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할리우드가본6·25전쟁

<52>윌리엄 홀덴 주연의 `미지의 세계로'

입력 2011. 04. 08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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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군 베테랑 시험비행사의 삶과 애환 다뤄


윌리엄 홀덴 주연의 `미지의 세계로' 포스터.

o 감독·제작 : 머빈 리로이(Mervyn Leroy)
o 제작: Toluca Productions
o 배역: 링컨 본드 소령(William Holden), 빌 배너 준장(Lloyd Nolan),코니 미첼(Virginia Leith), 미키 대령(Charles McGraw),브로모 리 소령(Murray Hamilton), 셸비 중장(Paul Fix)
o 상영시간: 115분 o 색상: 컬러
o 배급: Warner Brothers
o 제작연도: 1956

 미국영화연구소(AFI·American Film Institute)라는 비영리법인이 있다. 1967년 존슨 행정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설립된 이 연구소는 미국의 영화 유산을 보전하고, 차세대 영화인을 육성하기 위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영화연구소는 ‘세기를 빛낸 영화 100선’ ‘미국 영화사에 빛나는 남자배우 100명 및 여자배우 100명’ 등을 순위를 매겨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 영화사에 빛나는 최고의 남자배우는 험프리 보가트, 2위는 캐리 그랜트, 3위는 제임스 스튜어트, 4위는 말론 브란도 등으로 이어지며, 25위가 오늘 소개하는 영화의 주연을 맡은 윌리엄 홀덴(William Holden·1918~81)이다.

 그러나 이런 순위를 떠나 50년대 우리나라 영화팬들에게 홀덴의 인기는 미국 남자배우 중에서 가히 톱이 아니었나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 ‘제7포로수용소(Stalag 17·1953)’ ‘도곡리 다리들(The Bridges at Toko-ri·1955)’ ‘모정(Love is a Many-Splendored Thing·1955)’ ‘콰이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1957)’ 등 국내에서 개봉된 홀덴 주연의 영화들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6·25전쟁영화 최다 출연한 홀덴 주연

 홀덴이 우리나라 영화팬들에게 유독 높은 인기를 누리며 친숙했던 것은 ‘도곡리 다리들’과 ‘모정’ 등 2편이 6·25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홀덴이 ‘잠수함 사령부(Submarine Command·1951)’와 ‘미지의 세계로(Toward the Unknown·1956)’에도 출연함으로써 총 4편의 6·25전쟁영화를 남겼으며, 이는 할리우드의 남녀 배우를 통틀어 6·25전쟁영화 최다 출연 기록이라는 사실을 아는 영화팬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오늘 다루는 영화는 ‘미지의 세계로’다. 이 작품은 감미로운 멜로 드라마로 50년대 명성을 날린 머빈 리로이(Mervin Leroy·1900~87) 감독이 연출한 영화다. 참고로 그가 연출한 ‘애수(Waterloo Bridge·1940)’ ‘퀴리 부인(1943)’ ‘쿼바디스(1951)’ 등은 세계 영화팬들의 심금을 울린 수작이다.

 ‘미지의 세계로’는 50년대 우리나라에서 ‘로켓 파일럿’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영화며, 시험비행사의 애환을 다룬 작품이다.

 새로운 기종의 전투기가 나오면 이것을 처음으로 조종해 보는 사람을 시험비행사라고 한다. 성능을 알 수 없는 데 대한 두려움으로 조종사들이 기피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남이 하지 않은 일에 도전한다는 모험심과 조국에 대한 기여로 생각하고 미 공군 조종사들은 지원을 많이 하며, 대부분 베테랑 조종사들이 시험비행을 한다고 한다.

 시험비행사로서 영웅적인 생을 마감한 대표적 인물의 하나는 조셉 맥코넬이다. 본 연재물의 제45화 ‘맥코넬 스토리’를 읽은 독자들은 그를 기억할 것이다. 6·25전쟁에서 적기 16대를 격추시킨 트리플 에이스 조종사 조셉 맥코넬의 일생을 다룬 영화다. 그는 F-86 신기종 시험비행을 하다가 사망했다.

국내서는 `로켓 파일럿'으로 개봉

 오늘 다루는 영화는 비록 픽션이지만 시험비행사의 삶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할리우드 영화 중에서 아주 진귀하다. 따라서 국내 개봉 제목인 ‘로켓 파일럿’보다는 영어 원제목 ‘Toward the Unknown’을 직역한 ‘미지의 세계로’가 더 나은 타이틀이라고 본다.

 ‘미지의 세계로’는 미 공군 조종사 링컨 본드 소령이 에드워즈 공군기지 내 항공시험센터에 등장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는 6·25전쟁에서 혁혁한 전과를 세운 에이스 파일럿이지만 적의 포로가 돼 심한 고문을 당했던 전력이 있는 군인이다. 본드는 동료인 미키 대령을 찾아간다. 항공시험센터의 제2인자인 미키는 내심 본드를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러나 책임자인 빌 배너 준장의 재가가 필요하다. 배너는 본드에 대해 동정심은 갖고 있지만 본드가 적의 고문에 굴복해 미군의 세균전을 인정하는 문서에 서명했으며 신경쇠약 증세가 있으므로 시험비행을 하기에 적합지 않다며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본드는 이런 공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사적 문제에도 낙담한다. 즉, 자기 여친이었던 코니가 배너 준장의 비서가 됐으며 더구나 서로 사귀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며칠 후 본드는 배너 준장에게 다시 시험비행사로 받아 달라고 요청해 마침내 승낙을 얻어낸다.

본드, 고문 전력 심리적 후유증 보여

 어느 날 배너는 브라이언 셸비 중장과 블랙 상원의원의 기지 시찰을 안내하면서 신기종 항공기 X-2를 보여주며 신 기종이 음속보다 몇 배 빠른 속력으로 비행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셸비는 배너에게 승진해 워싱턴의 공군연구개발부로 가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지만 배너는 시험비행을 마무리해야겠다며 사양한다.

 나이가 들어 반사 신경이 무뎌진 배너가 시험비행을 하겠다고 우기는 데 대해 셸비 중장은 물론 미키 대령, 그리고 다른 조종사들도 우려한다. 어느 날 배너와 본드가 각기 다른 비행기를 타고 시험 비행을 마친다. 그런데 배너가 탈의실에서 하마터면 까무러칠 뻔했지만 발을 잘못 디뎠을 뿐이라고 말한다.

 둘은 얼마 후 다시 시험비행을 하는데 배너는 제동 낙하산에 문제가 생겨 본드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배너는 본드의 침착성에 대해 감탄해 이유를 알고자 한다. 본드는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 고문의 심리적 고통을 설명하기 힘들다면서 육체적인 고문보다 외로움이 더 견디기 힘든 것이라고 말한다.

 어느 날 파티에서 브로모 리 소령이 본드를 모욕하는 발언을 한다. 본드는 참으려하지만 리의 동료에게 양팔을 뒤로 잡혀있는 상황에서 술 취한 리 소령이 손찌검을 하자 그를 때려 실신시킨다. 본드는 6·25전쟁 당시 중공군 포로수용소에서 그런 상태로 고문받던 일을 생각하며 자제력을 잃었다고 그 자리에 있던 코니에게 설명한다. 배너는 본드의 과오를 용서한다.

 배너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본드는 로켓 동력을 가진 X-2 마지막 시험비행을 하게 된다. 그는 9만5000피트 상공에서 음속 3배의 시험 비행에 성공한다.

 착륙하다 엉덩이를 다쳐 의식을 약간 잃는 뇌진탕 증세를 보이지만 병원에서 며칠 있다가 퇴원하는 저력을 보인다. 의사는 본드가 보통 사람은 견딜 수 없는 신체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놀라워한다. 셸비 중장은 본드가 시험비행 규정을 어겼다고 질책하지만 배너는 본드를 옹호한다.

 배너는 승진해 워싱턴으로 가고 배너 대신 기지 책임자가 된 미키 대령과 본드가 그를 전송한다. 코니는 본드 곁에 머물기로 한다. 배너는 상심하지만 본드가 그녀를 차지할 만하다고 체념한다.

<이현표 전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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