부대, 림팩훈련 참가 함정의 함교요원들이 출항 전에 외국 항구 수로숙달을 위해 조함훈련대를 찾는다”면서 “이곳에서 훈련을 받은 뒤 해외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인원들은 대부분 정말 똑같았다는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래지향적 첨단 장비 COVE

 여러 군함들의 함교를 재연해 놓은 시뮬레이터 훈련도 미래적인 경험이지만, 개인조함훈련(COVE : Conning Officer Virtual Environment) 체계에 비한다면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

당직사관을 맡는 장교들의 훈련에 활용하는 COVE 체계는 조함에 필요한 다양한 지시를 함교 요원들에게 내리는 법을 익히는 장비다.

 COVE로 훈련을 받는 교육생은 먼저 최첨단 디자인으로 인해 관계자들에게 ‘로보캅’이라는 별칭으로 통하는 머리 부착형 화면표시장치(HMD : Head Mounted Display) 고글을 착용해야 한다. 고글을 착용하면 마치 실외에 있는 것처럼 주변 풍경이 실감 나게 다가올 뿐만 아니라 동작 인식 센서를 통해 고개를 돌려 좌우의 상황을 살필 수도 있다.

 여기에 음성으로 명령을 하면 체계가 이를 알아 듣고 그에 맞는 조함을 실시한다. 본래대로라면 당직사관의 명령을 여러 명의 승조원들이 실행에 옮겨서 배를 움직여야 하지만, 혼자서도 충분한 조함훈련을 할 수 있도록 이러한 개인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체험을 위해 HMD 고글을 머리에 쓴 뒤에 주변을 둘러 보니 자연스럽게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함정의 천정을 재현하기 위함인지 좌우로는 화면이 따라서 움직였지만, 올려다 보거나 내려다 보는 동작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함정을 움직여 보려고 “양현 앞으로 최전속!!”을 외쳤지만, 배는 묵묵부답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에 “표준어로 또렷하고 정확하게 발음해야 인식한다”는 윤 훈련대장의 조언에 따라 다시 한번 목소리를 가다듬고 명령을 하달하자 컴퓨터가 이를 복창한 뒤 배가 전속력으로 항진하기 시작했다.

 윤 훈련대장은 이러한 조함훈련대의 과학화된 훈련으로 얻는 가장 큰 이익으로 ‘무사고’와 ‘국방예산절감’을 꼽았다.

그는 “지금까지 조함훈련대에서 훈련을 받았던 인원들은 모두 무사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한 뒤 “해군이 이번 2011 대한민국 녹색경영대상을 수상한 밑바탕에도 유류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현격히 줄이는 데 일조하는 조함 시뮬레이터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철환 기자 < droid00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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