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야전서살아남기

<23·끝> 생존력은 곧 전투력

입력 2009. 06. 26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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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소 교관으로서 마음속에 담아 뒀던, 그리고 하고 싶었던 핵심사항과 ‘생존력은 곧 전투력’임을 강조하며 전투원으로서 갖추고 준비해야 할 내용과 향후 미래전장에서 전투 및 생존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가에 대해 소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 생존능력은 곧 전투능력

    ‘생존’은 어려운 환경을 개인의 능력으로 극복하고 살아남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까지 필자가 작성한 기고문의 대부분은 최악의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알아야 할 필수지식과 기술 위주로 작성했다. 그러나 팀·조직과 부대 차원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결국 생존이란 적과 싸워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준비하고 발전되는 개인역량, 교육훈련과 모든 무기 및 비무기체계가 성공적인 전투임무수행을 위한 생존의 영역에서 다뤄진다고 나름대로 정의한다.

    고립무원의 적지에 홀로 살아남아야 하는 장병으로부터 평소에 부대가 실시하는 교육훈련, 여기에 정책적으로 지원되고 발전되는 과학기술과 첨단무기체계가 모두 장병의 생존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므로, 생존은 단순한 개인의 기술을 뛰어넘어 전장의 한 기능으로서 의미를 확대하고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즉, 생존능력은 전투능력이며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부대, 그리고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 자발적인 노력으로 체력, 정신력, 전투기술 향상

    모든 장병은 군복을 입는 순간 ‘전사’임을 인식해야 한다. 부대가 개인과 팀에 임무를 부여할 시 오차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부단히 관리하고 부대별 임무특성에 부합하는 예측 가능한 교육훈련을 소화해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인정하고 달성할 수 있도록 자발적·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물론 그 기준은 장병이며 동시에 인간으로서 달성가능한 것인지 심사숙고하는 단계가 선행돼야 한다. 모든 군인은 임무와 보직에 상관없이 전투원이다. 어떠한 순간에도 임무완수에 대한 집착과 본능적인 생존기질을 발휘해 삶을 유지하고 무사히 복귀하며 다시 전선에 투입될 수 있도록 돼야 한다. 이것이 생존이며 바로 ‘강한 전사, 강한 군대’의 핵심구성원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 강한 전사 육성을 위한 제도적인 여건 조성 필요

    지난주에 EBS 교육방송국에서 ‘리얼 체험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PD로부터 인터뷰 제의를 받았다. 육군(보병·헌병·특전사), 해군·공군·해병대·공익근무요원 출신의 예비역 장병들이 무인도에서 20일간 표류하며 생존하는 영상을 보고 전문가적 입장에서 생존능력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프로젝트는 주로 식량 및 식수구하기, 은신처 제작, 상대방 은신처 습격 및 도피, 불피우기 등 20일간 단지 3일간의 식량을 휴대한 채 누가 더 오래 살아남느냐를 테스트하는 것이었다. 모두 출신 부대의 명예를 걸고 아는 지식과 기술을 총동원해 최고의 전사로 뽑히기 위해 생존활동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총 8명 중 공익근무요원과 일반 보병 출신 2명은 중간에 복귀했다. 남은 6명 가운데 특전사 2명과 해병대 1명 등 3명만 모든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군 복무 시 부대 특성에 맞는 전투임무 위주의 훈련을 받았고, 생존력의 중요성이 강조된 부대 출신인 만큼 다양한 방법과 상황조치능력으로 타군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생존에 성공했다고 보여졌다.

    부대에서 계획된 훈련을 실전적· 현실적으로 수행하다 보면 그것이 몸에 체득돼 반응하게 된다. 이것이 전투기술의 향상이다. 또 이 같은 다양한 개인 능력이 임무를 중심으로 응집돼 팀워크의 극대화를 달성하게 된다. 여기에 악천후와 동계·고산 등 특수한 환경에서의 훈련 경험, 즉 극한의 체험이 중요하다.

    특수환경 극복 프로젝트, 오지탐사, 해외고산등반, 백두대간 종주, 무인도 생존훈련 등의 민간 지원 프로그램이 많이 있는데 군도 소수의 인원이라도 선발된 인원들이 연례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여건이 뒷받침됐으면 한다.

    ◆ 전장생리 연구 및 피복·장비·물자 연구소 설치

    개인·부대의 성공적인 전투 여건은 국가적인 지원을 통해 가능하다. 다양하게 바뀌는 전장 환경과 활동 영역에서 인체는 끊임없이 노출되고 변화하며 수용하고 거부한다. 베트남 정글의 습지와 높은 습도, 이라크의 고온환경, 개마고원의 혹한의 추위나 고지대의 저산소, 수중의 추위와 고기압, 야간의 시도불량 등은 장병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그 불안정성은 바로 장병 개인의 체력과 정신력·전투기술 등 자체적인 능력배양과 함께 부대 교육훈련을 통해 좀 더 수준 높게 완성된 전투기술과 팀 조직력, 그리고 여기에 과학적인 기술력이 배가되면 극복이 한결 용이해진다. 즉, 다양한 특수환경(전장)에서 전투원에게 발생하는 불안한 생리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최상의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모든 환경과 전투원에 관련된 총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는 환경과 인체의 관계를 규명하는 전장생리와 인간내성에 최적화한 피복·장비·식량·물자·훈련에 대해 연구하는 전문기관의 설립이 뒤따라야 한다. 장병 신체 상태와 보급된 피복·장비·식량 등이 대부분의 자연 조건을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된다면 장병들은 오로지 전투임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불안한 환경을 극복하는 과학화한 모든 장비가 새롭게 개발·지급될 때마다 전투원들은 보다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특히 적보다 발전된 화기와 장비로 무장할 때 전투원들은 수준 높은 필승의 신념을 다짐하게 될 것이다.

    연재를 마치며
    지난해 12월 ‘야전서 살아남기’ 연재 제의를 받은 이후 어느덧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오늘 23회로 그 대미를 장식하게 됐다. 그동안 쓴 글을 장병들이 흥미를 갖고 읽었을까, 도움이 되는 코너라고 평가받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반, 기대 반의 설렘으로 작성했다.

    다행히 여러 부대에서 홈페이지에 국방일보 코너를 제작해 많은 인원이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을 보면 그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다. 지금까지 ‘야전서 살아남기’ 코너를 애독해 준 모든 독자와 평소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격려해 주신 부대 지휘관님과 참모님들, 바쁜 중에도 자기 일처럼 그림을 그려준 김경훈 상사와 모든 교관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

    <임승재 대위 육군특수전교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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