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할리우드가본6·25전쟁

<51>제프 챈들러 주연의 `내 품 안의 낯선 사람'

입력 2011. 04. 01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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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훈장 받으려는 美 명문가 야욕 그려


제프 챈들러 주연의 `내 품 안의 낯선 사람' 포스터.

o 감독 : 헬무트 코이트너(Hlemut Kaeutner)
o 제작사 : Universal
o 배역 : 크리스티나 비슬리(June Allyson), 파이크 야넬 소령(Jeff Chandler),도널드 비슬리(Peter Graves), 팻 비슬리(Sandra Dee),밴스 비슬리(Charles Coburn), 버즐리 비슬리(Mary Astor)
o 상영시간: 88분
o 색상 : 흑백
o 제작연도 : 1959년

 인간의 끝없는 명예욕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서훈을 둘러싸고 말이 많다. 그러다 보니 실제 서훈을 받아야 할 사람은 제외되고 엉뚱한 사람이 공을 가로채기 일쑤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이 세계공항서비스 평가에서 6연패를 달성한 데 기여한 유공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포상하는 자리에서 “그동안 정부의 훈·포장은 일에 대한 기여도보다는 윗사람 위주로 주어졌다”면서 앞으로는 “일선에서 실제로 열심히 일한 사람들에게 상을 주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현상은 특히 무공훈장에 있어서 심각하다. 오늘 다루는 영화는 바로 미국의 무공훈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이다.

 미국 군인의 가장 큰 영예는 최고의 무공훈장 ‘명예훈장(Medal of Honor)’ 수상이 아닌가 한다. 남북전쟁 때인 1862년에 수여되기 시작한 이 훈장은 심사가 엄격하고, 역사적으로 수상자가 드물며, 미국 대통령이 미 의회의 이름으로 직접 본인이나 유족에게 수여한다.

살아 훈장받은 사람 38명뿐

 명예훈장은 제정된 이후 오늘까지 3452명의 장병만이 수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6·25전쟁 기간에 이 수훈한 미군은 133명뿐이다. 그런데 이중 사후에 추서된 사람이 95명이나 된다 하니, 살아서 명예훈장을 받은 사람은 불과 38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한 133명의 명예훈장 수상자 중 장교는 36명밖에 되지 않으며 97명이 부사관 이하 병사들이다. 이런 수치로 미루어 볼 때 미국의 명예훈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실제로 열심히 전투에 임한 사람들에게 훈장이 주어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돼 온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의 6·25전쟁 영화 중 오늘 다루는 ‘내 품 안의 낯선 사람(A Stranger in My Arms·1959)’만큼 명예훈장을 중요하게 다룬 작품은 없다. 이 영화는 전사한 미군 항법사에게 명예훈장을 받게 하려는 어느 명문가의 야욕을 파헤친 작품이다.

 주연배우 제프 챈들러(1918~1961)는 1950년대 스타급 배우였다. 그는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Broken Arrow(1950·국내에서 ‘피묻은 화살’이란 제목으로 개봉)’라는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스타로서 주목을 받았고, 서부극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기활동을 했지만 1961년 43세의 아까운 나이에 사망했다.

 여우 주연을 맡은 준 앨리슨(1917~2006)은 MGM사의 간판급 여배우였으며, 1951년 ‘키스하기에는 너무 일러(Too Young To Kiss·1951)’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1940~5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었다.

 ‘내 품 안의 낯선 사람’은 독일인 감독 헬무트 코이트너(1908~1980)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1940~50년대에 주로 독일에서 활동했으며, 영어로 만든 작품은 ‘낯선 사람’과 ‘불안한 세월(Restless Years·1959)’ 등 2편뿐이다.

동북부 뉴잉글랜드 배경

 ‘내 품 안의 낯선 사람’은 6·25전쟁 직후 미 동북부 지역인 뉴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며, ‘Peyton Place(1957)’라는 명화를 모방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페이톤 푸레이스’라는 제목으로 1950년대 말 개봉된 이 영화는 미국 뉴잉글랜드 작은 마을의 고등학교 졸업반 여학생 2명, 그들의 부모, 그리고 주변 인물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랑·음모·배신을 다룬 작품으로 흥행에 크게 성공했었고, 9개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명작이다.

 ‘내 품 안의 낯선 사람’은 조종사인 파이크 야넬(제프 챈들러 분) 소령이 상관으로부터 어느 병원에서 열리는 6·25전쟁 전몰용사 추모행사에 참석하라는 요청을 받지만 거절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추모행사는 파이크와 함께 비행하다가 추락해 구명보트에서 사망한 항법사 도널드 비슬리를 위한 것이다.

 얼마 후 도널드의 미망인 크리스티나(준 앨리슨 분)가 파이크를 찾아와 행사 참석을 요구하지만, 파이크는 여전히 거부한다. 크리스티나는 거세게 항의하지만 파이크는 막무가내다.

 파이크는 집에서 잠을 못 이루며, 도널드의 군번표와 크리스티나 사진을 쳐다보며, 과거를 회상한다. 6·25전쟁 중에 구명보트 안에서 도널드와 함께 표류하는 동안 도널드는 파이크에게 아내인 크리스티나를 속이고 바람을 피운 이야기를 하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행동하고, 급기야는 바다에 뛰어들려고 한다.

 크리스티나는 시어머니 버질리에게 파이크가 추모행사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버질리는 아들인 도널드가 명예훈장을 받기 위해서는 파이크가 도널드의 영웅적인 행위를 증언해 줘야 한다며 계속 설득하라고 재촉한다.

 크리스티나는 파이크를 다시 만나며, 파이크는 다시 과거를 회상한다. 한국의 바다에서 구명보트가 표류하는 중에 폭우가 내리는데, 도널드는 물을 퍼내지는 않고, 심지어 자기는 겁쟁이라면서 파이크를 바다로 밀어 넣겠다고 위협한다.

 파이크는 크리스티나의 간절한 부탁으로 도널드의 부모가 사는 대저택 방문한다. 추모행사를 주관하는 도널드의 여동생 팻과 어머니 버질리가 파이크에게 도널드의 영웅적 행위를 증언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구명보트에서 벌인 도널드의 부끄러운 행위를 너무도 잘 아는 파이크로서는 도저히 그들의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다. 저택에 머무는 동안 파이크는 크리스티나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며 사랑을 고백한다.

 한편 파이크는 밴스 하원의원이 베푸는 공식 만찬에 초대되며, 이 자리에서 다시 과거를 회상한다. 그런데 밴스 의원으로부터 도널드가 사후에 명예훈장을 받을 수 있도록 긍정적인 얘기를 해 달라는 얘기를 듣자 놀라며 과거의 회상에서 깨어난다. 파이크는 밴스에게 명예훈장이 얼마나 중요한 훈장인지 아느냐고 반문한다. 6·25전쟁에서 조종사로는 단지 4명만이 명예훈장을 수상했다고도 설명해 준다.

 장면이 바뀌어 파이크는 크리스티나에게 도널드가 죽기 전에 자기에게 해준 이야기, 즉 지방 명문가인 도널드 가족이 그녀를 싫어했으며 도널드와의 결혼도 반대했었다는 사실 등을 들려준다. 크리스티나는 도널드 가문을 떠날 때가 됐다고 생각하며 파이크의 사랑 고백을 받아준다. 둘은 호텔에서 도널드의 부모를 만난다. 이 자리에서 파이크는 자기가 도널드를 죽였다고 털어놓는다.

훈장 수상 계획 물거품으로

 장면이 바뀌어 파이크의 과거 회상이 이어진다. 파이크와 도널드가 8~9일 동안 표류하여 기진맥진해진 상태에서 도널드는 계속 죽음에 대해서 얘기한다. 지겨워진 파이크는 그에게 권총을 건네주며 죽을 테면 빨리 죽어버리라고 말한다. 도널드는 파이크의 머리 위로 한 방을 쏘며, 이내 자살한다. 이틀 후 섬에 상륙하자 파이크는 도널드의 시신을 묻어주고 그의 군번표와 크리스티나의 사진을 챙긴다.

 아들에게 명예훈장을 받게 하려던 도널드 부모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크리스티나는 파이크와 새 삶을 설계한다.

<이현표 전 주미한국대사관문화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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