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철모에서미사일까지

K-21 보병전투장갑차<22> 방호장치

신인호

입력 2010. 07. 12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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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포탑 등 장갑 시스템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


복합적층장갑이 불에 견디는 정도(내화염)를 시험하는 모습.

 무기체계 연구개발에서 요구조건을 구현하기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 분야를 꼽으라면 ‘방호력’이 빠지지 않는다. 방호력은 또 ‘보안’ 사항으로 분류돼 잘 알려지지 않는 분야다.

 차기장갑차의 경우도 전면(前面), 측면, 상부(上部) 등 부분별로 방호 조건이 제시됐다. 전면의 경우 ‘OO㎜탄 위협으로부터 방호’가 요구조건이었다. 당시 전투중량 13톤급인 K200 장갑차가 소구경화기(small arms)에 대한 방호 수준인데 비해 전투중량 25톤의 경전차급이라고 할 수 있는 차기장갑차는 중구경화기(medium arms)에 대한 방호라는 획기적인 방호수준을 요구받았다.

 군이 요구하는 방호조건을 충족하고 차량의 경량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탐색개발 초기부터 금속재를 최소화하고 복합재료, 세라믹, 특수 보강재 등과 같이 국산 경량화 재료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신개념의 장갑구조인 방탄세라믹을 주요 재료로 하는 경량화 복합적층장갑을 개발키로 적극 추진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차기장갑차의 장갑 시스템은 차체와 포탑 전면(前面)의 복합적층장갑, 측면(側面)의 유격장갑, 후면(後面)의 통합형 장갑, 그리고 바닥판의 샌드위치형 장갑구조 등 적재적소에 다양한 장갑설계 개념을 구현하고 있다. 순수한 국내기술로 개발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평가기법 수립 

 장갑 개발을 위해서는 먼저 차량을 공격해 올 위협탄 종류와 성능을 상세히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당시 국내에는 적의 주(主) 위협탄을 보유하고 있지를 못했다. 이는 곧 개발한 장갑소재를 위협탄으로 직접 쏘아 시험하지 못한다는 의미. 유사한 성능을 가진 탄으로 성능을 시험하며 방호력 조건을 충족시킨다 해도 개발자의 개발시험 평가기준과 소요군의 성능입증 시험조건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사용 가’ 판정을 받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이런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사전에 예상했어요. 그래서 (개발에 영향을 줄) 위험요소 관리 차원에서 체계개발동의서(LOA) 작성 단계에서부터 군과 협의했습니다. 유사 성능을 갖는 국산 탄약으로 시험평가를 할 수 있도록 군과 협의하고, LOA에 반영한 거죠. 또 불곰사업을 통해 러시아산(産) 탄을 준비했습니다. 국산 탄약과 비교 시험도 하고 해서 군 요구 시험평가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성완 실장)

 방호장치 개발에 앞서 설계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를 평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직접 사격해야 하지만, 탄에 들어 있는 추진제(화약)의 양을 조절해 수십 미터 이내에 해당하는 가까운 거리에서 사격하면서도 수백 미터 이상되는 실제 사거리에서 사격했을 때와 같은 효과를 얻는 방법이 있다. 표적에 충돌하는 속도로 시험하는 ‘단축 사거리 시험기법’이다. 다만, 아군 탄의 경우, 탄피와 뇌관 또는 탄피와 탄두를 분리할 수 있어 추진제 양을 조절한 후 재결합해 사격하는 것이 가능했던 반면 러시아 탄의 경우에는 불가능했다. 원천적으로 탄두와 탄피를 분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탄피에 구멍을 뚫어 추진제 약량을 조절하는 방법이 있죠. 그렇지만 천공 작업 중에 열이 발생하니깐 자칫 비정상적인 폭발 위험이 다분히 있습니다. 그러니 누가 엄두를 내겠어요? 하하, 저희 ADD에는 뛰어난 방탄시험 전문가가 있습니다. 바로 임학수 시험원이죠. 소정의 개발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는 데에는 그의 기여가 매우 컸습니다.” (이창현 박사)

  복합적층장갑 개발 

 복합적층장갑은 세라믹(ceramic)과 섬유강화 복합재 또는 금속계열 장갑재료 등과 같이 물성(物性)이 서로 다른 재료들을 여러 층으로 적층하는 개념이다. 각 재료 층 사이에는 특수 보강재 등이 삽입돼 충격을 완화하면서 경량화 효과를 낸다. 세라믹은 철강재에 비해 밀도가 3분의 1 수준으로 장갑의 무게를 감소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기술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크기가 제한돼 있다. 또 피탄 충격으로 발생하는 충격파에 의해 피탄부 주변에 손상이 생겨 방호력이 약화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우수한 특수 보강재와 복합재료 등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체계개발 단계에서 저희 연구팀은 복합적층장갑의 성능이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목표로 설계했습니다. 그러니까, 탄에 맞는 피탄부 외에는 균열이 생기지 않게 하고, 8파운드(약 3.6㎏)의 철제 공을 3m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내부에 전혀 손상이 가지 않게 하며, 불이 붙는다 해도 표면에 그을음만 생겼다가 바로 꺼지도록 하는 성능을 갖도록 설계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방호력이죠.”(이창현 박사)

 연구팀은 많은 상용 재료의 특성을 파악해 후보 재료를 2~3개로 압축하고 성능시험을 반복해 재료를 선정했다. 시제업체에서는 처음으로 제작하는 복합적층장갑인 만큼 이와 관련된 제작기술을 확보하는 등 노력이 뒤따랐고, 설계에 부합하는 제작기술을 완성하기까지에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복합적층장갑을 제작한 후에 제품을 검사하기 위한 기준 및 검사방법이 국내에서는 전혀 정립돼 있지 않아 이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로 연구활동을 가져야 했다. 시험은 거의 매주 진행됐다. 정해진 개발 기간 내에 검증을 마쳐야 했다. 시제업체인 대우종합기계는 효과적인 시험으로 시험기간과 횟수를 단축하려 애를 썼다. 그 결과, 여러 가지 시험에도 쓸 수 있는 다용도 시험치구를 설계, 제작·활용해 효과를 봤다. 이후 시험치구 도면은 유사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타 업체에 제공되기도 했다.

 설계안에 의해 제작된 복합적층장갑 시제에 대한 최종 기술시험은 2005년 8월 26일에 (주)풍산의 안강시험장에서 수행됐다. 김창욱 박사는 “당시 풍산에서는 OO㎜탄을 국내 개발·생산하고 있었다”며 “이 양산 탄약의 품질보증시험을 위해 OO㎜탄 시험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풍산과 용역계약을 통해 시험지원을 받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험에는 육군본부 무기체계과장(당시 대령 유재하)과 육군교육사령부 시험평가단의 홍근호 부이사관이 소요군을 대표해 입회했다. 사격시험이 끝난 후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육본 무기체계과장은 시편 후면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았다. 탄으로부터 장갑이 방호된 것을 확인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차기장갑차용 복합적층장갑이 순수 국내 기술로 성공적으로 개발했음을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방탄 그릴조립체 개발 

 비차기장갑차 상부의 경우 방호 요구조건은 ‘OOO㎜ 고폭탄 OOm 상공 폭발 시 파편으로부터 OO% 방호’였다. 당시 K200 장갑차에 적용 중인 그릴조립체는 미군의 M113에 적용된 형태로서 K200 장갑차 및 계열장갑차에 적용해 성능이 이미 입증된 상태였지만, 이러한 그릴조립체를 차기장갑차에 적용할 수는 없었다. 상부 방호 요구조건 및 기타 요구성능들을 만족시키기에는 크게 부족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탐색개발 초기 ADD연구진은 이러한 높은 사양의 요구성능을 만족시키기 위해 해외전문 그릴 제작업체인 독일 OO사와 공동개발을 시도했다. 국내에서는 이와 유사한 개발 사례가 없었다. 더욱이 개발하고자 하는 신규 그릴조립체의 특성상 ‘경량화, 방호성능 및 압력강하성능’ 등을 동시에 충족하도록 설계해야 하는데 이러한 설계능력이 상당 부분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구성능이 워낙 높았던 것일까. 독일 OO사도 방탄그릴 전문 제작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차기장갑차에 적용 가능한 신규 방탄 그릴조립체 개발에 18개월이 걸렸다. 여기에 예상 외로 많은 비용과 인력이 투입됐다.

 체계개발 단계에 이르러 이 신규 개발한 방탄 그릴조립체를 적용하려 했다. 하지만 그릴조립체의 핵심 부품인 루버(Louver)를 독일 OO사로부터 도입하는 데 따른 몇 가지 문제점이 대두됐다. 첫째 고가(高價)이다 보니 차기장갑차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둘째는 차기장갑차를 수출하고자 할 때 거론될 수밖에 없는 수출 제한조건이 어떻게 될 것인가가 문제였다. 셋째는 완성장비 주요 보안사항인 체계 방호수준이 유출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점이었다.

 이 같은 문제들을 앞에 두고 성완 실장 등은 주요 핵심기술을 해외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꼈다. “우리 ADD의 기술적 자존심을 세워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목소리가 높았어요. 어렵지만, 차기장갑차용 방탄 그릴조립체를 우리가 직접 우리 기술로 개발해 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성완 실장)

 연구진은 탐색개발 결과를 참고하는 가운데 특히 구성품 형상 및 배열구조 설계개념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루버 소재 선정을 비롯해 방탄특성에 따른 형상 설계, 그릴조립체의 방탄성능 입증시험 방법, 조건 및 절차 정립, 공기냉각성능 입증을 위한 압력강하성능시험 개념정립 등을 수립하고 각각의 시험을 실시했다. 특히, 시험 수행 중 기존 탐색개발 때 적용한 압력강하값 계산방식에 큰 오류가 있었음을 발견하고 새로운 계산방식을 정립하기도 했다.

 이후 내구도 주행시험과 고폭탄 시험을 통해 성능의 우수성이 입증된 방탄 그릴조립체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쾌거라는 평가 속에 양산에 적용됐었다.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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