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군사문화재

한국의 문사문화재 순례<141>곽재우 장군 유품

김병륜

입력 2006. 11. 15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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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재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시간의 통로다. 그 문화재가 특정한 역사적 인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건이라면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이미 오래전 세상을 떠난 화석화된 역사 속 인물이 그가 담긴 유품을 통해 손에 잡힐듯 현실 속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 속에서 수많은 장군과 무인들이 이땅을 거쳐갔지만 유품으로나마 흔적을 남긴 이는 극소수다. 을지문덕 등 삼국시대 장군들의 경우 남아 있는 유품이 없다. 고려시대도 마찬가지여서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긴 장수 중 유품이 남아 있는 사례는 거의 없다.여말 선초 활약한 이성계 장군의 경우 조선의 왕이 된 만큼 사당·궁궐에 어궁(활)과 어도(칼)가 전해져 왔고, 고려 말 왜구 토벌전에서 맹활약한 정지 장군의 갑옷이 현재까지 전해 온 것은 오히려 예외적 사례라고 할 만하다.

    현재 남아 있는 무장들의 유품은 대부분 조선 중기 이후 것이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활약했던 인물들의 유품은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망우당 곽재우(1552~1617년) 장군의 경우도 유품(사진)이 비교적 잘 보존된 편이다.곽재우는 의병장으로 출발, 나중에는 정식 관군 장수로 발탁돼 경상좌도 방어사까지 지냈다. 붉은 옷을 입고 활약한 덕에 홍의장군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곽재우 장군의 유품은 장검·말안장 등 6점이다.장검은 길이 86㎝, 너비 3㎝, 자루 16㎝로 비교적 보존 상태가 좋지만 말안장은 부식이 심해 1973년 8월 보존처리가 이루어진 적이 있다.

    나머지 벼루·연적·사자철인 등은 군사와 관련없는 일반 문화재다. 문화재 당국은 곽재우 장군의 역사적 비중을 감안, 그의 유품을 80년 8월 보물671호로 지정했다.보물로 지정된 정식 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곽재우 장군 유품의 소재지는 조금 모호한 상태다. 문화재 당국은 공식적으로 곽재우의 유물이 경남 의령에 위치한 충익사에 소장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충익사 관리소 관계자는 유물 보관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경내 유물 전시관에 소장된 곽재우 유물은 진품이 아니라 모조품”이라고 답변했다.

    대구 동구 망우당공원에 위치한 망우당기념관이나 같은 장소에서 올해 6월 새로 문을 연 임란호국영남충의단 전시관 측도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곽재우 장군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확인 결과 모두 모조품에 불과했다. 의병장 유물 특별전 등을 통해 곽재우 장군 유물을 몇차례 전시한 적이 있는 국립진주박물관도 “소장 유물 중 망우당 관련 유물은 모두 모조품”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 공개 전시된 곽재우 유품은 모두 모조품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진품은 어디 있을까. 문화재 목록상 소유자는 곽재우장군기념사업회장이지만 이 단체의 실체는 불확실하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대구에 거주하는 현풍 곽씨 문중의 모씨가 소유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뜸해 줬지만 소장자로 지목된 당사자가 전화를 받지 않아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장군은 비슷한 옷을 차려입은 가짜를 동원해 적을 혼란시키는 작전을 구사했다. 그 덕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신출귀몰하는 인물’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장군이 돌아가신 지 40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유품도 장군처럼 신출귀몰한 상태인 셈이다.

    김병륜 기자 < lyuen@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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