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철모에서미사일까지

K-21 보병전투장갑차<19> 작전운용성능 설정(2)

신인호

입력 2010. 06. 21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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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최상 구현' 숙고 … 2002년 7월 확정


차기장갑차의 운용개념도

 차기 장갑차의 작전운용성능(ROC)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이견이 많았던 분야는 ‘30㎜ 이상 중구경화기 탑재’라는 요구조건이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이 부문에 40㎜ 단일포로 선정한 바 있다.

 당시 육군기계화학교장 류홍모(육사24기·예비역 소장) 장군은?K200 장갑차의 경우 박격포와 대전차 유도무기의 상호 의존도가 높으므로 차기 장갑차에는 인마살상용 무장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동진(육사25기·예비역 소장) 장군은 “차기 장갑차에 100㎜급 대구경포를 단독으로 또는 40㎜ 무장과 동시에 탑재하기는 곤란하지 않겠느냐”며 100㎜급 전차포 탑재를 계열장갑차로 별도 개발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또 적성화기인 BMP-Ⅲ를 염두에 두고 30㎜ 비호포와?105㎜ 곡사포를 동시에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일부의 요구도 있었다.

 이때 소요군의 기관별 입장과 시각에 대해 육군본부 전의식(육사30기·예비역 소장) 대령이 기계화학교의 전투발전세미나에서 이렇게 밝혔다. “기계화학교에 있을 때와 육본에 있을 때 입장이 각각 달라진다. 학교에 있을 때는 T-80전차·BMP-Ⅲ 장갑차 체계를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해 2개 대대쯤 더 가졌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육본에 와서 전체 시스템을 보니 외국 무기체계는 많이 가질수록 애물단지라는 생각이 든다. 병과 내 장교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통일된 의견제시가 필요하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장갑차의 기동력과 톤당 마력은 클수록 좋고, 40㎜ 무장 탑재는 적절하다. 전차는 대전차 유도무기에 맡기고, 기관포는 적 장갑차 파괴와 인마살상이 가능한 무장과 탄약 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BMP-Ⅲ와 유사한 무장체계는 곤란하다고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신규 무기체계의 ROC를 설정할 때 적성 무기체계의 성능을 능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요구성능을 설정하는 경향이 있다. 차기 장갑차의 경우도 ROC-Ⅰ에서 일반 제원을 주무장 30~105㎜ 화기를 탑재할 수 있는 장갑 궤도차량으로 제시됐는데, 이는 그 당시 적성 무기체계인 BMP-Ⅲ에 대한 대응체계로서의 대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천유속 1.5~2m/sec 이상 극복’이라는 요구조건에 대한 논쟁도 만만치 않았다. 여기서 제시된 수치는 ‘절대적’이 아니라 ‘고수’해야 할 선이 그 정도 수준임을 의미하는 일종의 상징성으로 봐야 한다. 실제 도하할 때는 하천의 폭과 깊이, 도하 위치와 방향, 진입지와 출수지 지형, 수중 장애물 형태, 파고의 방향과 높이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차기 장갑차는 전투중량이 25톤으로 자체 부양이 안 되므로 부득이 보조부양장치를 필요로 한다. 여기에 수상속도 10㎞/h 수준을 유지하려면 수상추진장치(water jet)를 장착해야 한다. 어떻게 될까. 워터제트를 작동하려면 동력인출기(고 중량의 기어박스)와 전후방 전달축, 중간 베어링 등 크고 무거운 부품들이 차량 내부에 들어와야 한다. 차량 내부는 더욱 협소해지고 수백 ㎏의 중량이 늘어나 보조부양장치도 더 크게 하거나 하나를 더 추가 장착해야 한다. 전투중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배꼽이 배보다 큰 격이다. 부품가격도 비싸지는 데 반해 수상속도 증가에 따른 효율성은 검증하기 어려웠다.

 육군기계화학교 수상시험장에서 수상추진 시험장면을 골똘히 지켜보던 육군교육사의 시험평가과장은 “ADD 기술검토 결과와 국내 수상장애물 등을 종합해 볼 때 수상추진장치 적용은 보류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수상속도와 관련, 설계적 측면으로 해결방안을 찾기보다 전술운용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될 즈음 일부 기관에서는 25톤 중량에서 적정 수준의 수상속도를 검토해 보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육군기계화학교 한 관계자는 “6㎞/h 이하의 수상속도는 도하라고 하기에 부족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소한 6㎞/h 이상은 돼야 원하는 지점까지 정밀하게 도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의견은 이렇게 종합됐다. “수상속도 10㎞/h는 요구하지 않지만 6㎞/h 이상은 돼야 한다. 차기 장갑차가 궤도 추진방식으로 6㎞/h 이상의 속도를 낸다면 추진장치는 별도로 필요하지 않으며, 이 경우 10㎞/h는 의미가 없다.” 그 후 육군은 관련 세미나를 통해 ‘도하 간 점표적 정밀사격이 가능해야 한다’는 설계조건을 추가로 요구했다.

 방호력의 경우 일부 기관에서는 ‘최소한 자신이 사용하는 탄에는 방호가 돼야 한다’는 식의 개념적인 의견을 제안하기도 하고, ‘적성장비인 ○○○급으로부터 전면 방호가 가능하며 장갑재질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을 건의하는 기관도 있었다.

 그러나 설계자 입장에서는 관련기관 요구사항의 모든 것이 전투중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쉽사리 제안 내용을 수용할 수 없었다. 또 육군기계화학교는 적성 장갑차 주무장에 대한 전면 방호가 가능하며, 주변국 불특정 위협에 대처 가능한 무장체계 고려 시 운동에너지탄 방호력 재검토 등 방호수준을 결정할 때 장갑차 전술 운용개념을 고려한 전투사거리의 재정립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

 이처럼 차기 장갑차를 최적·최상의 모습으로 구현하려는 논의 끝에 2002년 7월, 차기 장갑차의 정량화 작전운용성능(ROC-Ⅱ)이 합참에 의해 확정됐고, 그해 9월 육군과 ADD 사이에 체계개발동의서(LOA) 공동서명이 이뤄졌다. 이어 10월 ADD로부터 체계개발계획서가 제출되고 11월 국방부는 이 체계개발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앞서 2001년 7월 국방부는 차기 장갑차 체계개발(Full Scale Development) 사업의 주도형태를 ‘업체주도’에서 ‘정부주도’로 변경, 승인함으로써 연구개발 주관기관인 ADD는 탐색개발 연구결과를 체계개발로 계속 이어 나갈 수 있게 됐다.

 
탐색개발 통해 체계 최적설계안 도출

ADD는 탐색개발을 통해 필수임무 정의 및 부체계 요구성능을 할당하고, 체계 최적설계안을 도출하면서 작전운용성능(ROC-Ⅱ)을 확정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1대1 실물모형 및 구조시험모델(STM)을 개발해 체계 형상기준 및 부체계 인터페이스 설계안과 호환성, 정비성 등을 고려한 군수지원 설계반영 요소를 도출했다. 또 경량화 동체, 수상운행장치, 750마력급 동력장치, 암내장형 유기압 현수장치 및 모의포탑 등 차체 분야 주요 핵심부품의 국내 독자개발 가능성을 검증·확인했다.

이와 함께 종합군수지원 11대 요소별 개발소요를 판단해 종합군수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운용형태종합/임무유형(OMS-MP) 및 유사장비 RAM자료 분석을 통해 체계 RAM-D 목표값을 이끌어냈다.  

 이 밖에 ▲40mm 70구경장 강선포 ▲ 전기모터 구동방식 포탑구동장치 ▲이중송탄 및 탄종 선택이 가능한 자동송탄장치 ▲헌터킬러(Hunter-Killer) 운용개념으로 기동간 사격이 가능한 2축 안정화 디지털 사격통제장치 ▲FM 무전기의 표준인 MIL-STD-188-220B CSMA/CA방식의 프로토콜 분석 ▲ 탑승 보병의 전투상황 인식 및 정보 공유 가능한 전술정보망 ▲기본동체에 적층장갑을 부가장갑 형태로 장착하는 복합적층장갑 ▲체계중량 25톤급 장갑차 최대 수상속도를 약 10KPH 수준으로 운행할 수 있는 수상추진장치 ▲40mm 주무장에서 운용 가능한 APFSDS-T탄(날개안정철갑예광탄) 개발 등을 통해 핵심부품의 체계 적용성을 평가하고 분야별 체계개발 대안을 제시했다.

용어 풀이
▶체계개발동의서
 연구개발하려는 무기체계의 시제품을 제작하고 기술·운용 시험평가를 갖는 체계개발 단계에 돌입하기 위해 개발소요를 제기한 소요군과 개발을 맡는 ADD·주계약업체가 ▲운영개념 ▲요구 제원 ▲성능 ▲소요시기 ▲기술적 접근방법 ▲개발 일정계획 ▲전력화 지원요소 ▲비용분석 등에 대해 합의한 후 공동으로 작성하는 문서를 체계개발동의서(LOA : Letter of Agreement)라고 한다.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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