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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비 오기 전 신경통이 심해진다

입력 2006. 02. 17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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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기 한번 할까요? 내일은 비가 옵니다.” 청주기상대장 시절의 일이다. 작전과로 기상 브리핑 가면 육군 연락장교가 가끔 예보를 갖고 내기를 하자고 했다. 베트전 참전용사였던 그는 비가 오기 전날에는 어김없이 다리가 쑤신다는 것이다.
    “얘야, 다리 좀 주물러라, 이렇게 뼈마디가 쑤시는 걸 보니 비가 오려나 보구나.” 할머니의 이러한 신경통 예보나 육군 연락장교가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한 다음날에는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남북전쟁 당시 미국의 미첼 박사는 포탄에 맞아 다리가 절단된 어떤 장군을 치료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장군은 날씨가 맑은 날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기압이 떨어지면서 습도가 높아지고 비가 내리기 전이면 통증을 호소하는 것이었다.
    박사는 이때부터 날씨가 인간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시작했다. 후에 이 가설은 펜실베이니아 대학병원의 홀란더 박사에 의해 입증됐다. 그는 인공 기상실을 만들어 그 안에 관절염 환자들을 수용했다. 그런 다음 인위적으로 기압을 떨어뜨리면서 습도를 증가시키자 대부분의 환자가 통증을 호소했다.
    일부 환자들 중에는 관절이 부어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는 기상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리자 환자들의 통증도 사라지고 부기도 빠졌다. 홀란더 박사가 인위적으로 만든 이러한 기상 조건은 기압골이 다가올 때의 실제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로써 비가 오기 전의 기압 강하와 습도 증가가 관절염 환자들에게 고통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사람의 인체 내부 기관은 외부의 기압이나 습도의 변화에 쉽게 적응한다. 그러나 신체의 일부 밀폐된 부분들, 예를 들어 관절 등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기압 변화에 쉽사리 적응할 수 없기 때문에 기압이 내려가면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오랫동안 기상예보자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관절염을 앓고 있는 사람이나 노인들이 신경통이 있다고 말하면 그 다음날 거의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비가 오기 전 사람들은 불쾌감이나 신경통을 느끼지만 이런 날씨가 사람들에게 좋은 점도 있다. 즉, 비 오기 전의 온화한 공기, 그리고 많은 구름과 작은 일교차는 사망률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특히 노년층의 사망률 감소가 현저하다고 한다. 이런 날 새벽은 기온이 많이 떨어지지 않아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자의 사망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래, 세상에 아무리 나쁜 것이라도 그중에는 좋은 것도 있는 것이다.
    <대령 반기성 공군73기상전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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