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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음주 예절 (上)

입력 2005. 12. 16   00:00
업데이트 2013. 01. 05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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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태도…그 사람 됨됨이 평가

여단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여단장 주관으로 막걸리 회식이 있었다. 여단장께서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막걸리를 따라 주며 격려해 주셨다.
“○소령 전입을 다시 한번 축하하고 우리 열심히 하자” 하시면서 막걸리를 권했다. 그런데 “여단장님, 저는 술을 못 마십니다.” 그러자 여단장께서 “그래, ○소령이 신앙심이 깊은 것 잘 알고 있어 많이 안 줄 테니 받아.” 이런 대화가 몇 번 오갔다. 결국 여단장께서 사이다를 따라 주는 것으로 상황이 마무리됐다.
이날 막걸리 사건(?)은 며칠간 간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런데 ○소령은 많은 사람의 입방아를 비웃듯이 일 추진력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뛰어나 명참모라는 칭찬을 받으면서 참모 보직을 아무 탈 없이 마쳤다.
개인적으로는 종교적 신앙심도 중요하지만 조금이라도 받아 마시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어찌 됐건 지금 우리 군의 음주 문화가 많이 변해 폭탄주를 몇 순배 돌리거나 억지로 술을 권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이런 변화된 음주 문화를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다.
오랜만에 동기나 선후배를 만나면 인사치레로 “언제 술 한잔 하지(하시죠)”하는 말을 주고받는다. 어떻게 보면 참 정감 있는 인사말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술자리는 술과 밥을 먹는 그 이상의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가장 보편화된 사교의 장이다.
세종대왕은 주나라 예법을 바탕으로 향음주례(鄕飮酒禮)를 만들어 향교나 서원에서 가르치도록 했다. 전통적으로 술자리 문화를 소중히 여긴 만큼 주법(酒法)도 아주 엄격히 가르치고 지켰던 것이다.
러시아에서 온 교환 학생이 한국 사람들과 술을 마실 경우 “잔을 부딪칠 때에는 항상 어른보다 낮게 대고 마실 때는 몸을 돌려야 한다. 그리고 어른 앞에서는 취하지 않도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지킬 것이 많지만 러시아에는 없는 좋은 문화”라면서 한국의 술자리 문화를 예찬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술자리가 많게 마련이다. 동료·선후배·가족 등 술 모임도 많고 자리도 다양하다. 이런 자리에서는 가끔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못 마시는 사람에게 억지로 술을 권하는가 하면 조금 취했다 싶으면 언성을 높이고 아무에게나 반말 비슷하게 한다. 장교와 부사관, 병사와 함께 술자리를 할 경우 어수선한 분위기가 쉽게 연출될 수 있다. 또 전날 술 마시고 무슨 행동을 했는지 몰라 다음 날 초조히 여러 사람 눈치 보느라 전전긍긍하는 사람도 있다.
술자리에서 예의에 어긋난 행동은 평소 깔끔한 일 처리로 칭찬받은 것을 한순간에 도로 아미타불이 되게 할 수 있다. 더 심하면 다시는 상종 못 할 사람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술 마시고 실수한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만회하려면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소령 이광재 학생중앙군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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