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야전서살아남기

<21> 성공적인 도피

입력 2009. 06. 12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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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1년 걸프전 당시 영국 SAS 특수정찰팀 6명은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 발사체에 대한 정찰감시와 지하에 매설된 전송케이블을 절단하라는 임무를 수행하다가 발견돼 장갑차와 보병의 공격을 받게 된다.

    소수였지만 중화기로 무장한 SAS는 66㎜ 대전차 로켓으로 장갑차를 파괴하고, 이라크군이 주춤하는 사이 상대적으로 병력 배치가 취약한 지역으로 교전과 기동을 반복하며 시리아 국경까지의 도피를 시도했다.
    본국과의 무선이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최대 하루 85km를 주파하기도 했지만 결국 기온이 영하 23도(야간)까지 내려가는 악조건 속에서 동사하거나 사살되고, 마지막 1명은 시리아 국경에서 체포돼 도피는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포위 시 취약지점을 선택해 돌파한 점과 방향 유지, 신속한 상황판단 그리고 도피 과정에서 보여준 기본원칙 준수와 초인적인 행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사실은 ‘브라보 투 제로(Bravo To Zero)’라는 전투영화로도 제작돼 인기를 끌기도 했다.오늘의 주제는 이처럼 적 후방지역에 고립 또는 차단된 작전요원이 신체상 구속받지 않은 상태에서 적의 구속 위험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한 노력과 활동, 도피(evasion)다.
    ◆ 위장은 먹지·나무껍질·숯·진흙· 열매를 이용
    성공적인 도피에는 몇 가지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 이동 시 노출된 부분에서는 포복을 하며, 공제선을 회피한다. 이동하기 전 목적지에 몸을 은폐할 수 있는 은폐물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정지간에는 항상 엎드린 자세로 관찰해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이 위장이다. 안면 위장 시 부위별로 높고 빛을 반사하는 부위(이마·코·귀·턱)는 진하게, 낮고 그림자가 지는 부위는 엷게 칠한다.

    목 뒤·팔·손등과 같은 노출된 부위는 전투복처럼 불규칙적인 무늬로 칠한다. 위장용 크림이 없을 경우 먹지·나무껍질·숯·진흙·열매를 이용하고, 또 모자나 마스크·그물을 이용한다.저격병들이 보통 소지하는 위장복(길리수트)을 갖고 있다면 주위 환경과 조화로운 위장으로 노출과 움직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저격수 교육 중에는 이 길리수트를 제작하는 방법을 교육에 반영하는 것도 좋은 위장교육이 될 수 있다.시계·안경·펜과 같은 빛이 나는 물체는 외부로 노출시키지 말고, 시계의 알람과 정각 소리가 꺼져 있는지 확인한다. 마크·명찰·계급장을 제거하고, 비누·화장품·껌·사탕·담배는 소지하고 있더라도 사용하지 않는다.

    소리가 날 만한 장비는 사전에 고정시키고, 신발을 천으로 감으면 발자국 소리를 줄일 수 있다. 도피 중 획득할 수 있는 식량과 물을 구해 차후 활동을 위해 비축하며 여건이 허락하는 한 휴식과 수면을 취해야 한다. 도피 중 갑작스러운 체력의 소모나 적의 추격, 수색 등으로 며칠 동안 음식과 물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철사나 바늘을 천으로 문지르면 북쪽을 향한다
    이동하고자 하는 방향을 알기 위해 가장 좋은 수단은 지도와 나침반이다. 도피 활동은 언제 어느 때라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지도와 나침반이 없는 상황에서도 동서남북 방향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태양과 막대그림자를 이용하는 방법은, 태양은 항시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먼저 약 1m 내의 막대를 땅 위에 수직으로 꽂은 후 그림자의 끝에 돌을 올려 놓는다.

    다음 약 15분 후에 움직인 그림자 끝에 다른 돌을 놓는다. 두 돌이 놓인 지점에 선을 긋는다. 먼저 표시한 돌에 왼발을 놓고, 다음 표시한 돌에 오른발을 놓는다. 그러면 북쪽을 보고 있는 것이다.시침과 분침이 있는 손목시계가 있어도 방위를 알 수 있다. 먼저 시계를 잡고 시침을 태양쪽으로 향한다. 다음 시침과 12시 사이를 양분하는 방향이 남쪽이다. 별자리를 이용해서도 알 수 있다.

    북극성은 북극 바로 위에 위치해 방향을 잡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북쪽 하늘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별자리에는 북두칠성으로 잘 알려진 큰곰자리와 카시오페이아가 있는데 이들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마주보고 있으며 기상이 좋으면 1년 내내 볼 수 있다. 북두칠성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두 별을 잇는 연장선의 5배 거리에 북극성이 위치한다.
    나침반이 없을 시에는 철사나 바늘을 천으로 문지르면 자성을 띠게 돼 북쪽을 가리킨다. 그러나 자성이 영구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므로 자주 문질러준다. 다음 균형을 맞춰 바늘을 실에 매달면 된다. 자석으로 문지른다면 자성이 더욱 크며, 한 방향으로만 문지르도록 한다. 기타 자연 현상을 이용한 방법으로는 잘려진 나이테 중 넓은 부분이 남쪽, 좁은 부분이 북쪽이다.

    식물은 광합성 작용을 하므로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해 잔가지와 잎이 무성한 곳이 남쪽이며, 반대로 나무껍질은 찬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남쪽보다 북쪽이 두껍다. 습기가 충분한 곳에서는 햇빛을 적게 받아 이끼가 많이 낀 곳이 북쪽이다. 도피의 성공과 실패는 곧 도피 및 생존자의 전술적인 행동으로부터 기인함을 명심해야 한다.
    <임승재 대위 육군특수전교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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