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병영의달인

<24>`탄흔분석 경연' 최우수 육군1포병여단 이진석 중사

글·사진=김가영

입력 2011. 09. 23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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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이내 도발 원점 분석 보고 완료!


“화력전투태세 확립을 위해 여단이 관심을 쏟고 있는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영광스럽습니다. 대회를 계기로 더욱 임무수행능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16일 육군1포병여단에서는 포병부대에서도 보기드문 경연대회가 열렸다. 여단 예하 포병단과 대대 탄흔분석반 20개 팀 100여 명이 출전한 ‘탄흔분석반 임무수행능력 경연대회’가 그것.
육군1포병여단 이진석(가운데) 중사가 탄흔분석반원들과 함께 신관굴에 표간을 설치한 후 낙각을 측정하고 있다.
대회는 평가단이 적 포탄 형상과 메시지를 부여하면 탄흔분석반이 탄흔을 분석, 탄종을 확인하고 도발 원점 분석에 대한 ‘포병 대사격 첩보 보고’를 15분 이내에 작성해 보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열띤 경합 끝에 이진석(30) 중사가 이끄는 용호포병대대 탄흔분석반이 최우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포병에선 흔히 사용되지만 일반인들에게 낯선 ‘탄흔 분석’이란 뭘까.

 포탄이 떨어지면 바닥에는 흔적이 남는다. 박격포탄은 자그마한 웅덩이를 만드는 반면 지연신관을 사용한 도비탄의 경우 바닥에 닿는 즉시 터지지 않기 때문에 포탄이 돌면서 오른쪽으로 휘어진 고랑을 만든다.

또 순발신관(작은 충격에도 터지는 신관)에 의한 포탄은 바닥에 마치 복숭아를 반으로 쪼갠듯한 모양을 만든다. 이때 2개 혹은 그 이상의 탄흔(탄의 흔적)이 생긴 지점으로부터 후퇴 방위각을 산출하고 그 교차점으로 적 포병의 위치를 탐지하는 것이 탄흔분석이다. 탄흔을 분석하면 적 기동·포병부대의 위치는 물론 포 구경이나 형태도 구별가능해 대화력전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1포병여단은 최근 탄흔분석의 중요성을 재조명<별도 박스기사 참조>하면서 이번 대회를 개최했다. 지금은 ‘달인’이 된 이 중사지만 사실 처음 대회를 준비할 때는 막막했다고.

 “포탄이 날아온 원점을 파악해 주는 첨단 장비들이 많이 보급되다 보니 탄흔분석법은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신속·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연구와 반복적인 연습 밖에는 방법이 없었죠.”

 탄흔분석반은 바닥에 생긴 탄흔 유형에 따라 어떤 분석법을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하고 분석과정 전반을 통제하는 반장을 비롯해 표간병과 측각병·기록병으로 구성된다. 표간병은 각도 측정의 기준이 되는 막대기 형태의 ‘표간’을 설치하고 측각병은 각도를 측정하며 기록병은 무전기로 정보과에 분석 내용을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신속·정확한 분석을 위해 반원들 간의 팀워크는 필수.

 “박격포만 해도 탄흔을 분석하는 방법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탄흔 속에 신관이 만든 굴이 있을 때 그곳에 표간을 설치해 낙각을 재는 ‘신관굴에 의한 방법’과 신관굴이 없을 경우 탄흔 주변에 흙이 쌓이고 깎인 모양으로 분석하는 ‘파편홈에 의한 방법’, 그리고 기타 방법이 있습니다. 신속한 분석을 위해 모든 반원이 탄흔분석의 절차를 숙달하고 행동화하는 데 만전을 기했지요.” 

 서로 토의하며 탄흔분석을 연습했고 팀워크가 안맞을 때는 ‘처음부터’를 반복했다. 대대도 대회 준비를 위한 여건 보장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대회 당일 완벽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총 세 종류의 분석을 실시하고 보고서까지 작성하는 과정을 단 13분 만에 해내는 기염을 토했다. 한 가지 분석방법이 빨라야 3~5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달인’이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신속한 분석이다.

 “함께 고생해준 이호석(21) 병장, 조성식·김도형(20) 일병에게 감사한다”는 이 중사는 이번 대회가 포병인으로서 임무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너무 첨단 장비에만 의존하진 않았나 반성하게 됐습니다. 탄흔분석을 더욱 열심히 연구해 다음 대회에서도 최우수상을 받고 싶습니다.”


왜 탄흔분석인가-敵 화력도발 직접 `증명' 가능

육군1포병여단이 개최한 ‘탄흔분석반 임무수행능력 경연대회’에서 여단장(앞줄 왼쪽)이 탄흔분석반 장병으로부터 임무수
행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있다.

육군1포병여단이 탄흔분석의 기량을 겨루는 대회를 연 것은 탄흔분석의 중요성에 새롭게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포병에서 탄흔분석은 상대적으로 간과됐던 것이 사실이었다.

TPQ 레이더, 아서(ARTHUR)-K 등 최첨단 대포병 레이더가 전력화되면서 포탄이 어디서 날아온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데 굳이 병력이 출동해 탄흔을 분석할 필요가 있느냐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이 후 변화가 일어났다.

여단은 앞으로 적이 국지전 상황에서 제한적인 화력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이때 탄흔분석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판단했다.

적의 화력도발을 식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채증을 통해 적의 도발을 직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단은 탄흔분석반 임무수행능력 경연대회 외에 지난 7월부터 장병들의 탄흔분석 기량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우선 탄흔분석반의 임무수행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대대별로 탄흔분석반 인원 편성을 표준화하고 탄흔분석반 휴대장비와 물자를 세트화했다.

또 대대별로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탄흔분석교장까지 구축했다. 탄흔분석반은 물론 여단 전 간부를 대상으로 탄흔분석절차 교육과 대대별 집체교육을 실시했다.

 박경수(준장) 여단장은 “최첨단 장비를 운용하는 지금에도 탄흔분석반의 임무의 중요성은 유효하다”며 “탄흔분석반 요원 모두가 적 도발 시 포병부대의 즉각 대응사격이 가능토록 화력전투태세 완비의 핵심요원이 돼줄 것”을 강조했다.”

글·사진=김가영 기자 < kky7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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