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저격수의세계

<47>그레나다의 저격전

입력 2008. 12. 23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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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해병대가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전투를 개시하고 있을 때인 1983년, 미군 특수부대가 카리브해의 그레나다(Grenada) 섬에서 벌어진 소규모 분쟁에 긴급 투입됐다. 그레나다 좌익정부는 장갑차와 대공포로 무장한 쿠바인들의 지원을 받아 미군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었다. 쿠바 출신 저격수들은 미군의 수송용 헬리콥터 UH-60 4대, 공격용 헬리콥터 AH-1 2대를 격추시키고 많은 사상자를 내게 했다.
    1983년 10월 미군은 항공모함 인디펜덴스 호를 파견, 헬리콥터를 이용해 육군과 공정대, 해병대를 그레나다 섬에 강습, 착륙시켰다. 예상했던 것보다 쿠바인들의 저항은 격렬했고 특히 스나이퍼들의 집요한 사격이 미군 병사들을 괴롭혔다.
    미 제75보병연대 소속의 정찰대원들이 그레나다의 포인트살리나스(Point Salinas) 비행장을 공격할 때, 방호부대인 쿠바군 진지로부터 강력한 박격포 공격을 받고 곤경에 빠졌다. 미군들의 위기였다. 이때, 미군 저격팀이 쿠바군을 처리하기 위해 급하게 전방으로 배치됐다.

    미 레인저(Ranger) 스나이퍼들은 M21총의 조준경에 포착되는 적병들을 한 명씩 찾아 침착하게 저격탄을 날렸다. 박격포 진지의 쿠바인 18명이 모조리 사살당하자 그들의 방호 진지는 미군의 강력한 공세를 받아 쉽게 붕괴됐다. 건설 노동자 출신의 쿠바 저항세력은 미 특수부대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당시 미 육군 저격수들은 1980년대까지 점점 노후화한 M21소총을 운용했는데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반면, 해병대가 보유하고 있는 M40A1소총은 저격전에서 최고의 성능을 자랑해 비교가 됐다. 특히, 저격술을 발전시키고 있는 육군 특수부대와 공정부대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그들은 M21총이 장거리에서 정확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공수작전 중에는 영점을 자주 조정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하며, 더욱 불쾌한 점은 남미의 반군 게릴라들이 대부분 이 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미 해병대가 마지막 저항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전진할 때, 병사들은 지하진지에 숨어 있는 쿠바인의 M21총 사격을 치열하게 받았다.

    그들은 그레나다의 남서부에서 북방으로 후퇴하면서 저격으로 미군들을 괴롭혔다. 미 항공모함에서 A-7 공격기와 공군의 AC130 특수공격기가 지상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806회나 출격했다.미 해병 1개 소대가 폭 200m 정도의 개활지를 통과할 때, 소련제 SVD 저격용 소총으로 무장한 쿠바 저격수 한 명한테 제지를 당했다. 저격탄이 산개한 해병대원들의 머리 위를 스치며 집요하게 따라다녔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스나이퍼 출동!’이라는 명령이 하달됐고, 해병대 지원임무를 수행하는 저격팀이 전방으로 투입돼 위기 상황을 판단했다. 쿠바 저격수의 사격은 우수하고 매우 지능적이었다. 이를 능가하기 위해서는 오직 기발한 상상력과 인내심이 필요할 뿐, 저격수들은 속이고 속는 총싸움을 시작했다.
    “우리가 저쪽으로 움직이면 적은 그늘 속으로 숨어 보이지 않게 방어할 것이다. 그리고 이쪽으로 총을 한 발 쏠 것이다. 우리를 시험해 보려고, 아마 그 쪽에서 보면 완벽하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일단 적이 우리에게 총을 쏜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해병대 저격팀이 재빨리 진지를 이동하고 사격 자세를 다시 갖춰 조준경을 어둠 속으로 조준했다. 예상한 대로 적의 총탄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적이 다시 사격할 것이다. 대응하지 말고 움직이지 마라.”스나이퍼들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숨을 죽인 채 얼마간의 침묵이 흐르자 미군의 반응을 못 느낀 쿠바군 저격수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이 이동하는 것 같다!” 감적수가 망원경을 보면서 경고하자 스나이퍼는 호흡을 멈추고 다시 조준했다. “빌어먹을, 저기 그놈이 보인다.” 감적수가 침착하게 다시 저격수의 출현을 경고하는 순간, “탕!∼” 한 발의 총성과 함께 스나이퍼의 M40A1 레밍턴 소총이 반동으로 약간 흔들렸다.
    감적수의 망원경에는 적의 소련제 긴 총열이 시야에 들어오고 소총 전체가 서서히 보이다가 총열이 그대로 고정됐다. 적이 또다시 목표물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힘없는 팔이 햇빛 아래서 툭 내려졌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해병대 스나이퍼가 다시 총을 발사하자, 팔이 무기력하게 튀어 올라 아래로 떨어졌다.
    “잡았다!” 감적수가 망원경을 계속 보면서 탄성을 질렀다. 쿠바인 저격수가 제거되자 해병대의 전진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미군들의 마지막 공세와 함께 그레나다 섬 전체에서 좌익군과 쿠바인들이 투항하고 전쟁은 단 1주일의 치열했던 총격전으로 마무리됐다.
    <양대규 전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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