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할리우드가본6·25전쟁

<50>프랭크 시나트라 주연의 `그림자 없는 저격자'

입력 2011. 03. 25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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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6·25전쟁 영화 중 `작품성' 가장 높아


불멸의 히트곡 ‘마이 웨이(My Way)’를 부른 프랭크 시나트라가 주연한 ‘그림자 없는
저격자’의 포스터.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가수·작곡가·영화배우로도 명성을 얻었다.

o 감독·제작 : 존 프랑켄하이머(John Frankenheimer)
o 제작사 : M.C. Productions
o 배급사: United Artists
o 배역 : 베네트 마르코(Frank Sinatra), 레이몬드 쇼(Laurence Harvey),로시(Janet Leigh), 쇼의 어머니 이셀린(Angela Lansbury),전진(Henry Silva), 쇼의 의붓아버지 상원의원(James Gregory)
o 상영시간 : 126분
o 색상 : 흑백
o 제작연도 : 1962년

 오는 5월 1일 시작되는 부산국제연극제는 개막 공연으로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1915~1998)의 음악과 사랑을 다룬 작품을 선정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탈리아에서 뉴욕으로 건너온 시나트라의 인생을 음악과 춤으로 녹여낸 작품이다.

 그는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됐는데도 이렇게 우리에게 잊혀지지 않는 인물이다. 시나트라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1930~5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가수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날렸고, 작곡가·영화배우로도 명성을 얻었다.

`마이 웨이' 부른 가수 시나트라 주연

특히 그는 오늘날까지 세계인들에게 꾸준히 애창되고 있는 불멸의 히트곡 ‘마이 웨이(My Way)’를 부른 가수이며, ‘지상에서 영원으로(1953)’라는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유명세를 바탕으로 그는 미국 정치와도 깊은 관련을 맺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나 민주당에 가입했으며, 트루먼·케네디 등 민주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었다. 그러나 1970년 공화당과 인연을 맺고 닉슨의 재선, 그리고 1980년과 84년에는 로널드 레이건의 당선을 위해 막대한 기부금을 마련한 것으로 유명하다.

 흥미롭게도 시나트라가 지지했던 미국 대통령 후보는 모두 당선됐다. 이런 면에서 시나트라는 불가사의 한 인물이었으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던 연예인의 한 명이었다. 시나트라에게 후일 이런 정치적인 관심을 촉발시켰던 영화가 오늘 소개하는 ‘그림자 없는 저격자(Manchurian Candidate·1962)’가 아닌가 한다.

 이 작품은 존 프랑켄하이머(1930~2002)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그는 날카로운 시대감각과 사회의식을 담은 영화를 연출했지만, 그를 영화사에 남게 한 작품은 냉전이 극에 달했을 때인 1962년에 만든 ‘그림자 없는 저격자’다.

 한편 이 영화에서 프랭크 시나트라 못지않은 중요한 역할을 한 배우는 로렌스 하비(Laurence Harvey·1928~1973)다. 그는 리투아니아 출신의 배우·감독·제작자이며, 1954년에 개봉된 이탈리아와 영국의 합작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주연을 맡아 유명했던 인물이다.

 우리나라에서 ‘그림자 없는 저격자’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영화의 원제목은 ‘Manchurian Candidate’이며, 우리말로 번역하면 ‘꼭두각시’라는 의미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6·25전쟁 영화 중에서 작품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아온 영화다.

 더구나 이 영화가 소련군의 미군 전쟁포로에 대한 세뇌로 후일 미국 사회가 큰 충격에 빠질 것이라는 일종의 예언적 작품이었는데, 개봉 이듬해에 케네디 대통령이 살해되는 비극이 발생했다. 이후 이 영화는 더 이상 상영되지 못하다가, 25년 만인 1988년 미국에서 재개봉됐고, 2004년 조나단 드미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리메이크 됐다.

대통령 피살 예언 … 상영 중단되기도

 ‘그림자 없는 저격자’는 ‘Korea, 1952’라는 자막에 이어, 한국의 미군용 클럽에서 미군들이 술에 취해 추태를 벌인다. 이때 레이몬드 쇼(로렌스 하비)가 나타나서 정찰을 나가는데 무슨 짓들이냐고 꾸짖는다.

 11명의 병사가 베네트 마르코(프랭크 시나트라) 대위의 지휘하에 밤에 정찰활동을 떠난다. 이들을 선도하는 한국 병사는 전진(헨리 실바)이다. 정찰대는 전진의 그릇된 안내로 적이 매복하고 있는 적지로 가게 된다. 이들은 곧 적에게 생포되며, 의식을 잃고 헬리콥터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진다.

 화면이 바뀌어 이들이 귀국한다. 레이몬드 쇼는 미국 최고의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받게 되며, 그의 마을은 축제 분위기다. 정치적 야심이 많은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이용하려 한다. 쇼는 어릴 때 아버지가 사망했으며, 어머니는 상원의원과 재혼을 했다. 그런데 그는 무능하고 술주정뱅이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쇼의 어머니는 소련의 첩자이며, 무능한 남편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미국을 위기에 빠뜨리려 한다. 아무튼 쇼가 귀국하자 어머니는 열렬한 환영식을 꾸미지만, 쇼는 매우 불쾌해한다. 이후 쇼는 신문사에 취직한다.

 한편 한국에서의 전공을 인정받아 소령으로 승진한 베네트 마르코는 미 육군 정보국에 근무하게 된다.

그런데 밤마다 식은땀을 잔뜩 흘리며 악몽에 시달린다. 악몽에서 그는 소련의 어느 실험실에서 자신의 소대원들이 최면에 걸린 채 중국계 소련 의사와 중공 남녀 장교들, 북한 군복을 입은 전진이 보는 가운데 심리적 실험을 당하게 된다. 꿈에서 마르코는 중공과 소련의 장교들이 백인 여자로 겹쳐 보이는 환각상태가 연출된다.

소련군, 美 포로 세뇌해 음모 꾸며

 마르코의 악몽에서 쇼가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의붓아버지가 미 상원의원인 쇼는 가장 깊숙이 세뇌되며, 다른 부사관을 목 졸라 살해한다. 악몽에 시달리는 마르코 소령은 상관에게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미 의회의 국방부 청문회 홍보장교로 가게 된다. 그런데 마침 청문회에서 쇼의 의붓아버지가 미군 내의 적색분자 리스트를 공개하며, 큰 소요가 일어난다.

 흑인 병사 알 멜빈 상병도 마르코와 같은 악몽에 시달린다. 그의 악몽은 마르코의 그것보다 더 구체적이며, 쇼가 어린 이등병을 권총으로 살해하는 꿈도 꾼다.

 드디어 정찰대의 적의 첩자인 전진과 마르코와 멜빈의 악몽에 나타났던 소련 의사(간첩)들이 미국에 오게 된다. 쇼는 그들의 비밀 병기가 되며, 자기가 다니는 신문사 사장을 살해한다.

 마르코는 악몽이 그치지 않자, 휴가를 내어 뉴욕으로 가다가 아름다운 여성 로시를 만난다. 마르코는 쇼의 아파트로 가며, 그곳에서 뜻밖에 전진을 만난다. 둘은 결투를 벌이며, 마르코는 체포되지만 로시 덕으로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다.

 쇼는 마르코를 만나 자기가 6·25전쟁에 참전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얘기해 준다. 사실 쇼의 어머니는 소련 간첩이다. 그녀는 소련 간첩들과 함께 자기 아들이 아내와 장인을 살해하도록 유도한다.

 마르코는 기억을 되살려 쇼가 세뇌됐음을 직감하고 정보기관에 쇼의 내사를 의뢰한다. 그리고 카드를 이용한 최면 상태를 역이용해 자신들이 훈장을 받게 된 정찰활동은 모두 주입된 기억이었고 ‘꿈’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공산 간첩들은 무시무시한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쇼가 미국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를 암살하도록 하고, 그의 의붓아버지를 차기 후보로 만든다는 계략이다. 그러나 최면 상태에 있던 쇼는 전당 대회장에서 어머니와 의붓아버지를 사살하다. 그리고 마르코를 만나자, “당신은 공산주의자들을 막을 수 없습니다. 아무도 그들을 막을 수 없어요”라고 말하고 총을 입에 물고 자살한다.

 <이현표 전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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