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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1 보병전투장갑차<21> 경량화 동체 구조물 개발

신인호

입력 2010. 07. 05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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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우수한 복합재 중요 방호부품에 적용


차기장갑차의 기동시험시제(MTR·사진 위)와 방탄 능력을 확인시켜 주고 있는 복합재의 시편(아래).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체계개발은 관련 규정에 따라 선행개발과 실용개발로 분리해 진행됐다. 이는 완성장비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요소와 시행착오를 최소화해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개발 방법이었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절차를 적용했었다.

하지만 1990년대 말에 들어 과학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유사 무기체계를 개발하면서 다양한 연구개발 경험과 함께 관련 인프라도 더욱 쌓이는 등 상황이 바뀌었다. 기존 연구개발 프로세스가 변화하는 개발환경에 비해 진부하고, 소요자원과 개발기간도 과다하게 투입되는 것으로 인식됐다.

 따라서 기존 선행개발과 실용개발, 두 단계를 ‘체계개발’이라는 하나의 단계로 단일화했으며, 차기장갑차 개발에도 적용됐다. 다만, 체계개발 단계에서 연구개발하고자 하는 무기체계의 특성에 따라 개별적으로 기본시제를 개발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것이 종종 선행개발단계의 개발활동과 비유되곤 한다.

차기장갑차에서도 기동시험시제(MTR : Mobility Test Rig), 화력시험시제(FTR), 무장/송탄시험장치(GTR) 등 3종의 기본시제를 개발해 사전 검증을 실시했다. 특히 MTR와 FTR를 결합해 완성장비 상태에서 주요 체계성능 확인시험에 활용했다.

탐색개발 때는 경량화 동체, 750마력급 동력장치, 수상운행장치 및 암 내장형 유기압 현수장치(ISU) 등 부체계 탐색시제를 포함한 구조시험모델(STM)을 개발, 핵심기술의 체계적용성을 검증했는데, MTR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차량 분야를 구성하는 모든 부품을 보다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완성시제 개발을 위한 기술적 대안을 수립하는 역할을 한다.

 2004년 5월 말에 제작된 MTR는 그해 7월 말까지 ADD 창원 기동시험장에서 기동성능 및 수상운행시험 등 12개 항목의 개발시험을 실시했다. 이어 화력시험시제(FTR)와 결합한 후 그해 12월 초까지 업체 및 관련기관 시험장에서 수상속도 및 실차 명중률 시험 등 14개 항목의 개발시험을 수행했으며 2005년 1월 말까지 기동시험장에서 체계 전투중량 기준으로 3200㎞ 내구도 주행시험을 가졌다.

이 같은 MTR의 개발과 시험을 통해 연구진은 소요군이 요구하는 작전운용성능과 체계개발 목표성능을 확인하면서, 완성시제 설계기준과 인간공학 적합성을 고려한 완성장비 레이아웃(Layout) 설계기준을 정립할 수 있었다. 특히 약 100건의 세부 설계 보완사항을 도출해 완성시제 설계에 반영했다.



경량화 구조물 개발

전차나 장갑차와 같은 전투차량에서 동체 구조물에는 적의 위협으로부터 승무원을 보호하는 방호용 장갑을 부착되고, 엔진·변속기·궤도·사격통제장치·주무장 등 모든 주요 구성 장치들이 탑재 또는 장착된다. 그리고 승무원과 보병의 탑승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장갑차의 경우, 일반적으로 이 동체장치 중량이 체계 총중량의 약 30%를 차지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구조물 개발은 언제나 체계장비 개발 초기에 모든 기술적 난제를 조기에 해결해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을 거쳐야 한다. 혹시나 동체 개발이 지연돼 완성장비 조립이 늦어지면 사업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차기장갑차 개발사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차기장갑차는 목표 전투중량이 25톤급인데 반해 전차 수준의 기능과 성능을 요구받고 있었다. 더욱이 수상운행능력을 갖춰야 하므로 전투중량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이 당면 과제였다. 연구진은 탐색개발 초기부터 경량화 구조물 개발을 위해 상부는 복합재, 하부는 신형 알루미늄 소재를 선정해 개발에 착수했다. 복합재는 금속재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비강도·비강성이 우수하고 큰 부품을 일체형으로 한번에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항공기나 보트의 구조뿐만 아니라 방탄재나 내·외장재 등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었다.

“복합재가 산업계 전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두께가 20㎜ 이상이 되는 두꺼운 판재를 장갑차와 같은 대형 구조물로 개발하는 것은 큰 모험이었습니다. 당시 복합재 동체 제작 시제업체는 한국항공(현 데크)이었는데 우리 ADD 연구원들이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제작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성 완 실장)

 차기장갑차의 하부 구조물에는 20계열의 신형 알루미늄 장갑용 소재를 적용했다. 이는 기존 K200 장갑차의 동체 구조물에 적용된 50계열 알루미늄보다 방탄 성능이 우수하고 구조적 강도가 높으며 부식 저항성이 우수한 소재였다. 당시 미 해병대의 신형 수륙양용장갑차(AAAV)에 적용하기 위해 새로 개발된 소재로 유명했다. 하지만 이 20계열 알루미늄은 당시만 해도 용접 및 제작 기술이 베일에 덮여 있었다.

 차기장갑차의 동체 제작은 K200 장갑차 등 알루미늄 구조물 용접 경험이 풍부한 대우종합기계(현 두산 DST)가 담당하게 돼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그 예상은 초기 시제차량을 제작하면서 크게 빗나갔다. 용접구조물 설계에 앞서 20계열, 50계열, 20/50계열에 대한 모든 시편단위의 용접/물성 특성을 사전에 검증한 후, 시제차량의 동체 구조물 용접을 실시했지만 제작 시 용접부에 뜻하지 않은 균열이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 상황은 심각하고 시간적으로 급했다. 그랬기 때문에 러시아로부터 알루미늄 장갑재 용접기술 도입을 시도했다. 이마저 효과를 얻지 못했다. 차기장갑차 구조설계 조건에 만족할 만한 물성을 얻지 못한 채 시간만 지나갔던 것이다. 당시 대우종합기계에서 용접기술 개발을 총괄했던 양광하 부장에 따르면, 동체 구조물로 인해 다른 부체계 부품 개발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50계열 소재로 계획에도 없던 동체 구조물 시제품을 하나 더 제작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결국 ADD의 박지우 연구원을 비롯한 대우종합기계의 현장 용접 기술자들은 수많은 실험과 분석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 수준의 용접품질을 자랑하는 동체 구조물을 제작해 냈다.

 이렇듯 탐색개발 때 복합재와 신형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한 차기장갑차 동체 구조물을 개발, 중량 감소와 구조안정성 확보라는 개발목표를 달성하면서 매우 큰 기술적 파급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개발비용, 재활용성과 같은 환경문제 등으로 인해 체계계발에서는 전체 동체 구조물을 신형 20계열 알루미늄으로 만들고 일부 중요 방호 부품에만 복합재를 적용하는 것으로 개발계획이 수정됐다.



방탄조인트 개발

 전투차량의 구조물은 일반 민수차량 구조물과 달리 전투상황에서는 항상 외부의 위협에 노출되기 때문에 가장 취약 부위인 용접 조인트 부위에 탄이 맞더라도 승무원이나 장비는 안전해야 한다. 또 구조물의 피해도 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최소화돼야 하므로 엄격한 설계사양을 만족해야 한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체계개발 초기단계에서는 알루미늄 구조물의 방탄조인트 개발에 주력했다. 알루미늄 구조물의 용접공정 기술은 이미 탐색개발단계에서 완료된 상태여서 조인트의 형상 설계가 방탄조인트의 관건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용접부의 조인트 설계와 충격탄에 대한 설계입증시험을 실시했다.

 특히 용접조인트 형상 설계안 확인시험은 중요했다. 연구진은 이 시험을 국내에서 최초로 안흥 지역에서 ㅇㅇ㎜ 함포를 이용해 수행했다. 실제 탄두 대신 충격 조건을 구현할 수 있도록 모의 충격탄두를 제작, 용접부에 직접 충격시켜 용접 균열이 허용 길이 이내가 되도록 설계하는 방법이었다.

이때 충격부 위치와 충격탄의 충돌 속도를 허용오차 범위로 규제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였다. 충격 속도가 너무 높으면 무효탄이 되지만 그 반대로 낮으면 탄두가 포신 밖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포신 내에 갇히는 현상이 발생한다. 자칫 안전상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실험이었다.

 탄속과 충격위치 확인 등 시험조건을 설정하기 위한 첫 번째 시험에서 조인트부 개념설계안을 반영한 구조를 가표적으로 놓고 사격 시험했다. 상상 이상의 균열이 나왔다.

“이 시험을 참관하러 온 장갑차 체계부의 한 신입 연구원이 연구소로 복귀한 후 장갑차 구조물이 박살났다고 팀장에게 보고했어요. 이 바람에 해명 아닌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설계안에 대해 몇 차례 시험을 하고, 또 탐색개발에서 개발된 용접조건을 기본으로 내충격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았죠. 그렇게 피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용접부 형상설계를 하고, 계획된 일정에 맞춰 용접부의 품질 신뢰성이 확보된 동체 구조물을 제작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자 보람이었습니다.”(이창현 박사)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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