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할리우드가본6·25전쟁

<53>제니퍼 존스 주연의 `모정'

입력 2011. 04. 15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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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할리우드 영화 중 국내에 가장 잘 알려져


영화 제니퍼 존스 주연의 `모정' 포스터.

o 감독 : 헨리 킹(Henry King) 
o 제작 : 20세기 폭스사
o 배역 : 한수인(Jennifer Jones), 마크 엘리엇(William Holden), 파머 존스 병원장(Torin Datcher), 파머 존스 부인(Isobel Elsom), 의사 존 키스(Murray Matheson), 중국인 의사(Kam Tong)
o 상영시간 : 102분
o 색상 : 컬러 o 음악 : Alfred Newman
o 주제가 : Sammy Fain(작곡), Paul Webster(작사)
o 제작연도 : 1955

 6·25전쟁과 관련된 할리우드 영화 중 우리 영화팬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모정(慕情 : Love is a Many-Splendored Thing·1955)’이 아닌가 한다. 제니퍼 존스(Jennifer Jones·1919~2009)가 여우 주연으로, 지난주에 다뤘던 ‘미지의 세계로’의 주인공 윌리엄 홀덴이 남우 주연으로 출연한 이 영화는 국내에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흥행에 크게 성공했던 작품이다.

더구나 이 작품은 1956년 제28회 아카데미상에서 8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주제가상·의상상·음악상을 수상함으로써 고전 명화의 하나이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이 작품은 6·25전쟁과 직접 관련이 있는 영화가 아니다. 관련이 있다면 마지막 부분의 7~8분 동안뿐이다. 즉, 남자 주인공 윌리엄 홀덴이 6·25전쟁 종군기자로 군복을 입고 타이핑하는 장면, 전선에서 보낸 그의 편지를 애인이 읽는 것이 전부다.

 그렇지만 남자 주인공이 전선에서 사망하는 비극적인 종말이 영화팬들에게 이 영화를 6·25전쟁의 비극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기억되게 하지 않았나 한다. 게다가 ‘모정’이 픽션이 아니라 실화에 근거를 둔 작품이었기에 팬들에게 훨씬 더 찡하게 어필했을 것이다. 실화의 주인공은 바로 영화에서 실명으로 나오는 한수인(Han Suyin·1917~)이다. 중국인 아버지와 벨기에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중국에서 태어난 그녀는 영국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결혼을 했지만, 남편을 잃고 홍콩의 병원에 근무하다가 외국인과 사랑에 빠졌다.

한수인의 소설 `찬란한 것' 영화화

 그녀의 상대는 영국의 최고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의 홍콩특파원 이안 모리슨(Ian Morrison·1913~1950). 호주 출신의 모리슨은 6·25전쟁 직후인 50년 7월 초 한국에 도착했으며, 7월 10일자 더 타임스지는 그가 쓴 최초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러나 8월 12일 지프를 타고 전선을 취재하다가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폭발로 함께 차를 타고 있던 동료 3명과 함께 사망했다. 그는 6·25전쟁에서 종군기자로서의 첫 희생자 중의 하나였다.

 의사지만 감수성이 예민해 글재주가 뛰어났던 한수인은 6·25전쟁이 한창 진행 중인 52년 자신의 경험을 살려 소설을 썼다. ‘찬란한 것(A Many-Splendored Thing)’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모정’은 바로 이 소설에 기초한 영화다. 참고로 94세의 한수인은 현재 스위스 로잔느에 살고 있다.

 한수인은 ‘모정’에서 실명으로 등장하며, 그녀의 역할은 제니퍼 존스가 맡았다. 얼굴 윤곽이 뚜렷한 전형적인 미국 여성인 그녀는 이 영화에서 중국계 혼혈여인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동양의 피가 흐르는 여인의 절제의 미덕을 감동적으로 연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제니퍼 존스는 24세의 한창 나이에 ‘성처녀(The Song of Bernadette·1943)’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행운아였다. 이후 총 다섯 차례나 후보에 오르는 등 탁월한 연기력도 인정받은 배우였다.

실화에 근거한 작품으로 팬에 어필

 그녀는 연기수업을 받던 때에 만난 동료 배우 로버트 워커와 39년 결혼했으나 배우로서 둘 다 어려운 생활을 꾸렸었다. 그러나 제니퍼 존스는 할리우드의 저명한 영화제작자 데이비드 셀즈닉(David O. Selznick·1902~1965)의 눈에 띄게 되었다. 그는 영화사에 빛나는 불후의 명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의 제작자다.

 제니퍼 존스는 ‘성처녀’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자 워커와 이혼하고 셀즈닉과 결혼했다. 그러나 전 남편을 매정하게 버린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셀즈닉을 설득해 워커가 할리우드의 스타로 발돋움하도록 도와주었다.

 여배우 중에서 스캔들이 별로 없었던 제니퍼 존스는 남자복도 있었던 모양이다. 두 번째 남편인 셀즈닉과 사별한 후 그녀는 기업가이자 미술 애호가인 노턴 사이몬(Norton W. Simon·1907~1993)과 세 번째 결혼했다. 그는 캘리포니아 파사데나에 노턴 사이몬 미술박물관을 소유한 억만장자였다. 제니퍼 존스는 2009년 사망할 때까지 이 박물관의 재단 이사장이었다.

 ‘모정’의 줄거리를 소개하기 전에 이 영화의 주제곡을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새미 페인이 작곡하고, The Four Aces가 노래한 ‘Love is Many-Splendored Thing’은 영화주제곡으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노래다. 아카데미 주제가 상을 받은 이 곡은 영화보다 더 인기를 누리며, 수많은 가수들이 취입했다. 그중에서 앤디 윌리엄스의 곡이 가장 널리 사랑을 받았다.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한 고전 명화

 참고로 이 노래는 작곡보다도 한편의 시를 연상시키는 가사가 일품이다.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세 차례나 수상하고, 열여섯 차례나 후보로 지명되었던 폴 웹스터(Paul F. Webster·1907~1984)의 작품이다. 독자들이 한 번쯤 음미해볼 만한 가사다.

 ‘모정’의 주변 얘기를 많이 소개한 것은 영화의 스토리 전개가 오늘날 시각에서 볼 때 진부할 정도로 단순하기 때문이다.

 1949년 홍콩. 어린 소녀가 차에 치어 빅토리아 병원으로 실려 온다. 환자들에게 존경을 받는 여의사 한수인(제니퍼 존스 분)이 그녀를 치료한다. 동료 의사인 키스는 업무에 시달리는 한수인의 머리를 식혀주려고 파티장으로 데리고 간다. 그러나 머리를 식히기는커녕 콧대 높은 병원장 부부를 만나 심문을 받는 것 이상의 고통을 경험한다.

 마침 파티에 참석했던 영국 신문 특파원 마크 엘리엇(윌리엄 홀덴)이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해 저녁식사에 초대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키스로부터 엘리엇이 기혼자라는 말을 듣는다. 엘리엇은 집요하게 저녁 초대를 하며 마침내 승낙을 얻어낸다.

 엘리엇은 부인은 있지만 별거상태이며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 한수인은 결혼했었지만 남편이 사망한 미망인이다. 두 사람은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는 것을 알게 되지만 한수인은 엘리엇과 얽히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둘은 어느 날 오후 함께 수영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그 자리에서 엘리엇은 사랑을 고백한다. 한수인은 ‘잠자는 호랑이’를 깨우지 말라고 말하지만 엘리엇은 집요하게 접근한다. 둘은 다음 날 병원 위쪽 언덕 꼭대기의 나무 아래에서 만난다.

 한수인도 엘리엇에 대한 사랑을 억제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엘리엇과 멀어지기 위해서 중경의 삼촌 집으로 휴가를 간다. 엘리엇은 그런 그녀의 태도에 화를 내지만 자기도 곧 그녀의 삼촌 집을 깜짝 방문해 청혼하며 삼촌의 허락을 얻어낸다.

 얼마 후 두 사람은 마카오로 일주일간 휴가를 떠난다. 마카오에 도착하던 날 6·25전쟁이 터진다. 둘은 급히 홍콩으로 돌아오며 언덕의 나무 밑에서 작별한다. 엘리엇은 한국으로 가서 편지를 보내고 한수인은 재회를 기다리지만 곧 사망소식을 접한다. 그녀는 언덕 위의 나무로 가며 엘리엇의 환영(幻影)을 본다.

 <이현표 전주미한국대사관문화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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