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군현충시설탐방

<60>전북 군산 순국충혼영세불망비

입력 2007. 04. 18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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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히 죽은 사람이 모셔져 있는 것을 두고 ‘잠들어 있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산소라는 곳은 죽은 사람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얽혀 있어 왠지 모를 두려움의 원천이 되기도 하지만 끝없는 편안함으로 세파에 찌든 우리들의 마음을 다독여 주기도 한다.
    2007년 3월 어느 날 순국충혼영세불망비(殉國忠魂永世不忘碑·사진)가 있는 군산 군경합동묘지를 찾았다.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시간이었다. 숙박업소가 밀집해 있는 곳을 헤치고 들어가 보니 기대 이상으로 잘 정리된 군경묘지가 나온다. 정문은 어디서 본 느낌이다. 알고 보니 세종로와 종로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고종황제칭경기념비전(高宗皇帝稱慶紀念碑殿)의 정문과 비슷한 모양이다.
    한편 한국사를 공부하는 필자로서는 비석에 새겨진 이름이 친근하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순국충혼영세불망비라면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의 충성을 세상이 다하는 그날까지 잊지 않겠다는 뜻에서 세운 것이겠지만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영세불망비라는 이름이 어디 꼭 그렇게 쓰이기만 했던가.
    조선시대에는 욕심 많은 고을 수령들이 자신의 이름과 치적을 널리 알리기 위해 고을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 이러한 이름의 비석을 여기저기에 세우기도 했다. 그래서 청렴한 관리, 즉 청백리 치고 이런 비석 세우는 것을 경계하지 않은 인물이 없었다.
    물론 이곳에 세워진 비석은 그런 성격과는 정반대편에 있다. 흔히 역사의 주역은 지배층이요, 권력자이며 그래서 역사책에 그들의 이름이 남겨진다고 하지만 이곳 군산군경묘지에 잠들어 있는 사람들은 단지 자기 마을이 소중해 이 마을과 함께 운명을 같이한 사람들이다. 생명을 바친 대가로 반 평 남짓한 안식처에 자신의 이름 석 자 새겨진 비석을 얻었다.
    군산 군경묘지에 세워진 충혼영세불망비는 1964년 6월 6·25전쟁이 끝난 10주년에 맞춰 이 지역 순국선열·애국지사·국가유공자·상이 사망자 등 544명의 충혼을 기리기 위해 시민들의 성금으로 건립됐다. 원래 대야면 산월리 389번지에 세워졌는데 부지가 협소하고 위치가 적당하지 않아 현재의 개정면 통사리 43번지로 이전했다.
    서울·대전에 국립현충원이 있고, 경북 영천·전북 임실에는 호국원이 있다. 그러나 그뿐만 아니다. 군산 군경묘지 이외에도 국내외 곳곳에 규모는 작으나 ‘국립묘지’라고 부를 만한 곳이 많이 있다. 국립묘지란 꼭 외형적 규모, 유족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의 크기만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닐 게다. 순수하게 국가가 한 개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위로하는 장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지 아닐까.

    <서동일 연구관 국가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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