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철모에서미사일까지

K-21 보병전투장갑차<18>작전운용성능 설정(1)

신인호

입력 2010. 06. 14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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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편하게… 수상운행 감안 25톤 이내로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중거리 보병용 유도무기의 탐색시제로서 개발이 완료되면 K-21 보병전투장갑차(KIFV)에 탑재
 전력화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발 완료 후 K-21에 탑재될 예정으로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MRIM)’의 유도탄 절개모형
과 구성도.


“독일 마더(Marder) 장갑차를 보면 20㎜ 기관포와 기관총이 달려 있고, 나중에 밀란(Milan) 등 각종 무장까지 탑재됐다. 이 마더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분대장의 지능지수(IQ)가 132 이상이 돼야 한다는 독일 측 연구결과를 보았다.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장갑차를 개발 중인데, 이 정도 지능지수를 가진 분대장이 운용해야 한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무기체계는 복잡하지 않게 필요한 것만 탑재해야 하며, 복잡한 무기체계는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死藏)되는 예가 있다.”

 ▶운용개념과 개발기술의 절충

 2000년 10월 육군기계화학교에서 개최된 전투발전세미나에서 당시 학교장이었던 정채하(육사26기 예비역 소장) 장군이 언급한 내용이다. 이 말은 ‘소요군이 필요로 하는 무기체계는 단순히 실험실의 연구용 시제가 아니라 언제 어느 곳에서든 장병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실전 운용 중심의 장비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속은 없으면서 비싸고 사치스럽고 화려하기만 한 장비는 실전에서 승리를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다.  

 작전운용 성능을 설정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활동이다. 따라서 순탄한 일만은 아니다. 개발자 입장에서 보면, 소요군이 제시하는 전술운용 개념을 분야별 최신 과학기술을 접목시켜 얼마만큼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가에 따라 성능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개발자와 소요군의 입장이 다르게 나타나는 예가 허다하다. 이때는 각기 장비의 전술운용 측면과 개발기술 측면에서 많은 검토를 실시하고 상호 협의를 통해 기술적으로 실용화 가능한 범위로 요구성능 조건을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요군 내 기관별 입장이나 기대감에 따라 차이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미래전에 투입될 장갑차의 성능을 화력, 기동력, 생존성, 지휘통제 측면에서 분석할 때를 예로 들어보자. 육군교육사령부라면 화력 성능 분야의 장갑파괴 능력을 최우선으로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장갑파괴 능력과 인마살상 능력이라는 두 가지 분야의 설계요소가 대립할 때 장갑파괴 능력을 우선해서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육군기계화학교는 전투발전세미나에서 차기장갑차의 주 임무를 인마 살상, 대물 및 지역표적 제압, 적 장갑차 파괴 순으로 발표함으로써 인마 살상 능력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암시됐다.  

 이럴 경우 개발자는 어느 한 쪽의 의견에 치우칠 수 없다. 개발장비의 OMS/MP(용어해설 참조), 전술운용 효과 분석 등 최신 기술 정보와 M&S 기법을 이용한 설계 파라미터 해석 결과 등을 통해 최적의 방안을 수립해 소요군에 제안해야 한다. 당장 ROC 설정이 불가능하다면, 잠정 개발안을 설정해 먼저 적용하고 개발 결과를 확인해 요구성능을 최종 확정하기도 한다.

 
 ▶문제는 전투중량이다

 차기장갑차 정량화 작전운용성능(ROC-Ⅱ) 설정을 위해 2000년 9월 육군교육사령부에서 개최한 차기장갑차 ROC 토의(1차)를 시작으로 2002년 8월 제195차 합동참모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때까지 2년여간 소요군 관련부서와 개발자 간에 개별 토의 또는 종합 회의 등 수십 회에 걸친 검토회의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정성적 작전운용성능(ROC-Ⅰ)으로 제시한 21개 항목 중 14개 항목에 대해서는 관련기관이 상호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나머지 7개 항목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소요군 관련기관 간의 의견이 상충해 세부 항목 설정이 어려웠다.

 특히 ▲2인승 포탑 탑재 ▲전투중량 25톤 정도 ▲30㎜ 이상 중구경화기 탑재 ▲하천 유속 1.5~2m/sec 이상 극복 가능 ▲방호력은 당시 논쟁이 많았던 핵심 분야로서 차기장갑차를 세계 최고 수준의 장갑차로 차별화할 수 있는 형상 또는 성능에 해당되는 항목들이었다. 

 “차기장갑차의 ROC를 설정하는 키는 사실 전투중량이 쥐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25톤 정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절대적이었어요, 이 수치는. 보병전투장갑차(IFV)가 보조장치를 달고 물에 떠서 스스로 운행할 수 있는 전투중량 한계가 25톤이거든요. IFV가 이런 자주도하 능력을 가져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아직도 남아 있지만, 소요군이 수상운행을 강력히 요구함에 따라 수용이 불가피했습니다.”(남석현 연구원)

 소요군이 요구해 온 대로 2인승 포탑에 30㎜ 이상 주무장을 탑재하고, 요구 방호력을 충족하려면 차기장갑차의 전투중량은 어느 정도가 될까. 25톤을 훌쩍 넘어 27톤까지 이르게 되며, 이 정도라면 수상운행에 필요한 보조장치를 다는 것마저도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전투중량을 중심으로 생존성과 수상운행성이 상호 절충 요소(기준에 따라 여타의 요구조건은 부분적으로 ‘희생’해야 하는)가 됐다.

 다만 ‘2인승 포탑’이라는 요구조건은 향후 미래전을 대비한 차기장갑차 부대를 편성할 때 승무원 수와 주특기 소요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므로 차기장갑차 전투중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만 ‘변경’을 고려할 사항은 아니었다. 2001년 10월에 열린 ROC 검토회의에서 당시 육군교육사령부와 기계화학교는 “전투중량 설계를 25톤에 맞추기 위해 다른 설계 요구사항을 최대한 양보했다”면서 “설계중량 초과로 인해 체계개발사업 전체에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해 달라”고 거듭 요청한 바 있다.

 대전차 유도무기의 경우 유도탄을 국내 개발해 탑재하는 방안으로 검토돼 왔다. 한때 육군기계화학교는 3세대급 대전차 유도무기의 구체적 탑재방안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유도탄 국내 개발계획이 명확히 설정되지 않은 상태였던 데다 개발에 착수한다 해도 추후 차기장갑차 양산 장비에 탑재가 가능한지 여부 또한 불명확했다. 결국 대전차 유도무기는 실제 장착하지 않으나 운용개념을 정립하고 사격통제장비와 인터페이스 설계개념을 수립한 뒤 적용성을 검증키로 개발방안을 설정했다. 이 부분은 차기장갑차 양산 기술지원 편에서 다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로 한다.


용어 풀이

 ▶정성적 ROC와 정량화 ROC
 작전운용성능(ROC : 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이라 함은 무기체계의 운용개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성능수준과 운용능력을 제시하는 것으로 최근 훈령에서는 주요 작전운용성능과 기술적·부수적 성능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무기체계 획득을 위한 평가 기준으로 적용한다. 일반적으로 장기 소요제기 단계에서는 획득장비의 작전운용성능을 개념적·정성적으로 제시하며(통상 ROC-Ⅰ이라 함), 중기 소요제기 단계에서 보다 구체화·정량화해 제시(통상 ROC-Ⅱ라 함)한다.

 ▶운용형태종합(OMS : Operational Mode Summary) 
 하나의 무기체계가 작전 임무를 수행할 때 어떻게 사용될 것이라고 예측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기술해 놓은 것을 말한다. OMS에는 각 사용 방식에 대한 예상 사용비율, 사용 수명기간 동안 여러 환경조건에 놓이게 될 시간 비율 등이 포함된다. OMS는 전시(wartime)와 평시(peacetime) 운용으로 구분되며, 임무를 수행할 조건들이 포함돼 있다. 이에 전투 발전자는 무기체계의 주요 임무, 각각의 임무를 수행할 시간, 임무가 수행되는 조건들에 관해 결정해야 한다. 이 같은 결정사항을 토대로 무기체계 설계자는 운용될 모든 조건하에서 운용될 수 있도록 무기체계 개발계획을 수립해 추진한다.

 ▶임무유형(MP : Mission Profile) 
 임무 유형에는 OMS에 있는 각각의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장비가 수행해야 할 운용 직무를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는 군사장비가 임무의 시작에서부터 끝날 때까지 수행해야 할 직무를 시간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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